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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건강에 답하다

명당 집터는…나무가 만든다

‘산림경제(山林經濟)’의 나무 조경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명당 집터는…나무가 만든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이 싫어 경기 양평에 단독주택을 마련한 뒤 서울로 출퇴근하는 한 지인은 전원생활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마당 한켠에 고추며 상추를 심어놓고 식탁 찬거리로 애용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자신의 집터를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이다. 거기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기(氣)가 충만한 터로 꾸며 건강도 챙기고 싶단다.

그런 지인에게 기자는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 홍만선(洪萬選·1643~1715)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 책은 농촌 경제서일 뿐 아니라, 치열한 당쟁에 지쳐 낙향을 꿈꾸는 당시 사대부를 위한 산림생활 지침서로서의 성격도 띠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도시 지식인이 전원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엮은 실용서적인 셈이다. ‘산림경제’ 복거(卜居)편에서는 집을 꾸밀 때 풍수(風水) 원리를 도입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무릇 주택에서 (터를 기준으로) 왼쪽에 물이 흐르면 청룡(靑龍)이라 하고, 오른쪽으로 긴 도로가 있으면 백호(白虎)라 하고, 앞에 연못이 있으면 주작(朱雀)이라 하고, 뒤에 구릉이 있으면 현무(玄武)라 한다. 이렇게 생긴 곳이 가장 좋은 터다.”

네 가지 조건, 즉 풍수용어로는 사신사(四神砂)를 잘 구비한 곳은 실로 풍수학인들이 꿈에서도 찾아 헤매는 명당이다. 물론 그런 터에 사는 생명체는 좋은 기를 받아 건강하고 안온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굳이 풍수지리법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명당은 땅이 기름지고 햇볕을 잘 받는 양명(陽明)한 곳이다. 문제는 사신사를 완벽하게 구비한 명당 집터를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 여기서 홍만선은 풍수 논리상 결함을 메워줄 비보책(裨補策)을 귀띔해준다. 바로 나무를 심으라는 것이다.

“동쪽(청룡)에는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를 심고, 남쪽(주작)에는 매화와 대추나무를 심으며, 서쪽(백호)에는 치자나무와 느릅나무를 심고, 북쪽(현무)에는 능금나무와 살구나무를 심는다.”



홍만선은 동서남북 각 방위에 맞는 특정 조경수를 거론하고, 그것을 결함이 있는 방위에 심어놓으면 집터의 좋은 기운을 북돋워준다고 했다. 예를 들어, 복숭아나무나 버드나무는 동쪽에 해당하는 목(木) 기운이 강하므로 동쪽이 허(虛)할 경우 이들 나무를 심으면 부족한 기를 메워줄 수 있다는 식이다.

나무나 화초에 특정한 오행(목·화·토·금·수) 기운이 흐른다고 할 때 이를 풍수적으로 이용해 건강을 도모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목기(木氣) 성질이 강한 구기자나 결명자를 관상용으로 집 안에서 키우다 보면 인체와 나무가 교류하면서 목기에 해당하는 간의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화기(火氣)가 강한 쑥이나 맥문동은 심장에 도움이 되고, 토기(土氣)가 강한 감초나 두릅나무는 비·위장에 좋으며, 금기(金氣)가 강한 도라지나 박하는 폐에 도움이 되고, 수기(水氣)가 강한 복분자나 겨우살이는 신장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산림경제’에서는 건강과 풍수 비보책으로 유용하게 쓰는 나무를 엉뚱한 곳에 심거나 잘못 사용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목(樹木)이 집을 등지고 서 있으면 흉하고, 큰 나무가 마루 앞에 있으면 질병이 끊이지 않으며, 집의 뜰 한가운데에 나무를 심으면 한 달 내에 재물이 흩어지는 등 재앙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독주택 마당에 큰 나무가 있을 경우 땅속 양분을 빨아들여 마당이 윤택하지 않고, 또 벌레가 꼬이는 등 폐해가 있을 수 있다. 말하자면 양명(陽明)한 터가 못 되는 것이다.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은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한마디로 음기를 제어하고 양기를 모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산림경제’는 바로 그런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명당 집터는…나무가 만든다

풍수상 길한 터에 해당하는 경주 양동마을 이향정.





주간동아 2012.11.19 863호 (p80~80)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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