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4

2011.04.25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04-22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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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주간동아’는 (사)한국FP협회와 함께 △20대 후반 새내기 직장인 △30대 중반 맞벌이 부부 △40대 중반 경영자 △50대 초반 퇴직 후 사업체를 운영하는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 클리닉을 진행했다. (사)한국FP협회는 국제 FPSB(Financial Planning Standards Board)가 공인한 자격인 CFP(Certified Financial Planner)와 AFPK(Associate Financial Planner Korea) 인증자를 회원으로 하는 단체. 2011년 현재 이 협회에 소속된 CFP는 6000여 명, AFPK는 4만4000여 명이다. 이들은 재무설계 분야에서 수준 높은 전문성과 투철한 윤리의식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협회 사이트(www.fpkorea.com)에 방문해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재무설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20대 새내기 직장인 정인수 씨

    무분별 지출 잠그고 체계적 돈 관리 시작을

    지난해 1월 대기업에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정인수(27) 씨. 미혼인 그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산다. 한 달 평균수입은 340만 원 정도(근로소득과 상여금을 합한 금액)로 지금까지 국내형 펀드 2개에 가입해 각각 매달 50만 원씩 투자해왔다. 정씨가 어렴풋이 그려본 재무설계 목표 중 1순위는 5년 안에 전세자금을 마련해 현재 사는 집에서 독립하는 것. 2순위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는 것이다. 또 6년 후 부모님 칠순 때 의미 있는 선물을 드리고 싶은 바람도 있다.



    20대 새내기 직장인은 재무설계를 생소하게 느낄 뿐 아니라 뚜렷한 재무목표 역시 세우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학생 때와 달리 몇백만 원의 큰돈을 매달 손에 넣으나 저축을 하기보다 무분별하게 지출하기 쉽다. 정씨는 매달 근로소득에서 100만 원씩 정기적으로 펀드에 투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여금 중 일부를 일반예금통장에 입금해왔다.

    # 상여금을 CMA에 넣어 월급처럼!

    정씨가 일하는 대기업은 상여금으로 연평균 160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상여금이 꽤 높은 편.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나오는 만큼 이를 계획적으로 쓰기가 쉽지 않다. 정씨는 상여금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쓰고, 남은 돈은 일반예금통장에 넣었다. 에이플러스에셋(A+에셋) 안경임 공인재무설계사(AFPK)는 “새내기 직장인 중에는 상여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써야 하는지 모르는 이가 많다”며 “상여금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고 정기적으로 나오는 월급처럼 여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상여금을 월 소득으로 계산하면 140만 원에 가깝다. 이를 CMA에 넣은 뒤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다시 분산하고, 정해진 일부 금액만 지출하도록 한다.

    # 같은 돈도 알차게 굴려라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미혼은 대부분 결혼 비용과 주택 마련 자금을 재무설계 목표에서 가장 크게 잡는다. 정씨 역시 전세자금으로 2억~3억 원을, 결혼 비용으로 2000만 원 정도를 모을 작정이다. 안 AFPK는 기존 2개였던 펀드를 5개로 늘릴 것을 권했다. 펀드에 들어가는 비용은 100만 원으로 동일하지만, 금액을 더 쪼개 성격이 다른 펀드에 분산하라는 것. 국내 성장형 펀드 일변도에서 국내 가치형, 해외펀드, 원자재펀드 등으로 다양화하라는 게 안 AFPK의 설명이다.

    또 정씨는 1600만 원 정도를 이율 4%인 일반예금통장에 예치해 놓았다. 이 돈은 잠자는 돈이나 다름없다. 의미 있는 돈으로 만들려면 저축은행(기대수익률 5.0%)과 주가연계증권(ELS, 기대수익률 8.0%)에 500만 원씩 거치 투자하는 게 좋다.

