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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남도길 대장정 희망을 걷다 04

호남대로의 흔적 삼남길서 역사와 자연에 몸 맡기다, 그리워 문득 찾아간 그곳 다산 정약용 선생 숨결이…

해안길과 산길, 삼남길과 다산길

호남대로의 흔적 삼남길서 역사와 자연에 몸 맡기다, 그리워 문득 찾아간 그곳 다산 정약용 선생 숨결이…

>>> 호남대로의 흔적 삼남길서 역사와 자연에 몸 맡기다

호남대로의 흔적  삼남길서 역사와  자연에 몸 맡기다, 그리워 문득 찾아간 그곳 다산 정약용 선생 숨결이…

소나무숲을 걸으며 바다를 보면 마음속까지 시원해진다.

북위 34도 17분 21초.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은 한반도 최남단, 즉 ‘땅끝’이다. 땅의 끝이지만 저 멀리 서울, 평양으로 뻗어가는 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곳 땅끝에서 삼남길이 시작된다. 삼남길은 과거 조선의 대로(大路) 중 하나인 호남대로(湖南大路)의 자취를 따라 잇는 길이다. 호남대로는 대표적인 군사길이었다. 이 길을 따라 군사가 이동했고 신임 관리도 부임했다. 남도 땅의 진상품, 청운의 꿈을 품은 과거 지망생도 이 길을 따라 한양으로 향했다. 요즘으로 치면 국가에서 관리하는 고속도로쯤 된다.

국내 제1호 로드 플래너 손성일(41) 삼남길 개척단 대장은 전라남도와 협약을 맺고 삼남길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 사람, 길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산티아고 길을 걷고 온 그는 해남과 서울을 잇는 500km의 삼남길을 한국의 산티아고 길로 만들 꿈을 품고 있다. 2008년 11월 시작해 해남에서 강진까지 약 90km 구간을 만들었고 2011년 전남까지, 2014년 서울까지 잇는 것이 목표다. 손 대장과 함께 삼남길 해남 구간 1코스를 걸었다. 거리는 총 16.9km. 바다와 산, 시골마을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바다와 산, 시골을 만끽하는 코스

삼남길은 땅끝 여객선 매표소 옆에서 시작한다. 바로 앞에는 맴섬이 보인다. 갈라진 맴섬 사이로 1년에 2번 해가 떠오른다고 한다. 길은 삼남길 리본과 바닥, 벽 등에 그려진 >>> 표시를 따라가면 잃지 않는다. 리본과 표시 색깔은 주황색과 녹색인데 각각 황토와 숲을 상징하며 녹색은 서울 방향을, 주황색은 땅끝 방향을 가리킨다.



땅끝전망대 모노레일 매표소 앞에서 왼쪽을 따라 걸어 올라간다. 왼편을 바라보니 탁 트인 바다가 시원하다. 전복, 김 양식장이 눈에 들어온다. 남도 땅에는 이미 봄이 왔다. 바닷바람만 찰 뿐 햇살이 따뜻하다. 조금 걸어가니 왼쪽에 군부대 초소로 내려가는 가파른 계단이 있다. 지금은 길이 막혔지만 계단 아래에는 사재끝샘 터가 있다. 옛날 마을 사람들은 파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해안가를 따라와 이곳에서 물을 길렀다. 벼락이 친 뒤 떨어진 바위가 샘을 막아 흔적만 남았지만 물은 여전히 샘솟는다.

길은 힘들지 않다. 손 대장은 “길을 낼 때 수직이 아닌 수평을 지향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손 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아버지가 남자아이를 등에 업고 옆을 지나친다. 삼남길은 땅끝의 상징, 땅끝탑도 지난다. 해남군은 “땅끝에서 백두대간의 혼이 마지막으로 타올라 기(氣)와 역(力)이 모인다. 이곳에 서면 절망을 털고 희망을 안고 갈 수 있다”고 광고한다. 기와 역은 몰라도 시원한 파도 소리와 드넓은 바다는 분명 우리네 가슴을 뻥 뚫어준다.

