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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매너학 “‘좌빵우물(좌측엔 빵, 우측엔 물)’만 챙겨도 매너 꽝 소리 안 듣죠”

1년 중 120일 해외 체류 글로벌 에티켓 익혀 비즈니스 파트너 눈높이 맞추는 것이 핵심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매너학 “‘좌빵우물(좌측엔 빵, 우측엔 물)’만 챙겨도 매너 꽝 소리 안 듣죠”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매너학 “‘좌빵우물(좌측엔 빵, 우측엔 물)’만 챙겨도 매너 꽝 소리 안 듣죠”
대우조선해양 남상태(61) 사장은 1년에 120일가량 외국에 머문다. 배를 팔러 세계를 돌아다닌다. 선박은 한국을 먹여 살리는 효자 상품. 30년간 배와 쇠를 벗 삼아 살아왔다면서 그가 웃는다.

수년 전 그는 아내와 함께 왈츠를 배웠다. 세 박자 선율에 맞춰 아내 손을 잡고 스텝을 밟았다. 춤은 서구 상류사회에서 매너다. 매너는 비즈니스맨이 갖춰야 할 덕목. 그는 댄스파티에도 이따금 초대받는다.

“유럽의 한 선주가 생일 파티에 참석해달라고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 독일의 오래된 성에서 밤새워 춤추는 파티였어요. 선주 부인과 춤추는 이벤트도 마련했더군요. 석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왈츠를 배웠습니다.”

그는 비즈니스 매너에 밝기로 소문났다. 대우조선해양 선박 수주에 그의 반듯한 매너가 기여한다(그림, 표 참조).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98%가 수출이다. 글로벌 매너는 생존에 필수다.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 탓에 계약을 놓치는 예가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흔하다.

그는 매너에 철칙은 없다고 말한다. 격식을 갖추는 게 중요하지만, 때로는 격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 “왈츠는 잘 추었느냐”고 묻자 그가 웃는다. “사람이 다 똑같아요. 술에 취하니 다들 막춤을 추더군요. 배운 대로 열심히 추었어요.”



비즈니스 파트너의 모국어를 익혀놓는 것도 매너의 기본이다. 인사말, 속담, 건배사를 외워두면 좋다.

“그리스 선주를 만났을 때였어요. 그리스어로 굿모닝이 ‘카리메라’인데 실수로 ‘칼라마리’라고 말했어요. 칼라마리는 오징어로 만든 그리스 요리예요. 점잖은 양반에게 만나자마자 ‘어이~ 오징어’라고 인사한 꼴이죠.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습니다. 분위기가 오히려 좋아져 협상을 잘 마무리했어요. 건배사 같은 것을 현지어로 준비해놓으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임원 송년회를 독특한 방식으로 했다. 임원은 턱시도를 갖춰 입고, 부인은 드레스를 입는 게 드레스 코드였다. 일부는 드레스 입기가 어색했는지 한복을 입고 나왔다. 턱시도 비용은 회사가 댔다.

# 요트에서 맨발로 다니는 것 누가 알았나요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매너학 “‘좌빵우물(좌측엔 빵, 우측엔 물)’만 챙겨도 매너 꽝 소리 안 듣죠”
“글로벌 매너를 익힌다는 차원에서 송년회 형식을 바꿔보았어요. ‘우리 신랑도 인물이 괜찮네’라면서 부인들이 좋아하더군요. 서양에서 파티는 대부분 부부 동반입니다. 남자끼리 모이는 일은 거의 없어요. 부인들도 매너를 알아야 해요.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드레스 코드를 지키지 않으면 망신을 당합니다. 턱시도도 올바르게 갖춰 입을 줄 알아야 해요. 출장 가방에 비즈니스 캐주얼을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장을 입고 타이를 매지 않으면 됩니다. 로컬 스탠더드를 따라야 할 때도 많습니다. 국가별로 관습을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차림새 탓에 얼굴이 달아오른 적이 있다”면서 그가 이렇게 덧붙인다.

“그리스에 정박한 대형 요트에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트에서 신을 신발을 따로 준비해 갔는데 모두가 맨발로 다니더군요. 부끄러웠어요. 모나코의 유명한 음식점에서 선주와 식사했습니다. 날씨가 더워 재킷을 벗으려고 하니 지배인이 쏜살같이 달려와 막더군요. 재킷을 벗으면 안 되는 고급 식당이 많아요. 타이는 풀어도 된다기에 타이를 풀고 밥을 먹었습니다.”

