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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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긴 노후… 돈보다 사회적 역할 찾아라”

한국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 “세 가지 연금은 반드시 가입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1-04-25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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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긴 노후… 돈보다 사회적 역할 찾아라”
    “은퇴라는 게 인생의 끝은 아니다. 이제까지 해온 일에 마침표를 찍고,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걷는 출발점이다.”

    한국은퇴자협회(이하 협회) 주명룡(66) 회장이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주장해온 얘기다. 미국 뉴욕한인회장 출신인 주 회장이 협회를 세운 지 벌써 10년. 현재 회원 수는 12만~13만 명으로 늘었다. 60대가 36%로 가장 많고, 50대가 33%로 그 뒤를 잇는다.

    주 회장은 “우리 사회의 변화와 구성 층을 보면 65세 이상 시니어 밑에 ‘베이비부머’가 있고, 그 밑에 퇴직 전 세대와 노후 준비 과정에 접어든 세대가 있다. 이들을 ‘피프티스 플러스(fiftieth plus)’라고 하는데 이들이 바로 주 회원층”이라고 설명한다.

    주 회장이 걱정하는 것은 우리나라 은퇴자의 은퇴설계 수준이 여전히 초보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회에서는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찾으라고 권한다. 하지만 조기 은퇴를 한 사람은 물론, 정년을 채우고 은퇴한 사람도 은퇴 후 진로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주 회장은 “회원의 90% 이상이 노후에 편하게 먹고살 수 있는 재정적인 측면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의 설명이다.



    “일주일 내내 산을 오르는 분이 많다. 이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하철 타고 무위도식하는 분들보다 낫다. 하지만 언제까지 등산만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은퇴자의 은퇴설계 아직도 초보 수준

    그나마 재정적으로 노후준비를 한 사람은 나은 편이다. 밥값 1만~2만 원이 없어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50~60대 노인이 더 큰 문제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등록해 교육을 받고, 협회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단기 일자리를 전전한다. 여기저기 분주하긴 하지만 결코 안정적이지도, 윤택하지도 못한 삶을 살아간다. 그나마 건강하면 괜찮다. 건강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정말 끝이다. 시내 공원 등을 전전하면서 무위도식하는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 회장은 현재 은퇴를 앞둔 세대에게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고 경고한다. 또한 “은퇴 이후 30년 이상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는 결국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세 가지는 단 몇만 원씩이라도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잔칫날 잘 먹겠다고 굶지는 마라. 즐기면서 하라”는 게 주 회장의 조언이다.

    그는 “은퇴 이후 삶의 방향을 찾기 힘들다면 사회에 내팽개쳐졌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그려보거나, 성공한 선배를 찾아가 조언을 들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재정적인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게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을 찾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노후에 빈곤과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사회적 역할이다. 돈이 있든 없든 사회적 역할을 찾지 못한 사람은 불안하다. 빈곤과 건강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회적 역할은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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