    # 부모님께 드릴 돈도 체계적으로

    정씨는 가족 특히 부모님을 위한 지출이 많다. 그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즉흥적으로 부모님이나 조카 등 가족에게 용돈, 선물을 줬기 때문에 1년 동안 가족을 위해 얼마나 지출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다. 안씨는 “오히려 부모님이 많이 편찮으시거나 위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대로 도움을 드리지 못하거나, 다른 계획을 위해 마련한 자금을 꺼내 쓰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AFPK는 부모님을 위한 통장을 2개 만들어 매달 각 10만 원씩 입금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나는 상호저축예금으로 상시 출금이 가능한 적금통장, 다른 하나는 기대수익률이 10% 정도 되는 펀드에 입금하는 것이다. 정씨는 이를 통해 급하게 필요할 수 있는 부모님 의료비는 물론, 칠순 선물을 위한 1000만 원 정도의 비용도 마련할 수 있다. 20대는 재무설계를 할 때 부모님과 관련된 항목을 무시할 수 없다. 이때 자신의 연령에 따라 부모님의 연령과 건강 상태도 변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 20대부터 노후 준비를 탄탄히!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20대에게 노후 준비는 멀고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안 AFPK는 “새내기 직장인과 상담해보면 대부분 은퇴 준비는 자기 문제가 아닌 것처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씨 역시 노후자금에 대한 준비와 계획이 전무한 상태.

    하지만 요즘 20대는 결혼이 늦어지는 만큼 퇴직 후에도 자녀가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씨 역시 라이프 플랜을 그려봤을 때 30대 초중반에 결혼할 예정이기 때문에 은퇴 이후에도 자녀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안 AFPK는 “자식 외에도 자신을 위한 지출이 필요한 시기가 은퇴 이후”라고 강조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미뤄두었던 일이나 자아성취를 위한 일, 여가생활 등 다양한 부분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

    새내기 직장인이 수입 중 큰 부분을 은퇴 준비 자금에 쏟기는 어려우므로 매달 30만 원 정도를 노후를 위해 투자한다. 안 AFPK가 권하는 상품은 연금펀드와 변액연금, 변액유니버셜보험이다. 20대는 시간의 효과를 보려면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 국민연금을 65세부터 수령 가능하다고 할 때 그 이전인 55세나 60세부터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유동적으로 연금 수령을 개시할 수 있는 상품을 통해 노후생활의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 30대 맞벌이 이지은 씨 부부

    내 집 마련 올인 금물, 자녀 학자금 ‘미리미리’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올해 34세인 기자는 2009년 다소 늦게, 요즘 트렌드로는 적령기에 결혼했다. 남편(37)은 IT기업 마케팅팀 과장. 전형적인 맞벌이 부부로 둘 다 10년 이상 경력을 지녔고, 아직 아이는 없다. 월 소득은 맞벌이라 적지 않은 편이나 출산이 늦어지는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이가 내년에 태어난다고 해도,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라는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이 됐을 때(즉 15여 년 후) 부부 모두 은퇴 연령에 도달하기 때문. 즉 노후생활비는 물론 아이의 중고교 및 대학 학자금까지 함께 준비해야 한다.한편 기자 부부의 목표는 세계 여행이다.

    지금의 자산과 부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는 물론, 앞으로 태어날 자녀의 학자금과 노후생활비, 그리고 세계 여행을 위한 비용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궁금했다. 4월 19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국FP협회 회의실에서 만난 김준호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는 기자에게 “재무 상태는 건전한 편이나, 모든 자산을 부동산 마련에 ‘올인’하고 있고, 따라서 금융자산과 위험 상황에 대한 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기자 부부의 자산과 부채부터 살펴봤다. 현재 자산은 △아파트 전세금(1억7000만 원) △은행 예금(3000만 원) △채권형 연금(3000만 원)을 합쳐 2억3000만 원이다. 부채는 남편의 대학원 학자금대출 2000만 원이 있다. 월 소득은 둘이 합쳐 약 900만 원(세전). 이 중 △생활비(부부 공동 및 각자 직장생활에 들어가는 비용) 440만 원 △공적연금, 건강·고용보험료, 소득세 합계 80만 원 △보장성 보험(부부 각각의 명의로 종신보험 10만 원씩) 20만 원 △채권형 연금(부부 각각의 명의로 연금저축 25만 원씩, 기자 명의로 변액보험 10만 원) 60만 원이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지출 합계는 약 600만 원. 즉 매달 300만 원의 여유자금이 발생한다.