해안길 구간에서 나무 구경과 설화 감상은 덤이다. 해안길에는 소사나무, 다정큼나무, 주리뽕나무, 곰솔 등이 줄지어 서 있다.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놓아 나무를 모르는 기자도 이름과 간단한 식생은 알 수 있다. 또 곳곳에 쉼터를 조성해 쉼터마다 설화의 제목으로 이름을 붙여놓았다. 사재끝샘, 당할머니, 학도래지, 달뜬봉, 댈기미, 사자포구 쉼터 등. 설화를 읽으며 걸으면 혼자 와도 심심하지 않다. 기자에게는 댈기미 쉼터 설화가 인상적이다. 땅끝전망대 서쪽 아래바다를 댈기미라 부른다. 이곳에서 사자봉 땅끝전망대를 보며 소원을 빈 뒤 자갈을 집어 물속으로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곁에 아무도 없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 줄지어 지나가는 데다, 손에 쥘 자갈도 없어 포기다.

호남대로의 흔적  삼남길서 역사와  자연에 몸 맡기다, 그리워 문득 찾아간 그곳 다산 정약용 선생 숨결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서해와 남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km 해안길은 해안초소 앞에서 끝난다. 이제는 넓은 임도를 따라 송호리 마을로 향한다. 잘 정돈된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도보 여행객에게는 한 번 스쳐지나는 곳이지만 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도보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걷는 것이 미덕이다. “특히 농작물에 손을 대는 것은 금물”이라고 손 대장이 알려준다.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목례 정도 하면 좋다.

마을을 지나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으면 오토캠핑장과 송호리해수욕장에 닿는다. 이곳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오토캠핑장을 지나면 길을 잘 찾아야 한다. ‘송광민박마트’ 옆길로 따라 올라가야 한다. 바닥에 표시가 있지만 지워진 곳도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손 대장은 “구제역으로 전남도가 계획했던 개통식이 3월로 미뤄졌다. 안내판 설치 작업에 해남군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제부터 풍경이 확 바뀐다. 파도 소리는 이미 잦아들었고 한적한 시골길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남해바다 대신 갈두봉에서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넘실댄다. 삼남길 개척단은 갈두봉과 도솔봉 산길로 삼남길을 이을까 고민하다 길이 험해 이곳으로 코스를 삼는다.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자 순간 시야가 트이더니 매실농장이 펼쳐진다. 매실꽃 피는 봄이면 하얀 꽃잎이 절경을 이룬다. 매실농장을 뚫고 직진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오르막길로 올라야 한다. 이제는 굽이굽이 치는 ‘S라인’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약 9km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에 크게 힘들지 않다. 멀리 보이는 서해와 병풍처럼 펼쳐진 도솔봉의 장관도 일품이다. 다리가 묵직해져올 때쯤 내리막이 끝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마련마을이 나온다. 과거 제주도에서 보낸 말이 이곳에서 쉬며 훈련도 받았다고 해서 마련이란 이름을 얻었다.

발아래 서해와 남해를 한눈에

마련을 지나 길을 따라가면 도솔봉약수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목을 축이며 체력을 보충한다. 현재 바이오순환림 조성 사업 중이라 우량 목재만 심어져 있어 황량한 느낌도 들지만 그 덕에 시야만큼은 시원하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도솔봉을 눈에 넣으며 한 발, 한 발 내디딘다. 10km 이상 걸었으니 점점 다리가 묵직해지지만, 오를수록 보이는 풍경이 늘어나니 참을 만하다. 도보여행의 보상이다 생각하며 정상을 향해 걷는다. 송지면 일대가 눈에 보인다 싶더니 멀리 서해까지 눈에 들어온다. 아직 감탄은 이르다. 정상부에 오르면 멀리 남해까지 볼 수 있다. 한자리에 서서 고개만 살짝 돌리는 것으로 서해와 남해를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다.

