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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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서재 멘토’의 힘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8-08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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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을 위한 ‘서재 멘토’의 힘
    컴퓨터 기술이 진화하면서 아주 친밀한 가족이나 연애하는 남녀만 ‘관계’를 이어갈 뿐 일상의 사소한 인간관계는 소멸하고 있다. 모든 일이 원격 조작으로 가능해지면 길모퉁이에서 맥주를 사거나 담배 가게에 갈 이유조차 없어질 것이다. 혈연, 지연, 사(社)연보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만난 인연이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다.

    인터넷 기능이 더욱 다양해지고 모바일 혁명이 일상을 압도하는 지금, 우리는 이미 만났던 사람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더 그리워한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의 많은 영역을 거대하고 강력한 네트워크 조직으로 통합해간다. 따라서 현실에서도 세컨드 라이프 익명의 인간에게 더 큰 친밀감을 느낀다.

    지금 우리는 궁금한 점의 대부분을 위키피디아나 블로그, 페이스북의 이웃이나 친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을까. 회사 조직은 중간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모두가 경쟁 관계로 전락했다. 가족 해체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이모’ ‘고모’ ‘삼촌’구실마저 사라져간다. 가치관 차이 및 세대차가 뚜렷한 부모와 자식은 한번 사이가 소원해지면 영원히 관계를 풀 줄 모른다. 그러니 인간은 철저히 소외된 절대 고독의 개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책은 원래 독자에게 멘토로서의 구실이 강했다. 30대 선배가 20대 후배에게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하는 듯한 자기계발서가 많은 이유다. 아나운서 백지연은 ‘자기 설득 파워’에서 최상의 멘토는 자기 자신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만, 2000년대에 유행하던 성공우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멘토는 성공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책에 등장하는 멘토는 곡절 많은 인생살이를 털어놓으면서 여전히 인생의 힘겨움을 이야기하고 어깨를 다독이는 선배다. ‘텐텐텐 인생이 달라지는 선택의 법칙’의 수지 웰치, ‘부자 오빠 부자 동생’의 공저자 로버트 기요사키와 에미 기요사키 남매는 이혼이나 해고당한 쓰라린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는 원칙을 알려준다. 이들은 ‘남자의 자격’의 박칼린이나 ‘위대한 탄생’의 김태원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멘토가 알려주는 방법론으로는 세상을 이겨내기가 어렵다. 항우울증 치료제 구실밖에 하지 못하는 자기계발서에 식상한 독자들은 좀 더 근원적인 처방을 알려주는 멘토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재’를 통해 개인의 삶을 들려주는 책이다. 최재천, 조국, 김용택, 정병규, 이주헌, 박원순 등 15인의 지식인이 자기 서재에서 속 깊은 내면의 성장기를 털어놓은 ‘지식인의 서재’는 벌써 1만5000부나 팔려나갔다.

    청소년을 위한 ‘서재 멘토’의 힘
    세계적인 과학자 최재천은 ‘과학자의 서재’에서 인간 본성을 파헤치고 철학을 논할 수 있는 학문이 생물학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자크 노모의 ‘우연과 필연’을 읽고 젊은 시절 방황의 늪에서 헤어났으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꿨음을 고백한다. 명진출판은 이 책을 인생설계에 지침을 얻도록 한 ‘우리 시대 아이콘의 서재’ 시리즈 첫 권으로 삼았다. 이 시리즈에선 미래 세대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들이 독서 경험을 중심으로 지적 탐사 과정과 성장기를 직접 들려줄 예정이다. 독자는 인생 고비마다 서재의 책이 어떤 결정적 구실을 했는지를 밝히는 이 시리즈에서 스스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론을 알려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멘토를 만나게 된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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