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2

2012.01.30

알고 보니 대한민국 땅 신기하구나!

앵글 속 지리학(상, 하)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01-30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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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대한민국 땅 신기하구나!

    손일 지음/ 푸른길/ 상권 232쪽, 하권 252쪽/ 상권 3만2000원, 하권 3만5000원

    지리수업 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인 낙동강 삼각주. 길이 20km, 폭 10km로 우리나라 단일 지형 중 최대 규모인 이곳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저자는 부산 동아대 뒤에 자리한 해발 497m의 승학산 정상을 추천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낙동강 삼각주는 물론, 자연습지가 잘 보존된 낙동강 하구의 에코센터가 있는 을숙도, 삼각주의 본섬인 명지도, 그 너머 가덕도, 날이 좋으면 거제도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동안 배워온 책상머리 ‘지리’는 머리만 아픈, 무조건 외워야 하는 공부였다. 저자는 ‘지오포토’라는 낯선 개념까지 동원해 교과서에 나오는 생경한 용어들을 쉽게 풀어쓰면서 해당 지역이 어디인지를 직접 사진 찍고 설명해 제대로 된 ‘지리’를 전한다.

    지오포토란 지오그래피(geography)와 포토그래피(photography)를 합친 단어로, 지리학자가 지리학적 소통을 위해 지리 관련 콘텐츠를 담은 사진을 말한다. 지오포토는 공간 정보 전달이라는 독특한 기능을 수행한다. 책을 넘기다 보면 한 컷을 얻으려고 높은 산에 오르고, 절벽과 난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자세를 취하는 등 고생한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사진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래를 비스듬히 내려다보고 찍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팁 하나 더. 풍경사진에서 암석의 질감을 제대로 살리려면 맑은 날보다 흐린 날에 카메라를 들이대야 한다.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선암마을에 자리한 한반도 지형의 곡류하천을 두고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말로는 물도리, 물굽이라 하는데 범람원에서 자유로이 곡류하는 자유곡류하천과 구분해 감입곡류하천이라는 어려운 학술 용어를 사용한다. 감입곡류하천 만곡부의 산각이 한반도를 닮은 이곳은 한반도 동고서저의 지형적 특색을 보여주고 있으며, 왼편의 모래톱은 서해안의 간석지를 닮았다.”

    감입곡류하천이 빚은 걸작은 내린천 살둔마을, 정선읍 덕송리와 광하리, 남한강과 북한강 본류뿐 아니라 최상류의 작은 지류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물돌이로 유명한 예천군 용궁면의 회룡포, 안동하회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사람 눈에는 그저 멋있고 운치 있는 풍경이지만, 눈이 밝은 지리학자는 풍경보다 그곳에 담긴 지리학의 민낯을 먼저 살핀다. 겨울에 가면 고즈넉한 풍광과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강원도 철원의 고석정을 살펴보자.

    “고석정 서남쪽 용암대지 위에서 상류 쪽을 바라보면 왼편 단애는 현무암(용암)이고, 이 용암대지 위에 각종 시설물들이 세워져 있다. 하천 바닥과 오른편의 단애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고석바위에서 판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기념사진만 후다닥 찍고 돌아올 것이 아니라, 한번쯤 땅의 생김새도 살펴보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라산과 360여 개의 오름을 품은 제주도도 저자의 발길을 잡았다. 특히 성산 일출봉은 자연이 만든 지리 교과서라며 “화산재가 화구를 중심으로 멀리 이동하면서 도넛 모양으로 쌓인 것을 응회환이라 한다면, 응회구는 화산재가 화구 높이 올랐다가 화구 주변에 높게 쌓인 것을 말한다. 일출봉은 이 두 가지를 충족하고 있다. 또한 송악산은 수성화산과 육성화산의 원리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할 수 있다 했던가. 저자가 먼지 탈탈 털어가며 사진을 정리하고 지리학 용어를 쉽게 풀어가며 책을 쓴 이유는 지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우리 산야의 또 다른 의미와 아름다움을 깨닫는 계기가 되리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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