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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무너진 감시체계 속수무책 당했다! 10

포격 견뎌낸 한국 경제, 추가 도발 땐 초대형 악재

당초 우려와 달리 제한적 영향 … 이전 도발과는 강도 달라 시장 예의주시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포격 견뎌낸 한국 경제, 추가 도발 땐 초대형 악재

포격 견뎌낸 한국 경제, 추가 도발 땐 초대형 악재

연평도 포격 다음 날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크게 요동쳤으나 하루 만에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민통선 안쪽 민북마을로 이사 가는데 검문소를 어렵게 통과해야 했다. 이사 간 첫날 밤에는 ‘새로 온 황호탁 가족의 입주를 환영합네다’ 하는 대남방송이 흘러나왔다.”(임동헌 ‘민통선 사람들’)

분노와 불안이 교차하는 민통선

11월 24일 서울에서 3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를 거쳐 43번 국도로 들어섰다. 포천 방면으로 2시간을 내달리자 강원도 철원 민간인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이 나타났다. 남북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밴 민통선. 휴전선이 그어진 이듬해인 1954년 정부는 군사작전과 군사시설 보호를 위해 남방한계선(DMZ) 남쪽 5~20km를 민통선으로 정했다. 일반 차량보다 군용 지프가 많이 지나가는 이곳은 주민들의 생활이 엄격히 통제된다. 특히 외지인은 민통선을 지나려면 검문소에서 군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어둑해질 무렵이면 출입이 제한된다.

민통선 앞 바리케이드 사이로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전날 있었던 연평도 포격 때문에 군인들의 검문검색은 평소보다 삼엄했다. 군인들은 지나가는 차를 일일이 세워 신원 확인을 했다. 말을 아낀 채 검문검색에 응하는 마을 주민들의 표정에선 긴장감마저 흘렀다. 군 관계자는 “민통선이다 보니 평소에도 검문검색이 엄격하다”며 “연평도 포격 이후 더욱 철저하게 경계를 서고 있다. 검문소 앞에 초소를 하나 더 만들고 바리케이드 등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검문소에서 ‘민통선 임시출입자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민통선 내부로 들어갔다. 철원군 근남면 마한리는 불과 수km를 두고 북한과 맞닿은 최전방이다. 6·25전쟁 당시 인근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탓에 어느 곳보다 북한의 존재가 실감 나는 마을이다. 이곳에서도 오늘의 화제는 단연 연평도에서 있었던 북한의 도발이었다.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무차별적 공격에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최수명(76) 씨는 “천안함 사건도 모자라 이북 놈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며 “손자 같은 젊은 군인들이 전사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효성(82) 씨도 “북한에 다 퍼주고 이렇게 당하기만 한다”며 최씨의 말을 거들었다.



“직접 6·25를 겪어서 북한군이 얼마나 잔인한지 안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다.”

마을회관 앞에 모여 한바탕 성토를 벌였던 이들도 해가 저물자 하나 둘 자리를 떴다. 순식간에 마을 전체는 적막함으로 가득 찼다. 비록 집으로 돌아갔지만 모두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분노가 지나간 자리를 두려움이 채웠다. 주민 이외준(62) 씨는 “이북이 가까이 있으니깐 겁이 난다”며 “(추가 도발이 있을까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분노와 두려움이 뒤엉킨 채 민통선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분노와 공포는 비단 민통선 주민들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군인은 물론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대한민국 전역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연평도에서 속속 인천 연안부두로 들어오는 장면을 TV에서 지켜봤다는 박정준(52) 씨는 “북한이 민간인을 상대로 해안포를 발포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자칫 전쟁이라도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불안해했다.

허위 루머에 불안감 고조

포격 견뎌낸 한국 경제, 추가 도발 땐 초대형 악재

연평도와 가까운 일부 인천 지역에서 라면, 생수 등 생필품 매출이 증가했으나 전국적으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파고들고 ‘연평 도발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북한의 해안포 공격 소식이 알려진 11월 23일 오후, 몇몇 사람의 휴대전화에 예비군 징집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수신됐다. ‘{긴급} 비상사태 진돗개 1호 발령 각 동대로 집결 바랍니다’ ‘현 시간부로 동원령 선포 52예비군사단 집결 요망’이라는 메시지였다. 이 중 상당수는 발신자가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번호로 찍히면서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인터넷에 글을 올리거나 국방부로 문의전화를 걸었다. 국방부는 즉각 징집 메시지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경찰은 허위 메시지 유포자들을 붙잡아 수사를 벌였다.

여기에 외신을 타고 ‘김정일 사망설’까지 날아들었다. 로이터통신의 금융잡지 ‘IFR’은 11월 23일 싱가포르발 기사에서 김정일이 사망했다는 루머가 나돌고 시장에 혼란이 빚어졌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트위터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을 거쳐 국내 누리꾼 사이에 빠르게 확산됐다.

‘예비군 징집설’ ‘김정일 사망설’ 등 허위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검찰과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퍼뜨리면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영만 대검 공안기획관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허위사실을 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유포해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선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연평도와 가까운 인천 일부 지역에선 한때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지만 전국적인 생필품 사재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학생 조혜영(25) 씨는 “북한의 도발이 매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다”며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게 정부가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안감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도 흔들리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24일 하루 동안 크게 요동쳤다. 11월 24일 장 시작과 함께 코스피는 전일 대비 45.02포인트(2.33%) 내린 1883.92, 코스닥은 21.42포인트(4.19%) 내린 490.16으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37.5원 오른 1175원에서 출발했고,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0bp를 넘어섰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국내 금값은 사상 최고치(소매가 22만4000원 선)까지 올랐다. 국제금융시장은 더 크게 출렁거렸다. 아일랜드 재정위기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는 소식에 한반도 긴장 고조 소식이 더해지면서,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42.21포인트(1.27%) 하락한 1만1036.37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7.07포인트(1.46%) 내린 2494.95를 기록했다.

