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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탱글탱글 서해안 굴 실종사건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탱글탱글 서해안 굴 실종사건

탱글탱글 서해안 굴 실종사건
겨울, 굴 철이다. 식당마다 굴을 낸다. 그런데 옛날의 그 진한 맛의 굴이 아니다. 큼직함에도 맛이 많이 비었다. 굴 산지 여기저기에 전화를 해봤다. 답답한 일이 많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굴은 참굴, 강굴, 벗굴, 털굴, 바윗굴, 세굴, 토사굴, 중국굴 등 8종에 이른다. 우리가 흔히 먹는 것은 참굴이다.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자생한다. 양식을 하는 굴도 참굴이다.

굴은 자라는 환경에 따라 크기와 맛에 큰 차이가 난다. 물론 자연산 굴이 가장 맛있다. 굴은 조간대에서 자란다. 조간대란 간조 때는 바깥에 노출되고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는 개땅 구역을 말한다. 그러니까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굴은 조수 간만의 차로 하루에 두 번 바깥에 노출된다. 자연산 굴은 햇볕에 말려지고 바닷바람에 씻기면서 그 맛이 깊어진다. 또 크기는 잘고 육질은 단단하다.

양식 굴은 키우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고, 그 방법에 따라 맛 차이가 있다. 먼저 수하식 양식 굴이 있다. 바다에 부표를 띄우고 굴이 붙은 발을 바다에 내려 키운다. 이 양식 방법은 굴이 자라는 동안 바깥 공기와 햇볕에 노출되지 않는다. 지주식 양식도 있다. 조간대에 기다란 나무를 박아 굴을 붙여 키우는 방법이다. 지주식은 자연산처럼 하루 두 번 간조 때 바깥에 노출된다. 이 지주식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가장 고전적인 양식법이다.

수하식으로 굴발을 걸기는 하지만 조간대에 이를 설치하는 간이수하식도 있다. 모양은 수하식이지만 지주식과 비슷한 환경에서 양식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투석식이다. 개땅에 돌멩이를 던져 넣어 이 돌에 굴을 붙이는 방법이다. 이름만 양식이지 투석식은 자연산과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수평망식 양식법을 일부 시도하고 있다. 조간대에 평상을 펴서 그 위에 굴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굴은 아직 흔하지 않다.

양식 굴을 자연산과 얼마나 가깝게 자라는지에 따라 순서를 정하면 첫째는 투석식, 두 번째는 지주식과 간이수하식, 그리고 마지막이 수하식이라 할 수 있다. 맛의 순서는 물론 자연산과 얼마나 가까운 환경에서 자라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수하식이 가장 맛없는 것이 된다. 대신 이 양식의 장점(?)은 굴이 빨리 자란다는 것이다. 지주식 등에서 2년 정도 키워야 할 크기의 굴이 수하식에서는 1년이면 다 자란다.



투석식, 지주식, 간이수하식은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개땅이 넓게 펼쳐지는 지역에서 양식을 한다. 그러니까 서해안에 이런 양식장이 많다. 반면에 남해안은 수하식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굴맛 좀 안다는 사람들은 서해안 굴을 찾는다.

요즘 맛있는 굴을 찾기 어렵다. 서해안의 투석식, 지주식, 간이수하식 굴이 시장에 안 보인다. 그 첫째 까닭은 2007년 태안 유조선 침몰 사고의 여파다. 태안반도 일대는 지주식과 간이수하식 굴 양식장이 크게 형성돼 있었다. 당시 기름 유출 사고로 이 굴 양식장이 폐허가 됐다. 혹시나 하고 사정을 알아보니 아직 복구되지 못했다. 간월도를 비롯한 서산 일대에서는 투석식 양식을 많이 한다. 여기는 지난여름 태풍으로 굴 양식장이 피해를 입었다. 큰 파도에 어린 굴이 많이 휩쓸린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식당이며 시장에 보이는 것은 거의가 남해안의 수하식 굴이다. 그렇다고 남해안 수하식 굴이 아예 맛없다는 것은 아니다. 서해안의 투석식, 지주식, 간이수하식의 굴에 못 미친다는 말이다.

음식은 자연에서 얻는다. 자연에서 멀어질수록 음식의 맛은 못하며, 자연이 파괴되면 그 음식조차 먹을 수 없게 된다. 밥상을 보면 자연을 알게 된다. 또 자연을 걱정하게 된다. 태안의 맛있는 굴을 언제나 먹을 수 있을지….



주간동아 2011.01.17 771호 (p68~68)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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