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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기업복지’가 고달픈 삶의 구원투수다

그때는 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기업복지’가 고달픈 삶의 구원투수다

‘기업복지’가 고달픈 삶의 구원투수다

전영수 지음/ 맛있는책/ 564쪽/ 2만2000원

지금 세계 곳곳은 승자독식이라는 고약한 ‘신자유주의 바이러스’가 낳은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오직 일등만 기억하고 더불어 사는 경제는 철저히 무시한다. 인간존중 사회 시스템도 마비시켜 혼란을 부른다.

저자는 일본 열도를 덮친 한숨과 갈등, 우울과 절망의 거대한 그림자도 ‘신자유주의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일본은 특유의 복지 모델로 살맛이 났다. 크게 보면 기업복지, 공공투자, 최후복지 등 3대 요소였는데 핵심은 기업복지였다. 즉 종신고용, 연공서열제도에 따라 연령에 맞춰 생활급이라는 독특한 임금 시스템을 적용했다. 신입사원은 입사와 동시에 행복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탔다. 일본의 패배의식의 원인도 이 벨트가 끓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달픈 일본인 삶을 건져낼 구원투수는 ‘기업복지 부활’뿐이라고 주장하면서 행복을 지키는 전통의 명문기업과 파격의 강소기업 20곳에서 해답을 찾았다. 직원 3700여 명을 거느린 아사히맥주는 2009년 연간퇴직률이 0.84%일 정도로 놀라운 애사정신을 자랑한다.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만 채용한 덕분일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주된 요인은 은행원 출신인 히구치 히루타로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람 먼저, 직원 신뢰의 ‘인간경영’이다. 히구치는 “감사하고 정직하며 사람을 믿는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경영무기”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창업 140년의 일본 최대 화장품회사 시세이도는 또 어떤가. 2010년 조사에서 ‘딸이 들어갔으면 하는 입사희망 기업 1위’에 오른 시세이도는 고객의 90%, 사원의 80%, 주주의 50%가 여성인 여성천국 기업이다. 시세이도의 남녀평등적인 직장·가정 양립 구조는 유명하다. 한 예로,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하루 근무시간을 2시간 줄이는 단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며 대체요원을 적극 채용한다. 이 회사는 대체요원을 10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주사위를 던져 월급을 결정하는 카약이라는 회사도 있다. 기본적으로 마이너스가 없고 요행수로 월급이 결정되는 형태로, 금액은 크지 않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는 창업 3인방의 독특한 경영 방침 덕에 생긴 제도다. 이 회사의 경영이념은 ‘만드는 사람 늘리기’며, 추구하는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인간행복과 사회공헌이다. 즉, 이익은 목적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 진짜 이익은 목적 추구 이후에 나타나는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책에 소개한 일할 맛 나는 회사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사람과 제도, 그리고 업무내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사람이란 매력적인 상사와 동료의 존재감으로, 인간성은 물론 업무 추진 능력까지 포함한다. 제도는 적절한 임금 및 승진 시스템을 뜻하는 것으로, 노력한 만큼의 평가와 보상을 받는다. 업무내용은 쉬운 돈벌이보다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고 재미있는 일을 수행할 때 확실히 쾌락으로 연결된다.

‘기업복지’를 실행하려면 기업이 금고를 열어 돈을 풀어야 한다. 기업가에게는 기절초풍할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20~30년 전만 해도 직원존중 경영모델로 승승장구했고 여전히 전통모델로 잘나가는 곳이 많다. 길게 보면 기업복지는 충분히 이익을 안겨준다는 것이 이들의 경험법칙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실천하려는 경영철학과 의지의 발현이다”라고 말한다. 기업복지는 기업 돈을 수탈하려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실현하면 오히려 기업과 사회에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뜻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현실에선 갈등이 난무하고 미래가 우울한 한국에 일본 기업복지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2.02.20 825호 (p76~76)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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