    그런데 기자 부부는 적지 않은 여유자금을 예금통장에 고스란히 모아두고 있다. 2012년 말 ‘내 집’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이때 쓰기 위해서다. 대략 1억5000만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은행 대출도 받아야겠지만 최대한 대출금 규모를 줄일 생각인 것이다.

    김 CFP는 “여유자금을 무작정 모으기보다 인생의 단기, 중기, 장기 비용에 맞춰 분산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 비용이 △부동산(아파트) 마련을 위한 것이라면, 중·장기 비용은 △자녀 학자금 △노후생활비 △세계 여행 경비 등이다. 모두 10~20년 후에 필요한 돈이다.

    # 변액보험 추가로 더 부어라!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먼저 앞으로 태어날 자녀의 학자금이 총 2억4000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매달 30만 원(수익률 10%)에서 60만 원(수익률 4%)씩 주식혼합형 적립식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지금 당장 가입해도 좋지만, 임신 또는 출산 직후에 해도 무방하다.

    노후생활비가 현재 가치로 월 250만 원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 지금 부부가 가입한 채권형 연금과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으로는 부족하다. 김 CFP는 기자에게 “본인 명의로 된 변액보험의 납입금을 현재 1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올리라”면서 “이때 변액보험의 기존 적립금은 채권혼합형으로, 추가 납입금은 주식형으로 변경하라”고 권했다. 현재 주식시장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이미 목돈이 된 적립금은 채권혼합형으로 안전하게 운용하고, 적립 효과를 볼 수 있는 추가 납입금은 주식형으로 하면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 1~2년마다 변액보험의 펀드 구성을 조정한다.

    이를 모두 합치면 80~110만 원. 매달 발생하는 여유자금 300만 원에서 이 비용을 제외한 190~220만 원을 아파트 마련을 위해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는 2012년 바로 필요한 것인 만큼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니, 상호저축은행이나 CMA에 예치하는 게 좋다. 김 CFP는 “현재 은행 수시입출금계좌에 있는 3000만 원은 금리가 높은 상호저축은행에, 매달 모으는 금액은 매일 이자가 생기는 CMA에 넣어라”고 조언했다. 매달 200만 원씩 모으면 2012년 말 원금만 3000만 원이 된다. 즉 아파트 마련을 위해 대출받는 금액을 9000만 원(1억5000만 원-3000만 원-3000만 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이 추세로 매달 200만 원씩 모으면 2016년경 대출금을 모두 갚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김 CFP는 “출산과 육아라는 엄청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아파트 마련 시기를 2~3년 늦추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비록 1억 원 이하를 대출받는다고 해도 이자가 만만치 않기 때문. 또 남편의 학자금대출도 금리가 1%로 저렴하긴 하지만 올해부터 갚아야 한다. 한편 세계 여행 준비는 아파트 마련 이후 월 30만 원 정도 적립식펀드에 넣는 게 좋다.

    김 CFP는 “기자 부부의 리스크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부부가 가입한 종신보험은 사망 후 보상하는 보험이므로 모든 질병과 상해 등을 보전해주지 않는다. 그는 “정액의료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이 합쳐진 통합보험은 물론,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암보험에도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며 “월 보험료는 두 사람이 합쳐 10만 원이 넘지 않는 수준으로 하라”고 권했다.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40대 경영자 ㈜한국이안스 안상언 씨

