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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빈둥빈둥 하루 때우고 2만6000원

공공기관 방학 알바는 ‘꿀바’…취업 능력 향상 없는 예산낭비 여론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빈둥빈둥 하루 때우고 2만6000원

빈둥빈둥 하루 때우고 2만6000원
16대 1. 대학 인기학과의 경쟁률이 아니다. 서울시 등 공공기관에서 방학 때마다 뽑는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전산 추첨으로 이루어지는데 2년 연속 경쟁률이 16대 1을 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3월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www. albamon.com)이 대학 새내기 4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하고 싶은 아르바이트’로 뽑혔을 정도. 이 때문에 “시청 방학 알바 되기가 관공서 취직만큼 어렵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2년 연속 16대 1의 경쟁률

이번 겨울방학에도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대학생 2367명을 모집, 2011년 1월 6일부터 5주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다. 이들은 서울시청과 산하 사업소 등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6시간씩 주 5일 근무하며 행정업무 보조를 비롯해 민원안내,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지원할 예정. 일급은 중식비를 포함해 2만6000원이다.

공공기관 아르바이트에 지원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원자 및 경험자들은 △시간당 최저임금(4110원)보다 시급(4300원)이 높고 △방학 동안에만 해 학기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등과 달리 사무실에서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시청, 구청의 공공기관 ‘알바’(아르바이트)가 ‘꿀바’(꿀처럼 달콤한 알바)로 등극한 이유는 바로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 이도 적지 않았다.

여름방학에 K구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A씨는 “한 달 넘게 구청에서 한 일이라곤 신문 읽고 컴퓨터 하고 영어단어 조금 외우며 빈둥거린 것뿐이다. 아쉽게도 구청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때때로 기사 스크랩, 서류 정리, 서류 번호 확인 등 단순업무를 하기도 했지만 이마저 거의 일감이 없어 사무실에서 개인 일을 보았다. 그는 “시청 알바와 구청 알바의 차이점이라면 구청 알바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시청 알바는 좀 더 먼 곳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청에서 근무한 B씨 역시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따금 화분에 물이나 주고 민원인이 버리고 간 쓰레기 주운 게 전부”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인력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 서울시 등 공공기관도 할 말은 있다. K구청에서 근무하며 4년 넘게 아르바이트생을 겪어본 공무원 C씨는 “5주 동안 일을 가르쳐서 써먹을 수도 없고 대학생들은 전문지식도 없어 이용할 방법이 없다. 오히려 그들이 오면 일을 찾아서 줘야 하고 모멸감을 느끼지 않게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빈둥빈둥 하루 때우고 2만6000원

취업박람회 입장을 기다리는 청년들. 공공기관 ‘알바’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까.

이렇게 5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면 학생당 60만 원 정도 받는다. 단순히 계산해도 서울시 등 공공기관이 학기당 지출하는 임금은 13억 원이 넘는다. 이 밖에도 교육비용, 선정비용 등을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진다. 한 구청 관계자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정원의 20% 정도는 환경이 어려운 학생 위주로 뽑기 때문에 장학금 명목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기술도 없고 능력도 없는 대학생이 조직문화를 경험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 역시 교육이다”고 말했다. 모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그 예산으로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통해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취업,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면 60만 원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여론에 휘둘려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12.13 766호 (p58~58)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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