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4

2011.04.25

‘스타강사’ 타이틀 도전과 열정의 직장생활 덕

한국야쿠르트 퇴직 후 SM경영교육센터 운영 이경철 씨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04-25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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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강사’ 타이틀 도전과 열정의 직장생활 덕
    “회사에 다닐 때부터 은퇴를 계산해선 안 됩니다. 직장에서 지고 있는데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습니까?”

    2007년 (주)한국야쿠르트에서 은퇴한 이경철(53) 씨는 은퇴 이후 오히려 직업이 늘었다. 그는 한국야쿠르트 마석점 지점장이자, SM(Sales·Marketing) 경영교육센터 교수로 매일 1~2군데 기업체에 출강한다. 강의 제목은 ‘자기경영론’. 직장인이 자기 가치를 스스로 높이는 방법, 선후배와 소통하는 방법, 부서 내 갈등을 줄이는 방법을 주로 강의한다.

    교직원 아내 덕에 공격적 직장생활

    이씨가 은퇴 이후 ‘스타강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회사 내 경력 덕분이다. 이씨는 1983년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한 후 93년부터 사내 강사로 활동했다. 공업고등학교 출신으로 대학도 안 나온 그가 본사의 대학 출신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란 쉽지 않은 일. 이씨는 사내 강사 자리를 꿰차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노렸다. 당시 교육팀 말단 사원으로 교육 진행을 맡았던 이씨는 정규 강사가 교육을 마치고 남은 10분 남짓한 시간을 자신의 수업시간으로 만들었다. 기존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생각한 바를 짧게 요약하는 이씨의 ‘자투리 강의’에 사원들은 “정규 강사의 교육보다 재미있고 알차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이씨는 정규 강의를 맡게 됐다. 그는 “‘일하는 태도만큼은 이경철 쫓아올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0년부터는 방송 출연과 사외 강의도 많이 했다. 그는 “2002년 전후에는 하루 3~4곳 기업체에서 강의했다. 당시 급여보다 강의 수입이 5배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강의에 ‘올인’했다면 벌이가 더 좋았을 테지만 그는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회사는 고졸 출신인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런 회사에 늘 고마웠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은퇴한 지금도 동네 마트에 가면 우리 회사 제품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다시 진열할 정도죠.”

    이씨는 24년 8개월간 근무한 뒤 2007년 말 은퇴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은퇴하면, 만 65세까지 운영할 수 있는 대리점을 준다. 이씨는 2008년 5월부터 한국야쿠르트 마석점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강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현재 그는 대리점을 통해 매달 60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강의료도 쏠쏠하다.

    그는 “이처럼 공격적인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아내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학 교직원인 그의 아내는 고정 수입이 있고, 은퇴 이후에도 월 200만 원 이상 교직원연금을 받을 예정. 이씨는 “아내에게 경제권이 있어야 남편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 그러면 직장생활도 더 잘된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18명의 ‘야쿠르트 아줌마’에게도 늘 하는 얘기다. 이씨는 후배들에게 “가장 훌륭한 은퇴준비는 현재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회사에서 멍청하게 있다가 은퇴 이후 한 방 날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회사에서부터 공격적으로 자기 임무를 찾아가다 보면 결국 은퇴 이후에도 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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