경제합동반 비상체제 가동 적극 대응

포격 견뎌낸 한국 경제, 추가 도발 땐 초대형 악재

연평도 포격 이후 군은 경계를 한층 강화했다. 또한 검찰과 경찰은 허위 루머에 엄중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11월 24일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선 이번 사건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사태 전개에 따른 정책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경제 분야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금융시장·수출·물가 등 각 부문의 동향을 살피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신속하고 철저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통상적인 시장안정 장치로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나, 금융감독원과 매일 금융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우려와 달리 국내 증시는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6포인트 떨어진 1925.98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도 500선을 지켜내면서 전날보다 6.26포인트(1.22%) 내린 505.32에 장을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들이 주식 매수 폭을 늘리면서 낙폭의 대부분을 만회했던 것. 외국인들도 지속적으로 자금량을 늘리면서 183억 원 순매수했다. 특히 선물시장에선 외국인이 5723계약을 순매수한 데 힘입어 ‘코스피200지수 12월물’은 전일보다 4.30포인트, 1.73% 상승한 252.30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가 장기간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 적은 없다”며 “이번 역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제1차 연평해전 당시에도 증시는 일시적으로 폭락했지만 차츰 과거의 상승세를 회복해 20일 후에는 오히려 23포인트 상승했다. 대신증권 최재식 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일시적이란 전제 아래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일시적일 것이다. 투자자들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증시가 상승 추세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 뒤에는 원래 추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해교전과 천안함 사건 등이 벌어졌던 과거에는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정치적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해 한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일단 연평도 포격사건과 관련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P의 국가신용등급 담당인 존 체임버스 이사는 “이번 사건이 한국의 국제수지나 여타 신용측정 지표를 훼손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계는 금융과 수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며 엄중한 대처로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 대기업들은 해외 투자자와 바이어를 진정시키면서 연평도 포격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11월 24일 삼성전자는 해외 투자자와 거래처를 대상으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따른 한국 경제계와 시장의 동요는 단기적인 것으로 더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지법인과 딜러망을 통해 차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하고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리스트’ 불구 펀더멘털 탄탄

일단 기업들은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 24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재한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 도발로 (한국 경제에) 단기 영향은 예상되나 추가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면 장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북한 리스크’에도 한국의 경제적 펀더멘털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는 데다 재정 건전성도 높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면서 외환보유액도 10월 말 현재 2933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어디까지나 추가 도발이 없으며, 확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뒤집어 보면 향후 사건 전개 여하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전문위원은 “연평도 포격은 이전까지의 도발과는 강도가 다르다. 외국 자본들의 시각에선 ‘한반도가 이제는 다른 형태의 도발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북한의 도발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되풀이될 경우 한국경제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의 증시나 경제변수에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반영돼 있다. 도발이 ‘원샷 게임’이라면 순간의 출렁임은 있겠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온다. 경제주체의 기대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피트 게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이 도발을 하고, 거기에 한국 정부가 대응을 하는 일이 반복되면 결과가 무엇이겠느냐? 북한과 크게 전쟁을 벌여 둘 중 한쪽이 망하는 것밖에 없다. 전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피해와 통일 비용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면 경제주체들의 예상이 바뀌게 된다. 그럴 경우 북한이란 지정학적 변수는 경제에 초유의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탈북자들도 북한의 만행에 분노

“오랫동안 준비한 도발 … 가만 놔두면 서울 공격할 것”


북한 내부에 있었기에 북한의 심중을 가장 잘 이해하는 탈북자와 탈북자단체는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승승장구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주민들 원성이 자자하다. 북한은 그 불만을 돌릴 ‘출구’가 필요해 이번 공격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선 겨울 식량이 동나 집단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남한이 G20을 개최하고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가 이뤄지는 등 승승장구하자 못마땅해했다는 것. ‘(사)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김영일 대표는 “도발적인 공격이 아니라 김정일이 결정해 오랫동안 준비한 공격일 것”이라며 “결국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쇼”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 공격에 대한 남한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게 탈북자 출신 지식인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김형덕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북한이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우리는 선(善)’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키려면 강력한 공격으로 버릇을 고쳐놨어야 했다. ‘확전은 안 하나 확실하게 대응하라’는 정부의 발언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NK지식인연대 김 대표 역시 “3·26 천안함 사건 이후 올해 두 번이나 노골적 군사공격을 감행한 북한이 다시는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며 “가만 놔뒀다간 만만히 보고 훗날 서울에 자주포 공격을 할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B정권 대북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김형덕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이런 때일수록 교류협력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몸 안의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면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북한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니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러려면 대북지원을 통한 북한의 자본주의화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반면 NK지식인연대 김 대표는 “개성공단 사업 등 인도주의적인 개발협력사업을 즉각 중지하고 DMZ 대북심리전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일 대표 역시 “북한의 체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일은 또 일어난다. 그동안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면 한반도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던 낙관주의자들은 이번에 혹독히 깨달았을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므로 김정은 후계 계승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주간동아 2010.11.29 764호 (p36~39)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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