    사실상 백지 상태 … 스스로 퇴직금 준비 생각으로

    40대인 안상언 씨는 중소기업 경영자다. 1996년 아내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운영하는 ㈜한국이안스는 식품기계를 생산하고 식자재를 유통하는 회사다. 안씨에게는 초등학생인 두 딸이 있다. 어머니를 모시면서 매달 60만 원씩 용돈을 드린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줄곧 회사 일에 집중하느라 재무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재무설계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이제부터라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개인자산과 회사자산을 분리하지 않고 써온 터라, 지난해부터 분리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재산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노후준비 상태를 알아보려고 재무상담을 신청한 안씨. 그는 은퇴 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상담은 김영란 CFP가 맡았다. 안씨의 지난해 소득은 월평균 850만 원. 그동안 회사 경영에 몰두하느라 노후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일선에서 물러날 즈음이면 올해 10세, 9세인 두 딸이 대학교에 다닐 시기. 대학등록금을 마련해둬야 한다. 물론 결혼자금도 필요할 터. 만일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라면 회사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 상속 재산이 얼마나 될지도 파악해야 한다. 자신이 일군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개인자산과 회사자산을 어떻게 분리할지도 고민이다. 이는 중소법인과 1인 기업가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 경기 변동에 따라 큰 소득 편차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안씨 같은 기업인은 노후자금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는 데다 정년퇴직도 따로 없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서도 지금처럼 일하고 돈을 벌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건강이 나빠져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는 등 제2, 제3의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개인사업자는 경기 변동에 따라 소득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봉급생활자보다 체계적인 재무설계가 어렵다. 봉급생활자는 직장을 그만두면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개인사업자는 사업에 실패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스스로 퇴직금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치밀하게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안씨의 가장 큰 문제는 노후 준비를 전혀 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재무상태를 살펴보니, 국민연금 외에 따로 가입한 개인연금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연금에 가입해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 집안에 급한 일이 생기거나 큰돈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비상 예비자금도 없는 상황이다. 저축률은 높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그가 가입한 상품은 모두 장기 저축성 보험이다. 김 CFP는 이를 변액연금상품으로 전환할 것을 권했다. 변액연금상품은 투자형 상품이지만 안전성과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투자성향에 맞춰 금융상품을 고르고, 장기 보험 외에 기간을 배분해 단기 예·적금과 적립식 주식형펀드에 가입할 것도 주문했다.

    # 혜택 중복 보험 교통정리 필요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안씨는 주식에 200만 원, 채권형 상품에 140만 원가량 투자하고 있었다. 모두 직접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손실위험이 큰 것이 특징. 설계사는 그중 일부를 안정적인 간접 투자 방식인 적립식펀드나 변액연금상품으로 전환하고, 전문가에게 제대로 상담받아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고르라고 충고했다.

    가입한 보험의 혜택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 안씨는 매달 공적연금, 건강 및 고용 보험료를 제외한 각종 보험료로 150만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었다. 사업가의 특성상 사람을 자주 만나고 지인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다 보니 보험 간 혜택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입한 보험은 많았지만 아예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항목도 있었다. 따라서 각 보험의 혜택을 꼼꼼히 살피고,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해 빈 부분을 채워야 한다.

    자녀 교육을 위한 자금 재설정도 필요하다. 안씨 부부는 매달 20만 원씩 교육보험비를 내고 있다. 대학등록금의 평균 인상률(8~10%)을 고려한다면 20만 원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목돈을 굴릴 수 있는 상태는 아니므로, 굳이 보험 형태가 아니더라도 추가로 적립식펀드나 변액투자형 상품에 가입하길 권한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 50대 은퇴자·사업체 운영 김종욱 씨

    지나친 안전 자산 … 투자와 적금 더 늘려야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52세 김종욱 씨는 ㈜한국야쿠르트에서 21년간 근무하다 2007년 말 퇴직했다. 퇴직하고 6개월 후부터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해 현재 고정 수입은 월 550만 원 수준. 하지만 1~3년 안에 결혼할 예정인 두 딸, 군 제대 후 복학할 막내아들의 대학등록금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자녀 3명을 교육시키고 홀어머니를 부양하느라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주식투자에 실패하고, 2008년 펀드가 반 토막 난 경험 때문에 위험한 투자는 질색이다. 김씨의 꿈은 65세에 사업을 정리하고 강화도로 내려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3300㎡ 규모의 과수원을 꾸리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다. 김씨 역시 그동안 “65세 이후 세 자녀가 한 달에 100만 원씩만 줘도 300만 원이니, 생활비 걱정은 없다”며 노후준비를 미뤄왔지만, 자식들만 믿자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부부가 안정적으로 살려면 은퇴 이후에도 매달 최소 250만 원의 생활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김씨는 65세 이후 국민연금에서 120만 원가량 받는 것 외에는 노후대책이 전혀 없는 상태다.