이제 내려갈 때다. 또 한 번 길 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바닥 표시와 여러 산악회에서 걸어놓은 리본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을 내려다보면 조그마한 샛길이 있다. 겨울나무 사이를 눈을 밟고 내려간다. 여름에는 나무가 우거져 밀림처럼 변한다고 한다.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움직인다. 손 대장은 “1km 길을 만들려면 10km는 걸어야 한다. 갈림길이 나오면 모두 가본 뒤에 길을 이었다. 이곳은 송호리와 마련마을 사람들이 오가던 길”이라고 말한다.

호남대로의 흔적  삼남길서 역사와  자연에 몸 맡기다, 그리워 문득 찾아간 그곳 다산 정약용 선생 숨결이…
옛길을 따라 내려가면 저수지가 펼쳐지고 곧 1코스 종착점인 통호리 마을에 도착한다. 중천에 떠 있던 해도 뉘엿뉘엿 땅끝기맥 너머로 떨어진다. 지는 해의 마지막 빛이 억새밭을 붉게 물들인다. 6시간을 걸으며 고생한 도보여행객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마을 안에는 당집도 있으니 꼭 보길 바란다. 16.9km 거리가 짧다면 짧지만, 땅끝에서 시작해 해안길, 마을길, 임도, 산길, 옛길 등 길이란 길은 모두 걸었다. 도보여행의 종합선물세트다.

[ Basic info. ]

☞ 교통편

버스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출발해 해남으로 간다. 1일 7회 운행, 5시간 30분 소요. 해남읍에서 땅끝마을행 버스 이용

자동차 | 경부호남고속도로 - 양재IC → 광산IC → 나주 → 영암 → 해남

서서울고속도로 - 서서울IC → 목포 → 영암 → 독천 → 해남읍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 1202

☞ 코스

땅끝선착장 매표소 → 땅끝탑 → 송호리해수욕장 → 마련 → 도솔봉 약수터 → 통호리(16.9km)

>>> 그리워 문득 찾아간 그곳 다산 정약용 선생 숨결이…

호남대로의 흔적  삼남길서 역사와  자연에 몸 맡기다, 그리워 문득 찾아간 그곳 다산 정약용 선생 숨결이…
둘째 날, 삼남길 강진군 코스를 돌아보았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 와 실학의 기틀을 닦았던 다산초당(茶山遺蹟), 사의재(四宜齋)와 다산 유물전시관, 백련사(白蓮寺), 철새도래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출발지는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다산유물전시관이다. 1999년 설립된 다산유물전시관은 다산의 일생과 업적, 유물 등을 잘 정리해놓았다. 유물전시관을 바라보고 오른쪽 길을 따라 곧게 뻗은 두충나무길을 지나서 얕은 고개를 넘으면 귤동마을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르막을 따라 오르면 다산초당에 닿을 수 있다.

이 길에는 사계절 푸른 대나무숲이 이어진다. 편백나무도 눈에 띈다. 오랜만에 마주 대한 푸른색이 반갑다. 군데군데 남아 있는 눈의 흔적이 아니라면, 겨울이 아니라고 해도 믿겠다. 무심코 땅 위로 나온 나무뿌리를 밟고 올라가는데 손 대장이 “울퉁불퉁한 근육처럼 힘찬 뿌리는 수백 년 된 소나무 뿌리다. 정호승 시인은 이 길을 ‘뿌리의 길’이라 이름 붙였다”고 알려준다. 시인이 어떤 연유로 뿌리의 길이라 이름 붙였을까 궁금하던 차에 ‘뿌리의 길’ 시가 적힌 나무판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이 시의 일부분이다.

시를 읽으며 한숨 돌린다. 제 몸을 타인에게 내주고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 뿌리에 감사한 마음이 들자 갑자기 차분해진다.

