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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의 놀라운편집의 힘

제목 낚시를 할까 화두를 던질까

뉴스 제목의 3가지 유형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제목 낚시를 할까 화두를 던질까

제목 낚시를 할까 화두를 던질까
모든 뉴스에는 제목이 있어야 한다. 제목이 기사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뉴스는 존재하기 힘들고 시시한 제목이 달린 뉴스는 주목받지 못한다. 제목은 크게 타이틀과 헤드라인으로 나눌 수 있다. 책, 연극, 영화, 방송 프로그램, 논문, 보고서, 기안서, 독후감 등 단일 콘텐츠에 붙이는 제목이 타이틀이다. 발생한 중요 사실의 객관적 진술을 뉴스라고 본다면 이를 압축해 전달하는 표제가 바로 헤드라인이다. 뉴스 헤드라인은 ‘한국 젊은 음악가 5명, 차이콥스키 콩쿠르 석권’처럼 벌어진 일의 스토리라인을 핵심 키워드로 압축한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완결판 타이틀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다. 이 장편 시리즈 영화를 소개하는 뉴스의 헤드라인은 ‘해리의 대장정, 그 최후의 막이 오르다’이다. 11년에 걸친 영화 시리즈가 대장정을 마치고 올여름 완결판이 개봉한다는 뉴스를 담았다. 영화 제목은 전체 내용을 상징하는 콘셉트에서 착안한다. 하지만 뉴스 제목은 뉴스 가치를 담아야 하고 기본 팩트를 한 문장 안에 드러내야 한다.

뉴스 헤드라인은 기사 내용을 압축해 몇 마디 언어로 핵심을 전달한다. 편집기자는 취재기자가 보내온 따끈따끈한 뉴스를 만지며 최적의 헤드라인을 부여한다. 편집기자는 100개의 뉴스에서 의미심장한 뉴스 50개를 추려낸다. 그리고 그중에서 전진 배치할 10개를 가리고 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뉴스를 톱으로 낙점한다. 독자는 제목을 일별하면서 자신에게 중요할 것 같은 뉴스를 선택해 읽는다. 이때가 바로 편집기자의 기사가치(News Value) 판단과 독자의 기사가치 판단이 일치하는 순간이다.

뉴스 제목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독자 시선을 붙드는 형(유혹형). 자극적인 키워드를 내세워 독자의 궁금증을 최대한 유발한다. 흔히 ‘낚시 제목’이라고 한다. 품질이 낮고 기사 완성도가 떨어지는 인터넷 연예기사에서 남발하는 유형이다. ‘핫팬츠 청순응원女 등장에 분위기 후끈’ ‘가슴이 너무 커서 슬픈 여성’이 한 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박스에서 해당 매체로 이동하는 방문자 수를 늘리려는 상업적 의도가 엿보인다.

헤드라인에도 언어적 수준이 있다. 경박한 언어를 사용해 시각적 노출이 심한 저질 C급, 기사 분위기를 가감 없이 팩트 위주로 전달하는 건전 B급, 취재기사도 훌륭하고 제목도 제대로 정장을 갖춰 입어 품격과 깊이가 드러나는 고상 A급으로 나눌 수 있다.



둘째, 내용을 압축하는 형(요약형). 편집자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유형이다. 주로 주어+서술어 형식이다. 뉴스 주인공이 무슨 행동을 했다는 한 문장이 기본구조. ‘한국 무역 규모 3년 내 세계 5위로’가 그 예다. 편집자의 인위적 표현이 개입하지 않는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면 6하 원칙에 따라 살인 용의자가 누구인지, 피해자가 누구였는지, 살인 동기가 무엇인지, 살인 방식이 어떤지, 살해 장소가 어디인지, 살해 시간이 언제인지를 기사에서 따져보고 핵심 궁금증을 헤드라인으로 올린다. 요약형 헤드라인은 과다한 정보 노출을 자제하고 여운을 남길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본질을 내거는 형(화두형).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의 차세대 음악가 5명이 각 부문 상위권을 휩쓴 기사의 헤드라인을 팩트 요약형 제목으로 갈무리할 수 있지만 ‘차이콥스키가 놀랐다’처럼 화두 제시형으로 갈 수도 있다. 굵고 짧은 메타포 헤드라인은 독자로 하여금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전체 기사를 읽게끔 이끌고 매체 품격도 높인다. 진지한 올드미디어인 신문 제목이 갈 길이다. 화두형 제목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기사읽기의 실마리를 제시하면서도 거기에 기사의 문제의식, 시대의식, 주제의식까지 담으면 금상첨화다. ‘대한민국 苦校生’ ‘空大된 工大’ ‘빚나는 대학졸업장’ ‘주체는 가도 세습은 남았다’ ‘육아휴직? 육아해직!’ 등은 화두형 헤드라인의 좋은 예다.



주간동아 2011.07.18 796호 (p60~60)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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