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4

2011.07.04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나 죽이려는 정치공작, 성공 못한다”

총선과 대선 진두지휘 내가 적임자… 승리 위한 야권 통합 적극 추진

  • 대담·윤영호 주간동아 편집장 yyoungho@donga.com 정리·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07-04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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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나 죽이려는 정치공작, 성공 못한다”
    민주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박지원 의원은 “제가 나오던 연속극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벌써 조용히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진두지휘할 민주당 차기 대표에 도전할 뜻을 품었기 때문이다.

    “당대표 경선에 나서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그는 “조금 빠르다”면서“여러 가지를 보는 중”이라고 완곡하게 속내를 감췄다. 그러나 “민주당이 새 모습을 보이려면 젊은 대표를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도발적인 물음엔 “정치는 어차피 경쟁”이라며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차기 대표는) 경륜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정권교체에 성공했으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정권을 재창출한 경험도 있다”면서 “이런 경험을 모두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자신이 차기 당대표로 적임자임을 주장했다.

    경륜을 힘주어 강조하는 그의 얘기는 곧 당대표 도전 선언으로 들렸다. 박지원 주연의 또 다른 연속극은 이미 예고 방송을 시작한 셈이다. 다음 연속극 줄거리를 미리 들으려고 6월 28일 오후 국회에서 그를 만났다. 집권 4년 차 증후군으로 대화 물꼬를 텄다.

    ▼ 저축은행 사태를 두고 야당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한다. 레임덕이 시작되는 집권 4년 차 증후군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단임제 대통령의 역사가 똑같이 반복된다. 국민은 이런 사실을 아는데, 현직 대통령과 집권 여당만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대중 정부 집권 말년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정부와 여당에 쏟아졌던 온갖 비난, 비판을 감수하며 마무리투수 구실을 했던 그가 10년이 지나 야당 의원으로 이명박 정부 4년 차에 ‘대통령 책임’을 언급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10년 전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통령 책임’을 먼저 떠올렸을까, 아니면 야당과 국민을 야속하다 여겼을까. 화제는 민주당과 야권 통합논의로 이어졌다.

    ▼ 국민 여론은 아직 민주당을 대안세력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정치는 내 생각이 아니라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보고 좇아가야 한다. 민주당도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개인이 아닌 당을 위해, 파벌이 아닌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래도 국민 속에서 대안세력으로 성장해간다.”

    ▼ 대안세력이 되느냐는 야권 통합과 긴밀히 연결되는데….

    “우리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재야 시민단체와 이념적 가치관에서 차이가 있지만 국민은 단순하게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자 구도로 본다. 국민이 한편으로 보는 만큼 작은 차이를 좁혀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로 승리한 것은 낮은 단계의 연합이었다. 지난 4·27재·보궐선거에서는 본격적인 연합, 연대로 승리했다. 통합이나 연대, 연합으로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승리하고, 안 하면 패배한다.”

    박 전 대표는 야권 통합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오히려 연합, 연대로 일대일 구도로 갈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야권 통합을 하려면 민주당이 양보를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민주당이) 제일 큰집이자 맏형이기 때문에 과감히 양보해야 한다”면서도 ‘산술적 연대와 연합, 통합’에는 반대했다.

    “누가 뭐래도 정당의 존립 이유는 집권입니다. 선거는 이겨야 합니다. 산술적으로 통합하고, 연대, 연합하면 패배합니다. 이길 수 있는, 승리를 위한 통합과 연대, 연합을 이뤄야 합니다.”

    중복 사업 구조조정 땐 더 많은 무상 가능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나 죽이려는 정치공작, 성공 못한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만난 국회 본청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어떻게 보나.

    “개인적으로야 영광이겠지만 역대 대선에서 맨 앞에 나간 사람치고 당선한 예가 없지 않나. 박찬종 전 의원이나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도 잘나가다 뒤집어졌고, 지난 대선에선 고건 전 총리가 그랬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이 두 사람 아닌가. 청와대엔 이명박 대통령, 여의도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정부와 차별론을 얘기하지만 한나라당 지도급 인사인 박 전 대표는 현 정권의 실정에 공동 책임이 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18년 장기집권과 유신독재 시절 퍼스트레이디 소임을 하지 않았나. 박정희 독재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대전은요?’ 같은 한마디 정치다. 최근에는 여당 원내대표를 불러다가 ‘전대(전당대회)는 이런 식으로’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나를 따르라’라는 박정희식 깃발 정치를 보는 것 같다. 박근혜는 검증이 안 됐다. 개인적으로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 보지 않는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차기 주자로서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왔고 옥스퍼드에서 박사 받은 분 아니냐. 서강대 교수도 지냈다. 실력 없다는 말은 안 들을 것이다. 경기도지사직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야당에 와서 두 번째 대표를 지낸다. 무엇보다 분당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금 ‘문재인의 운명’을 읽는 중이다. 그런 분이 뛰어든다니까 민주당이 긴장도 하고, 국민시선도 집중되는 것 아니냐. 좋은 일이다.”

    ▼ 직접 주자로 뛸 생각은 없나.

    “난 감이 못 된다. 이미 그렇게 불리지 않았나. 김대중 정부 시절 큰 대(大)자 대신 대신할 대(代)통령으로(웃음). 소통령으로 불리기도 했고. 민주당이 집권해 서민경제 살리고,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풀고 싶다. 남북관계가 정상화하면 초대 평양대사를 지내고 싶다.”

    ▼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뭐라 보나.

    “민주, 평화, 복지다. 이 세 관점에서 국민이 후보를 평가하리라고 본다.”

    ▼ 무상급식 등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상 시리즈에 대해 논란이 많다.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부자감세 철회하고, 4대강 예산 안 쓰고, 복지 행정 가운데 중복되는 사업 구조조정만 잘 해도 가능하다. 무상급식은 이미 실시 중이다. 무상의료는 저소득층 건강보험료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면 되고, 무상보육도 점진적으로 시행하면 된다. 양극화 문제나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이런 해법과 노력 없이는 해결 안 된다.”

    ▼ 정치적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이름이 거론된다.

    “야당의 본분은 견제와 감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앞장서 공격하다 보니 미운털이 박혀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태광그룹이나 한화그룹, C·그룹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때도 여권 쪽에서 은근히 연루 의혹을 흘렸지만 결국 아닌 것으로 나오지 않았나. C·그룹은 부도난 후 그룹 회생을 위한 연판장을 내면서 임병석 회장을 처음 봤다. C·그룹이 건설하는 조선소가 내 지역구에 있다. 망해가는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받겠나. 내가 바보냐. 보해저축은행은 지역구에 있다. 영업정지 되니까 금융위원회와 협의한 거다. 지역구 일인데 알아보고 로비하는 게 정상 아닌가. 청와대 지시로 ‘박지원 죽이라’고 했다는데, 난 그런 것에 위축될 사람 아니다. 정치공작 하지 마라.”

    ▼ 저축은행 TF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처음엔 안 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현실 도피적으로 비치는 것 같아 맡았다. 정보도 조금 있었다.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회장과 정진석 전 대통령 정무수석, 그리고 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 박지만 씨. 난 이들 사이에 무슨 비리가 있다고 얘기한 것도 아니다. 그냥 식사하다가 동석했다는데, 그럼 그 자리에 누가 있었기에 동석했느냐고 따졌을 뿐이다. 그 자리에 대통령 측근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동석하지 않았겠나. 문제의 초점은 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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