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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부르는 종교전쟁 다 이유가 있다

위도 10°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피를 부르는 종교전쟁 다 이유가 있다

피를 부르는 종교전쟁 다 이유가 있다

엘리자 그리즈월드 지음/ 유지훈 옮김/시공사/ 352쪽/ 1만6000원

인구 1억4000만 명의 나이지리아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최대 석유 생산국이다. 그러나 석유를 둘러싼 분쟁이 종교 문제와 얽혀 피 비린내가 가시지 않는다. 석유를 팔아 벌어들이는 이익은 극소수 지배층이 독식한다.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에게 종교는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다. 그러나 종교는 생명을 이어주는 끈인 동시에 폭력의 도구라는 두 얼굴로 존재한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가르는 폭 312km의 비옥한 초원인 미들 벨트(Middle Belt) 지역을 중심으로 북부와 남부로 나뉜다. 북부엔 무슬림, 남부 늪지대엔 기독교도가 사는데 이 때문에 종교에 따른 공격과 보복이 상시 벌어진다.

지구촌 경제 위기로 기독교와 이슬람 간 ‘21세기 십자군전쟁’은 점점 더 잔인하고 끔찍한 양상을 보인다. 두 종교가 충돌하는 위도 10° 현장 구석구석을 7년 동안 취재한 저자는 영토와 수자원, 석유 및 기타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종교 분쟁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밝힌다.

“기독교인의 급습 당시 아들은 보초를 세워둔 원로의 집으로 대피했다. 다음 날 대피소에 들이닥친 기독교 민병대는 빨간색과 파란색 페인트로 몸이 얼룩져 있었다. 그들은 보초를 죽인 뒤 두 여성을 비롯한 주민들을 기독교 마을로 데려갔다. ‘길거리에서 놀던 아이들을 무참히 죽였어요.’ 단라디가 말했다. 그녀를 끌고 가던 괴한은 그녀가 평소 알고 지내던 아홉, 열 살배기 무슬림 남자아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대검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아프리카에서 이런 충돌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은 따지고 보면 ‘서구’에서 제공했다. 서구인은 애초부터 아프리카를 착취 대상으로 여겼고 오랫동안 노예 매매를 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노예 매매를 금지한 이후 지금까지도 천연자원에 군침을 흘리면서 끊임없이 개입해왔다.

“북부 사람은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무슬림인 데다 아랍 족속이니 그런 생각을 한다. 반면, 남부 사람은 자원의 축복을 누리고 있으니 북측이 이 땅을 탐낼 만하다고 생각한다.”



수단 남부 은곡 딩카족의 마울라나 알로 덩은 현지 사원의 이맘(이슬람교 지도자)이었지만 흑인이 기도회를 인도하는 것이 왠지 꺼림칙하다며 북부 정부가 추방한 인물로, 수단의 갈등 원인을 정확히 지적해낸다.

두 종교의 충돌은 아프리카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도 발생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이슬람교도의 지하드(성전) 소식이 언론을 통해 들려온다.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어서 긴박감이 없을 뿐이다.

저자가 책에서 반목과 처참한 현장만 다룬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반목해온 두 성직자의 화해를 보여주며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 사랑이라는 공통 교리를 바탕으로 화합할 가능성도 탐색한다. 나이지리아의 우예 사제(기독교)는 이샤파 이맘의 추종자(이슬람)에 의해 한쪽 팔을 잃었지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두 종교가 충돌하는 지역은 알고 보면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신교도를 송출하는 나라다.

“진흙길을 따라 목사가 재직하는 교회에 이르렀다. 불도저로 철거된 교회도 있었다. 주민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건축비의 절반을,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을 부담했다. 한국이 매년 해외에 파송하는 선교사는 줄잡아 1만2000명에 이른다.”

위도 10°에는 전 세계 13억 무슬림 중 절반이, 20억 기독교도 중 60%가 거주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충돌은 여전히 벌어진다. 종교라는 이름을 앞세우고.



주간동아 2011.11.28 814호 (p76~76)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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