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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박근혜를 잡아라!” ‘묻지마’ 친박 열풍 03

“친박 깃발 세우기는 내 운명”

미래희망연대 서청원 前 대표, 박근혜를 위한 전국 조직 만들기에 박차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친박 깃발 세우기는 내 운명”

“친박 깃발 세우기는 내 운명”

2008년 5월 돈 공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소환에 불응한 서청원 당시 친박연대대표가 당원들에게 검찰의 표적수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미래희망연대의 ‘희망’은 박근혜 전 대표다. ‘친박연대’라는 초기 당명에서 보듯, 박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 정당이다. 그 덕분에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정치인 상당수가 부활에 성공했다.

물론 그만큼 한계도 분명하다. 박 전 대표는 미래희망연대의 유일한 존재 가치다. 총선 이후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끊임없이 추진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합당을 이루지 못한 것 역시 박 전 대표와 무관치 않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친이계의 견제 등 한나라당 내 복잡한 역학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희망연대와 한나라당의 합당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4월 8일 조세심판원이 미래희망연대의 증여세 부과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증여세 부과를 취소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기각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미래희망연대 합당 또 제동

국세청이 지난해 7월 미래희망연대에 부과한 증여세는 13억3000만 원. 2008년 4월 총선을 앞둔 그해 3월, 당시 서청원 대표가 비례대표로 공천한 양정례 전 의원의 어머니 김순애 씨와 김노식 전 의원 등에게 받은 31억 원을 증여로 인정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미래희망연대는 이 증여세에 대한 이의신청을 국세청이 받아들이지 않자 조세심판원에 부과처분취소 청구를 신청했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미래희망연대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우리는 조세심판원에 충분히 해명했고, 오히려 세금을 부과한 국세청에서 마땅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당직자는 “2008년 총선 당시 창당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자금 거래와 관련한 모든 절차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진행했다”며 “그게 문제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희망연대 측은 조세심판원의 이번 결정에 불복하고 조만간 법원에 소송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장, 삼일회계법인 등 내로라하는 국내 로펌과 회계법인에 자문도 했다. 두 기관은 모두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조세심판원 내부에서도 이번 기각 결정 과정에서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심판관이 증여세 부과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언론에 많이 노출된 사건인 만큼 무리하게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심판관들도 그만큼 부담을 느꼈다는 뜻이다.

결국 미래희망연대는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를 법정 소송이 끝날 때까지 유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객관적인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조세심판원의 이번 결정은 청와대는 물론, 한나라당 내 친이계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정치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래희망연대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과 합당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합당 마지막 단계인 양당 지도부의 ‘합동 회의’에 이은 합당 선언 절차를 1년 가까이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표면상으로는 미래희망연대에 부과된 증여세 문제 때문이지만, 미래희망연대 측은 한나라당의 의지를 의심한다.

미래희망연대 일각에서는 특히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합당 의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1월 초 서청원 전 대표와 안 대표의 회동 사실이 ‘주간동아’ 보도로 알려지면서 양당의 합당 논의는 다시 무르익는 듯했다. 4·27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합당하는 것이 한나라당으로서는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미래희망연대 내에서는 집권 여당 대표가 합당을 진정 원한다면, 조세심판원의 결정에도 어느 정도 제구실을 해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미래희망연대 한 실무 당직자의 얘기다.

친이계 의원들과 접촉도 잇따라

“친박 깃발 세우기는 내 운명”

3월 21일 여의도 미래희망연대 당사에서 열린 창당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서청원 전 대표가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조세심판원은 사실상 공무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외부 심판관으로 참여한 이들도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당과 정부 간 수시로 당정협의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당 대표가 정부에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만일 그랬다면 이번 같은 기각 결정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당직자는 이어 “국세청 내부에서도 ‘무리한 세금 부과다’ ‘관련 법규 개정이 시급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안 대표가 합당할 마음이 있다면 법 개정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미래희망연대는 빠르면 4월 안에, 늦어도 5월 초에는 법원에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통상 3~4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소 8월까지는 양당 간 합당이 유보된 셈이다. 미래희망연대는 이번 소송에 서 전 대표는 물론, 당의 미래까지 걸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서 전 대표가 받은 31억 원이 ‘불법 정치자금’이 아닌 ‘단순 차용금’이라는 법적 판단을 받아내는 것.

미래희망연대는 만일 서 전 대표가 승소한다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비리 정치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 권력의 부당한 정치 탄압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욱이 한나라당과의 합당 마무리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서 전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한 법원이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미래희망연대는 이번 소송과 별도로 친박 세력의 전국 조직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각종 ‘친박 모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을 기반으로 한 ‘전국 단위 모임’을 조직한다는 것. 이 작업은 이미 상당 수준까지 이뤄져 조만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 전 대표는 최근 친박계 의원뿐 아니라 친이계 의원과도 자주 접촉하는 등 합당 이후에 대비한 세력 확산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재오 특임장관의 핵심 측근을 뺀 나머지 친이계 의원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취해 서 전 대표와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서 전 대표는 오히려 친박계 내부의 알력 다툼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3월 21일 미래희망연대 창당 3주년 기념식에서 “나부터 욕심을 버리겠다. 모두 욕심을 버려라”라고 한 서 전 대표의 호소가 바로 이런 우려를 반영한 발언이라는 것.

서 전 대표는 이어 “‘이 사람(박 전 대표)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나라를 맡겨도 되겠다’는 국민의 믿음이 바탕이 된 지지율인 만큼 섣불리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 열정을 갖고 가치 있는 일을 함께 하자”며 친박계의 단합을 강조했다.

‘박근혜의 이름으로’ 당을 만들고, ‘박근혜로 인해’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던 서 전 대표, 과연 ‘박근혜를 위한’ 그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783호 (p22~24)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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