뿌리의 길을 지나 다산의 제자 윤종진의 묘를 지나면 왼쪽에는 서암(西庵)이, 오른쪽에는 다산초당이 보인다. 서암은 18인의 제자가 기거하던 곳으로, 차를 마시며 밤늦도록 학문을 탐구한다는 뜻에서 다성각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산초당은 제자들을 가르치고 책을 썼던 곳이다. 다산은 18년간의 강진 유배생활 중 11년을 다산초당에 머물며 후진 양성과 실학 집대성에 힘썼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600여 권의 저서의 산실이기도 하다. 이름은 지붕을 새끼를 이어 만들었다 해서 다산초당이지만 1957년 복원하면서 기와를 올렸다. 그래서 현재 이곳의 정확한 이름은 다산와당(瓦當)인 셈이다.

호남대로의 흔적  삼남길서 역사와  자연에 몸 맡기다, 그리워 문득 찾아간 그곳 다산 정약용 선생 숨결이…

다산초당, 사의재, 수백 년 된 소나무를 오르는 청설모, 눈 사이에 핀 꽃(왼쪽부터).

다산초당 주변의 다산4경

다산초당 주변에는 다산4경이 있다. 다산이 해배(解配·유배에서 풀려나는 것)될 때 썼다는 정석(丁石, ‘정약용의 바위’란 뜻)의 글씨가 새겨진 정석바위, 다산이 찻물을 받았던 샘물 약천, 차를 우려 마셨던 널따란 바위 다조, 그리고 직접 해변가에서 돌을 날라 만든 연못 연지석가산이다. 약천에서는 지금도 물이 나오고, 연지석가산은 여전히 아름답다. 다조 옆에 서 바라보니 멀리 강진만이 눈에 들어온다. 손 대장은 “간척 사업을 한 뒤 논밭이 들어섰지만 옛날에는 이 앞까지 바다였다”고 말한다. 강진만과 다산이 살았던 한양의 한강의 잔잔한 물결이 닮았다고 하니 그리움이 애달프다.

연지석가산을 지나 동암에 이른다. 동암의 다른 이름은 송풍루(松風樓). 다산이 저술에 필요한 2000여 권의 책을 갖추고 손님을 맞았던 곳이다. 초당에 있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며 집필에 몰두했다. 다음은 천일각(天一閣)이다. 천일각은 ‘하늘 끝 한 모퉁이’라는 뜻의 천애일각(天涯一角)을 줄인 말이다. 강진군은 1975년 다산이 흑산도로 유배 간 형님 정약전이 그리울 때면 이 언덕에 서서 강진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으리라 생각해 천일각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백련사로 가는 오솔길이 나온다.

백련사로 가는 길은 유서가 깊다. 다산은 초당에 머물면서 백련사에 기거하던 아암 혜장선사와 우정을 나누었다. 혜장선사가 열 살 어렸지만 둘은 차를 마시며 학문을 논하던 서로의 스승이자 제자였다. 저 너머 백련사가 있다고 생각하니 발길이 빨라진다. 숨이 가빠온다. 다산이 혜장선사를 만나러 이 길을 걸었다고 생각하자, 반가운 벗이 있는 곳에 달려가는 그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도 이처럼 바쁜 마음이었을까. 둘의 우정은 남달랐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혜장선사가 요절했기 때문이다. 다산이 쓴 글에서 혜장선사에 대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삼경에 비가 내려 나뭇잎 때리더니

숲을 뚫고 횃불이 하나 왔다오.

혜장과는 참으로 연분이 있는지

절간 문을 밤 깊도록 열어놓았다네.”