음악, 미술 등과 관련한 식견을 갖춰놓는 것도 매너다. 스포츠, 대중문화도 스몰토크(small talk) 소재로 유용하다.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함께 감상할 때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클래식 음악 마니아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조선 경기가 어려울 때 관현악 곡을 크게 틀어놓고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요즘에는 성악곡을 주로 들어요. 음악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 적이 많습니다. 선주들은 어릴 때부터 고급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대부분 음악에 조예가 깊어요. 음악을 주제로 대화하다 선주와 친해진 예가 많습니다. ‘얘기가 통한다’고 여긴 선주가 전통악기나 음악 CD를 선물로 보내준 일도 있고요. 선주에게 가야금을 선물한 적도 있습니다. 러시아인은 발레를 좋아하거든요. 발레 얘기를 꺼내면 ‘발레리나를 소개해줄까?’라면서 웃습니다.”

그는 선주와 식사할 때 선주의 모국 음악을 틀어놓곤 한다. 그리스 선주와 만찬할 때는 그리스 음악, 노르웨이 선주와 오찬할 때는 노르웨이 음악을 듣는 식이다.

“미국 휴스턴에서 식사할 때는 서부영화 주제가를 틀어놓았습니다. 한번은 어느 선주가 ‘이 노래는 아버지 세대가 즐겨듣던 음악인데…’라면서 웃더군요. 한국으로 치면 ‘비 내리는 고모령’을 틀어놓은 꼴이었죠.”

정치, 종교 얘기는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다. 스포츠와 날씨는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아이스 브레이커(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을 누그러뜨리려고 하는 말)다.

#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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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태 사장은 아내와 함께 왈츠를 배웠다. 춤은 서구 상류사회에서 매너다.

“미팅하기 전 선주의 기호를 파악해놓습니다. 선주가 축구팬이면 최근 축구 경기를 화제로 삼습니다. 그가 응원하는 팀이 이겼을 때 대화 소재로 활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한국에선 비즈니스 미팅 때 골프 얘기를 많이 하는 데 반해 유럽인은 골프에 관심이 별로 없어요. 골프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비즈니스 파트너가 미국인이면 골프를 화제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가 소개한 한국인이 간과하기 쉬운 매너다.

“원탁 테이블에서 양식을 먹을 때 어느 물 잔이 내 것이고, 어느 쪽 빵이 내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양식은 좌측에 빵, 우측에 물을 놓습니다. 상대가 와인을 따라 줄 때 잔을 들고 받으면 안 됩니다. 드레스 코드가 캐주얼인데, 정장을 입고 가는 것도 매너에 어긋나고요. 중동이나 아시아 왕족이 참석하는 미팅 때는 신경 쓸 일이 많아요. 몸에 손을 대지 않는 게 관습인데, 악수를 청하면 실례죠. 우리가 호스트일 때는 종교에 따라 먹는 것을 금지한 음식을 식탁에 올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고요. 여성이 식사 중에 실례한다면서 잠시 일어나면 남성은 함께 일어났다가 앉는 게 예의입니다. 한번은 고객사 경영진 10여 명과 부부 동반으로 식사하는데, 아내가 식사 중에 잠시 일어났습니다. 10여 명이 동시에 일어났다 앉더군요.”

‘좌빵우물’이 헷갈려 타인의 빵을 먹거나 물을 마시는 것은 무례다. 사람이 비즈니스 현장에서만 매너를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너는 타인에 대한 예의, 의무다. 가족, 동료에게 무례한 이가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예의를 갖출 수 있을까.

“매너는 평소 행동, 식견이 녹아 나오는 겁니다. 가식은 들키게 마련입니다. 진실하고, 예의 바르게 사람을 대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습니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매너학 “‘좌빵우물(좌측엔 빵, 우측엔 물)’만 챙겨도 매너 꽝 소리 안 듣죠”
남상태 사장의 매너 소품3

“도자기·국궁 등 한국 냄새에 반하죠”


1 국궁

외국인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주는 선물로는 한국 냄새가 가득한 것을 준비하는 게 좋다. 그는 한국 그림, 자개 필통, 도자기 같은 것을 주로 선물한다. 국궁도 외국인이 좋아하는 선물이다. 서구사회는 수렵문화 전통이 있다. 오리엔탈풍의 활은 유럽인이 매력을 느끼는 아이템이다.

2 넥타이

그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 선주가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간다. 여자가 선물한 스카프를 두르고 나왔을 때 남자가 느끼는 감정을 떠올려보자. ‘신경 썼네’ 하면서 흐뭇해하게 마련이다. 파트너 회사의 로고가 박힌 넥타이를 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보자. 분위기가 부드러워질 것이다.

3 음악 CD

음악은 사람 마음을 녹이는 마법을 갖고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가 선물한 음악 CD에 담긴 노래를 다음 만남에서 화제로 삼는다. 식사 때 비즈니스 파트너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틀어놓고 그 음악을 주제로 대화하는 것은 매너면서 센스다. 고전음악은 교양으로서 익혀두는 게 좋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매너학 “‘좌빵우물(좌측엔 빵, 우측엔 물)’만 챙겨도 매너 꽝 소리 안 듣죠”




주간동아 2011.07.04 794호 (p32~34)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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