    노후 준비는커녕 김씨는 아직도 ‘인생의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 △1년 이내 큰딸 결혼자금(1000만~2000만 원) △3년 이내 작은딸 결혼자금(2000만~3000만 원) △2년 뒤 복학할 막내아들 3년간 대학등록금(4500만 원) 등이 그것. 1~5년에 준비해야 할 돈이 최소 7500만 원이다.

    김씨의 현재 순자산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아파트(4억 원) △은행 예금(5400만 원) △저축성 보험(1800만 원) △보통예금(1000만 원) 등 4억 8200만원이다. 부채는 국민은행에서 6% 금리로 대출받은 7000만 원이 있다.

    김씨의 수입은 월 550만 원이며, 그의 아내가 봉사를 겸해 유아원에서 장애아동 보조교사로 활동하면서 매달 100만 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총수입은 650만 원. 두 딸도 직장생활을 하지만 별도의 생활비는 내지 않아 부부가 부담하는 생활비만 420만 원이 넘는다.

    # 기간분할투자로 적립식펀드 가입

    매달 발생하는 230만 원의 여유자금 가운데 △부모님 용돈 20만 원 △대출이자 32만 원 △건강보험료 25만 원 △국민연금 27만 원 △개인연금 25만 원 △예비비 100만 원 이상을 쓴다. 자신과 아내를 위한 실질적인 저축은 25만 원밖에 되지 않는 것.

    김씨의 최고 장점은 65세까지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40대 후반~50대 중반에 퇴직하는 가장은 대부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지만, 김씨는 65세까지 운영할 사업체를 갖고 있다. 또한 “은퇴 이후 강화도에서 과수원을 운영하고 싶다”는 노후목표가 확실한 것도 장점이다.

    한편 자산을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 투자 실패 경험 탓에 안전한 예금만 고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금리 상품을 활용하지 못했다. 또한 비과세 상품도 전혀 이용하지 못했다.

    # 의료실비보험 가입은 선택 아닌 필수

    ‘콕’ 찍은 맞춤 재무 클리닉 이제야 노후가 보이네
    한국재무설계협회 정윤섭 CFP는 김씨에게 “이율이 0.2%에 불과한 은행의 수시입출금 통장에 너무 많은 돈을 넣어뒀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은행에 둔 예금을 적립식펀드에 기간분할투자하라”고 권했다. 예금 가운데 일정 부분을 CMA로 옮기고, 매달 30만 원과 50만 원씩 주식혼합형 펀드 통장 2개를 개설한 뒤 분산해서 넣으라는 것이 정 CFP의 설명이다. 40만 원 기준으로 3년간 6% 이자율로 적립투자하면 총 1571만 원의 적금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통장 2개를 각각 둘째딸 결혼자금, 막내아들 1년 대학등록금으로 쓸 수 있다. 정 CFP는 “장기간 투자하는 만큼 위험이 적고 시장 변화를 보면서 투자액을 조정할 수 있다”며 “안정적이면서 수익도 많아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

    막내아들이 군대에 가 있는 2년은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에 최적의 기간이다. 그는 생활비를 조금 줄여 “매달 70만 원씩 금리 4%짜리 적금만 들어도 3년 후면 2700만 원을 모을 수 있다. 이는 막내아들의 4년간 대학등록금 및 취업준비금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김씨가 부부를 위한 투자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생활 잉여자금에서 ‘노후 준비자금’용으로 매달 30만 원씩 모을 것을 권했다. 그는 “부부가 함께 생활비를 살펴보고 어떤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가족 모두가 고민해 부부의 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 적금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의료실비보험 가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현재 건강하지만 과거 폐결핵, 대장 용종, 녹내장 같은 병력 때문에 몇 군데 보험사에서 의료실비보험 가입을 거부당했다. 정 CFP는 “특정 부위나 질환에 대해서는 병에 걸리더라도 보험비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부담보약관’을 이용하더라도 의료실비보험에는 꼭 가입해야 한다”며 “몇몇 보험모집인은 의료실비보험 가입 희망자에게 ‘병력을 숨기고 가입하라’고 권하는데 이는 훗날 의료분쟁에 휘말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손해 보더라도 꼭 본인의 건강 상태를 소상히 밝힌 뒤 가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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