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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정지욱, ‘영화의 향기’

발칙한 뮤직테러단의 완벽한 하모니

올라 시몬손·요하네스 슈테르네 닐손 감독의 ‘사운드 오브 노이즈’

  • 정지욱 영화평론가, 한일문화연구소 학예연구관 nadesiko@unitel.co.kr

발칙한 뮤직테러단의 완벽한 하모니

발칙한 뮤직테러단의 완벽한 하모니
몇 해 전 외국인 교수 기숙사에서 생활할 때 러시아에서 온 피아노 전공 음대 교수가 아래층에 살았다. 그 덕에 아침이면 기분 좋은 피아노 연주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정반대였다. 피아노 연주 소리를 매일 듣다 보니 그 소리만으로도 음대 교수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음악이 때론 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 ‘사운드 오브 노이즈’는 음악을 매개로 한 테러영화다. 명문 음악가 집안의 장남인 아마데우스(벵트 닐손 분)는 경찰서 테러방지과에서 근무한다. 뛰어난 지휘자인 동생과 달리 그는 음치였고, 음악을 혐오했다. 어느 날 사고가 난 자동차에 시한폭탄이 장치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그는 시한폭탄 소리의 정체가 ‘메트로놈(Metronome)’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뮤직테러범들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음악에 천재적 감각을 지닌 산나(산나 페르손 분)는 작곡가인 매그너스(망누스 뵈르에손 분)와 함께 지루하고 답답한 음악으로 가득한 도시를 구원하려 뮤직테러단을 조직한다. 매그너스는 ‘한 도시와 여섯 드러머를 위한 음악’이라는 뮤직테러를 구상하고 미란, 안데스, 요하네스, 마르커스가 합세한 뮤직테러단은 ‘의사 선생님! 제 엉덩이에 인공호흡 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병원에서 첫 번째 콘서트를 연다. 이들은 수술실의 심장박동기, 산소통, 가위, 핀셋 같은 각종 도구와 좋은 울림을 지닌 사람의 몸을 악기로 사용하는 기행을 벌인다.

범행 현장에서 녹화된 테이프를 꼼꼼히 살피던 아마데우스는 테러단 가운데 한 명이 악기가게에서 만났던 산나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를 추격한다. 그러나 혐오스러운 음악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산나와 그의 일행은 은행, 공연장, 발전소에서 ‘맥가이버’를 능가하는 기발한 방법으로 생활밀착형 도구를악기로 사용해 놀라운 하모니를 선보인다.

발칙한 뮤직테러단의 완벽한 하모니
스웨덴의 괴짜감독 올라 시몬손과 요하네스 슈테르네 닐손은 2001년 ‘한 아파트와 여섯 드러머를 위한 음악’이라는 단편영화를 유튜브에 발표해 3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여섯 사람이 한 아파트에 들어가 부엌, 침실, 욕실, 거실을 무대로 연주를 선보이는 단편 코믹영화로, 그해 칸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비롯해 10여 개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그리고 2010년 여섯 배우가 그대로 출연한 업그레이드형 영화가 나왔으니 바로 ‘사운드 오브 노이즈’다. 음악과 범죄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르를 접목해 아기자기한 짜임새로 재미를 더한 이 영화는 제63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서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2010년 부산에서 가장 발칙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유튜브에 소개된 단편영화를 본 뒤 ‘사운드 오브 노이즈’를 감상하는 것도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다.



올라와 요하네스는 7세부터 알고 지내온 죽마고우다. 음악을 전공하고 뮤지션 겸 작곡가로 활동하는 올라와 미술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 및 감독으로 활동하는 요하네스의 천재적 재능이 결합해 이 놀라운 음악영화를 빚어냈다. 침묵과 소음, 소리의 경계에 대해 연구하고 탐구한 두 사람은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의 물건이 악기가 될 수 있으며, 세상 그 어떤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했다.

발칙한 뮤직테러단의 완벽한 하모니
뮤직테러를 기획하고 영화 속 ‘매그너스’를 연기한 망누스 뵈르에손은 이 영화의 실제 음악감독이다. 프레드 애브릴, 니콜라스 베커 등 천재적 음악가와 1년 동안 수백 번이 넘는 레코딩 끝에 어깨춤이 절로 나는 다이내믹한 음악을 완성했다. 2만3000여 개의 음원을 녹음한 뒤 영화에 맞는 소리를 골라내 새로운 음악으로 구성해냈다. 기상천외한 악기들이 만들어낸 음악은 스크린에서 확인해야 제맛이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을 눈으로 보면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귀로 들어야만 이들의 완벽한 하모니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음악을 혐오하며 뮤직테러단을 쫓는 경찰 아마데우스와 실험정신이 지나친 졸업 작품으로 명문 음악학교에서 퇴학당한 천재음악가 산나가 뮤직테러단을 이끈다는 설정은 제도권과 사회에 저항하는 젊은 지식인의 항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는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와 달리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느끼는 장면은 흐뭇하기까지 하다.

영화에는 무단으로 환자를 수술실로 데려가 각종 수술장비로 콘서트를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극 전개라는 관점에서는 즐겁고 신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흉내 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서 영화의 맨 마지막에는 ‘따라하지 마라’는 경고문구가 나온다.



주간동아 807호 (p72~73)

정지욱 영화평론가, 한일문화연구소 학예연구관 nadesiko@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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