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9

2011.05.30

급여가 올라갈수록 강제로 저축 늘려라

노후를 위한 저축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1-05-30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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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여가 올라갈수록 강제로 저축 늘려라
    ‘넛지(Nudge)’의 저자 리처드 탈러 교수의 ‘사과실험’은 노후에 대비해 저축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탈러 교수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하면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1년 후 사과 1개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1년이 지난 바로 다음 날 사과 2개를 받을 것인가?”

    실험 참가자 대부분이 “이익을 2배로 키우기 위해 하루를 더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질문을 다음과 같이 바꿨더니 사정이 달라졌다. “오늘 사과 1개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내일 사과 2개를 받을 것인가?”

    첫 번째 질문에서는 “이왕 1년 기다리는 거 하루 더 기다리겠다”고 답한 상당수가 두 번째 질문에서는 태도를 바꿔 “사과 1개를 손해 보더라도 당장 1개를 받겠다”고 했다. 하루만 참으면 사과 1개를 더 받을 수 있지만, 오늘 사과 1개가 내일 2개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가 그랬듯 눈앞의 사과를 보고 참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인간의 본성이다.

    자동으로 저축액 느는 퇴직연금 효과적

    하지만 눈앞의 과실만 추구하는 것은 노후준비에 ‘독(毒)’이다. 이는 미국 국방부 감원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났다. 1992년 미국 국방부는 6만5000여 명의 장교와 사병을 감원하면서, 대상 군인에게 연금과 일시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당시 미국 국채 수익률은 7%에 불과했지만, 연금을 선택하면 연 17~19%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당연히 일시금보다 연금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감원 대상 장교의 52%와 사병의 92%가 일시금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장병들은 약 17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눈앞의 현실만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 속성을 노후 준비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적은 금액으로 저축을 시작하고 급여가 올라갈 때마다 저축액도 늘려가도록 설계하는 것.

    실제 탈러 교수는 이러한 점진적 저축 증액 프로그램을 퇴직연금의 일종인 401(k)에 도입했다. 그는 많은 근로자가 당장 생활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퇴직계좌에 저축하기를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 당장은 적은 금액으로 저축을 시작한 뒤 급여가 올라갈 때마다 저축액을 늘려가도록 권했다. 급여가 많이 줄어들지 않는 데다 지금 저축을 시작해 나중에 저축액을 늘려가겠다고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쉬웠던 것. 작은 생각의 차이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제도를 통해 퇴직연금에 한 번도 돈을 불입한 적이 없던 근로자가 처음부터 퇴직연금에 불입한 근로자와 거의 같은 저축률로 퇴직연금을 모으게 된 것.

    급여가 올라갈수록 강제로 저축 늘려라
    이런 증액 방식의 저축이 성공하려면 저축액을 자동으로 늘려주는 강제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냥 내버려둬서는 스스로 저축을 늘릴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저축 방법이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가 받는 급여에 비례해 퇴직금을 적립하기 때문에 급여가 올라가면 저축액도 자동으로 늘어난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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