주간동아 865

2012.12.03

당신이라면 싸가지 없는 능력자 뽑겠나

하이 스펙 인재의 맹점

  • 정지혜 커리어케어 수석컨설턴트

    입력2012-12-03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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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수한 학력과 경력을 자랑하는 인재가 넘쳐난다. 이들을 가리켜 ‘하이 스펙’ 인재라고 하는데 학점, 외국어 성적, 경력 사항 등 객관적 조건이 훌륭한 구직자다. 그러나 이런 하이 스펙 인재도 기업으로부터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A씨는 반도체업계에서 특화된 기술을 가진 국내에 몇 안 되는 엔지니어였다. ‘귀하신 몸’으로 여러 기업이 이직 제안을 하다 보니, 기업이 제시하는 연봉과 처우 조건 수준이 점점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A씨는 자신도 모르게 기업에 고자세를 취했음은 물론, 면접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다. A씨는 여러 기업을 계속 저울질하고,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연봉 외에 별도로 주는 특별 보너스)를 무리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기업들이 먼저 지쳐 포기했다. 그리고 업계에는 그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만 남았다. A씨는 결국 애초 별로라고 생각했고 조건도 썩 좋지 않았던 후순위 기업으로 이직했다. 자신감을 넘은 거만한 태도가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올해 초 외국계 임원 포지션에 추천했던 B씨는 최고 학부를 졸업하고 업계 경력도 좋아 고객사에서 매우 선호하는 후보자였다. B씨의 초기 면접 자세는 좋았다. 그러나 전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자신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 태도가 바뀌었다. 모든 과정을 자기 위주로 맞춰주길 요구한 것이다. 해외 본사에서 하기로 예정된 인터뷰도 자기 일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한국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자는 등 무리한 요구를 계속했다. 그런 B씨 태도에 고객사는 그의 입사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고객사는 B씨가 우수한 인재임은 분명하나 입사 의지가 불분명한 후보자는 채용할 수 없다며, 추가 진행을 포기했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고객사는 B씨가 해외 본사 인터뷰에 응하기만 했어도 입사를 확정하려 했다고 한다.

    간혹 스펙이 좋은 인재가 이직시장에 나오면 이력서만 보고도 큰 관심을 나타내는 기업들이 있다. C씨는 업계에서 업무역량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인재였다. 유망 벤처기업과 면접을 진행하면서 어느 누구도 그의 면접 통과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면접관이 자기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면접관의 지식을 무시한 채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여 면접관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결과는 탈락. 벤처기업이나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은 보통 임원 연령대가 낮은 편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함부로 면접에 임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들과 반대로 누가 봐도 화려한 스펙을 가진 D씨는 성장가능성을 중점에 두고 중견기업에 지원했다. 그는 지원 회사에 대한 정보를 성심껏 파악하고 준비해 면접에 임했다. 기업의 채용 일정에도 최대한 협조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적극적이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는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결국 그는 파격적인 연봉 계약을 맺고 이직에 성공했다.



    자기 능력만 믿고 고자세로 인터뷰에 응하거나, 모든 경력 사항을 이력서에 기재해놨으니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의 거만한 태도는 이직에 걸림돌이다. 화려한 스펙을 지녔으니 높은 연봉과 처우는 당연하다 여기고, 현재 자기 처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내 동기가 어느 정도 받으니 나도 그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허세는 버려야 한다.

    세상에 인재는 많다. 그러나 함께 일하고픈 인재는 많지 않다. 하이 스펙 인재로서 전문역량이 뛰어나더라도 겸손한 태도와 마음가짐이 없으면 결코 기업에서 모셔가고 싶어 하는 인재가 될 수 없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완성되기에 자신의 어떤 점이 부족한지 잘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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