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4

2011.04.25

은퇴 후 허리 걱정? 젊어 치료·관리하면 생생

유비스병원 이성호 병원장의 ‘제2의 인생’을 위한 척추건강법

  • 최영철 ftdog@donga.com

    입력2011-04-25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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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허리 걱정? 젊어 치료·관리하면 생생
    골프를 즐기는 김대영(68) 씨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의 게임에서 제일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일취월장하는 골프 실력에 대해 그는 ‘튼튼한 허리’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사실 그가 이렇듯 건강한 허리를 가지게 된 것은 40대 초반에 앓았던 척추질환 때문이다. 당시 충격이 컸던 그는 이후 적절히 치료받고 꾸준히 관리해온 결과, 친구들이 모두 병원을 찾는 요즘 그린 위에서 ‘싱글’을 연발한다.

    은퇴 후에는 평생을 바친 직장을 잃은 상실감과 갑자기 바뀐 생활패턴 등으로 불안감이 밀려온다. 이때 몸이 아프면 ‘제2의 인생’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특히 척추는 신체 모든 기관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대들보 같은 존재인 만큼, 이상이 생기면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척추질환 90%는 비수술로 치료 가능

    그래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30대라면 돈과 함께 척추를 챙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비스병원 이성호 병원장은 “척추질환은 은퇴 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길게는 30~40년 남은 제2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선 내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척추는 젊을 때부터 관리해야 노화를 더디게 할 수 있다. 다양한 원인으로 척추질환 발생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척추측만증은 어린 나이에 시작하지만 일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척추측만증은 뒤에서 봤을 때 1자여야 할 척추 뼈가 옆으로 휘어 C자나 S자로 변형되는 질환. 잘못된 자세가 주요 원인으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10대 청소년에게 많이 발병한다. 이 병원장은 “요즘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만큼 운동량은 줄고 장시간 잘못된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심각한 척추 변형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초기에는 눈에 띄는 증상이 없고 큰 불편함도 없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요통이 생기고 디스크로 악화되기도 한다. 척추측만증은 빨리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은 만큼 수시로 척추 상태를 확인해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30~40대에는 허리디스크를 조심해야 한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의 디스크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과 척수를 눌러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 요통과 함께 다리가 저리고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척추 노화, 무거운 것을 드는 등 허리에 무리한 힘을 주는 동작, 교통사고 등 외상이 주요 원인이다. 활동량이 많은 만큼 이 연령층에 디스크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다시 말해 이 시기에 척추를 잘 관리해야 은퇴 후에도 척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작은 증상도 무심코 넘기지 말고 적절히 치료받아야 하며, 잘못된 생활습관은 반드시 고치도록 한다.

    50대 이상에서는 대표적 퇴행성 질환인 척추관협착증이 많이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져 신경이 눌리고 혈액순환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 요통보다 엉덩이와 다리가 심하게 저리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100m도 못 가 주저앉는 등 보행장애가 나타나고 배뇨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증상이 비슷한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잘못된 치료로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정확히 검사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마취 필요 없는 인대강화주사요법

    수술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 때문일까. 척추질환은 나이가 많을수록 치료를 차일피일 미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수술이 필요한 척추질환자는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나머지 95%는 비수술 요법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대표적인 비수술 요법으로는 수핵성형술, 인대강화주사요법이 있다.

    수핵성형술은 문제가 생긴 척추 부위에 얇은 주사바늘을 넣어 염증과 부기 등을 없애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수핵성형술은 부분마취로 시술이 가능해 기존 수술법에 비해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이나 부작용, 합병증에 대한 염려가 크게 줄었다. 척추 수술 후 피부층이나 신경 등이 들러붙는 유착현상으로 재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이 시술이 가능하여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고령 환자도 치료 효과가 높아 노년의 척추 건강에 효자 노릇을 한다.

    이 병원장은 “수핵성형술은 시술 시간이 짧고 입원이 필요 없어 체력적인 부담이 적기 때문에 고령자도 충분히 시술받을 수 있다. 또한 시술 시 의료진과 대화가 가능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데다 시술 효과도 높다. 무작정 통증을 참기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은퇴 후 삶이 더욱 즐거워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대강화주사요법은 손상된 인대와 힘줄에 삼투압이 높은 물질을 직접 주사해 인대를 증식시킴으로써 약해진 인대와 힘줄을 튼튼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입원과 마취가 필요 없고 주사바늘 자국 외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통증 해소 성공률도 80%로 꽤 높은 편이다. 특히 척추 수술 전 이 같은 치료과정을 거침으로써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비교적 간단하고 위험부담이 적은 시술이지만, 통증이 있는 부위에 정확하게 주사를 찔러야 하고 인대강화 물질 같은 약물을 투여할 때 환자 몸 상태에 따라 용량을 정확히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시술받아야 한다.

    은퇴 이후를 위한 허릿병 예방법

    꼬부랑 할아버지 싫거든 생활습관부터 당장 고쳐라


    은퇴 후 허리 걱정? 젊어 치료·관리하면 생생

    척추질환에 대해 설명하는 이성호 병원장.

    대부분의 척추질환은 바른 자세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잘못된 자세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경우는 의자에 앉았을 때다. 의자 높이는 앉았을 때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정도로 하고, 등받이 경사는 3~15도가 알맞다.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끝에 밀착한 뒤 등은 등받이에 기대고, 고개는 똑바로 세운다. 일상생활도 점검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굽히지 말고 무릎을 굽힌 뒤 몸에 바짝 붙여 다리 힘을 함께 이용한다. 양치질을 할 때는 허리를 펴고 한 손으로 세면대를 붙잡고 서거나 한쪽 발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으면 허리가 한결 편해진다. 주부들은 부엌에서 일할 때 발받침을 사용하면 허리에 가는 부담이 줄어든다.

    규칙적인 운동은 근육과 인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척추를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게 해준다. 운동이 부족하면 체지방이 늘면서 살이 찌고 근육량은 줄어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도 약해진다. 약해진 근육은 척추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고, 충격을 받았을 때 충격이 척추에 그대로 전해진다. 걷기는 요통 환자나 허리디스크 환자도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으며, 매일 30분 정도 걸으면 척추 건강뿐 아니라 다이어트 효과까지 챙길 수 있다. 수영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허리 부담이 적고, 모든 관절과 근육을 움직이게 해 척추 근육 강화에 효과적이다. 스트레칭만 자주해도 경직된 근육을 풀어 허리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뼈 건강을 위해서는 칼슘과 비타민 D 섭취도 중요하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돕는 영양소로 햇빛을 받아 합성되므로 평소 햇빛을 충분히 쬐는 것이 좋다. 칼슘은 멸치나 해조류, 콩에, 비타민 D는 등 푸른 생선, 버섯, 홍합, 유제품에 많이 함유돼 있다.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와 커피는 칼슘 흡수를 방해하므로 절제하도록 한다.

    술, 담배는 척추 건강에도 백해무익하다. 알코올은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콜레스테롤을 쌓이게 해 디스크로의 혈액 공급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디스크와 디스크 주위의 근육, 인대에 산소와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다. 또한 과음하면 알코올 해독을 위해 단백질을 많이 사용하게 돼 근육과 인대로 갈 단백질이 부족해진다. 자연히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고 요통도 생긴다. 흡연은 비타민 D의 합성을 막아 칼슘 축적을 방해하고, 혈액 공급을 억제해 디스크 퇴행을 유발하는 결정적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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