드디어 오솔길 정상이다. 오른쪽에 강진만을 둘러볼 수 있는 해월루(海月樓)가 있다. 얼음이 얼어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내려가자 눈 덮인 겨울 땅이 끝나고 양지바른 자리가 나오더니 야생 녹차밭이 펼쳐진다. 흰색과 대비되는 짙은 녹색이다. 여기서 백련사를 가려면 동백림 숲을 뚫고 지나야 한다. 지나가는 길에는 스님의 부도가 서 있다. 이른 봄 동백숲이 온통 붉은빛으로 휩싸이고 부도 위로 동백꽃이 떨어질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백련사에 당도하니 대웅전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돌담에 기대앉아 앙상한 백일홍을 보며 한숨 돌린다. 백련사는 만덕산에 있어 ‘만덕사’라 부르기도 한다. 무염 스님이 839년 통일신라 때 창건했다. 백련사의 첫째 자랑은 절을 둘러싼 천연기념물 제151호 동백림이다. 겨울 풍경도 아쉬울 것 없으나 동백꽃 피는 봄에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한다.

백련사·사의재·영랑 김윤식 생가 들러볼 만

이제부터의 길은 선택이다. 백련사에서 내려와 오른쪽의 늦봄대안학교를 끼고 다시 마을로 가 유물전시관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늦봄대안학교 갈림길에서 그대로 내려와 철새도래지까지 걸어가면 제방길을 따라 강진읍내로 나갈 수 있다. 철새도래지와 갈대숲을 볼 수 있는 제방길을 걷는 데는 1시간 남짓 걸린다. 손 대장은 “평지라 걷기 좋지만 1시간 이상 걸으면 지루하다는 평이 많고, 화장실이 없어 불편하다”고 말한다.

갈대숲은 제방길 끝 무렵에 있는데 그곳엔 남포다리가 있다. 제방길을 따라 남포다리까지 걸어도 되고, 우회도로로 차를 몰아 갈대숲만 보고 와도 된다. 차를 타고 가면 탐진강과 강진만이 합쳐지는 광경과 철새의 군무를 멀리서만 바라봐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진군은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를 지나 사의재, 영랑생가로 가는 문화생태탐방로를 만들었지만 제방길을 나와 남포다리부터는 길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이 길을 만드는 데 참여한 손 대장이 없었다면, 길을 찾을 엄두도 못 낼 정도다. 오늘 도보의 종착점은 사의재다. 사의재는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 와 처음 묵은 주막집이다. 다산은 이곳에서 절망과 좌절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다잡고자 주막집 한쪽을 사의재라 이름 붙이고 마을 아이들을 모아 가르쳤다. 다산의 시 ‘우래’ 중 한 구절이 햇볕을 받고 서 있다.

“천 명이 술에 취해 떠드는 속에 단정한 선비 하나 의젓하게 있고 보면 그들 천 명이 모두 손가락질하며 그 한 선비야 미쳤다고 한다네.”

호남대로의 흔적  삼남길서 역사와  자연에 몸 맡기다, 그리워 문득 찾아간 그곳 다산 정약용 선생 숨결이…
사의재에서 강진경찰서, 강진군청 뒤를 따라 걸어가면 영랑생가가 나온다. 현대시 문학의 선구자 영량 김윤식이 나고 자란 곳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아름답고 따뜻하고 구수하고 부드러운 남도 서정시풍을 꽃피웠던 곳이다. 생가의 사랑채에 앉아 그의 시를 읊어보는 일도 도보여행의 또 다른 백미다. 영화 ‘취화선’을 비롯한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 Basic info. ]

☞ 교통편

버스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출발해 강진으로 간다. 1일 6회 운행, 5시간 소요.

자동차 | 경부 호남고속도로 - 양재IC → 광산IC → 나주 → 영암 → 성전에서 2번국도 → 강진 → 목리IC → 다산초당 방향

서해안고속도로 - 서서울IC → 목포IC → 영산강 하구둑 따라 2번국도 → 강진 → 목리IC → 다산초당 방향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369번지

☞ 코스

다산유물전시관 → 다산초당 → 백련사 → 철새도래지(제방길) → 강진읍 → 서의재 → 영랑생가(15km)



주간동아 2011.01.31 773호 (p28~33)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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