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5

2010.09.20

도박 중독의 늪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09-17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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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는 즐겨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고정 MC는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 신정환. 자칭타칭 ‘예능 2인자’인 4인방이 패널들에게 독설을 쏘아대는 것을 콘셉트로 합니다. 먹고 먹히는 4인방 간의 권력구도도 쏠쏠한 관전 포인트인데요. 이 중 신정환은 형들의 공격에 쩔쩔매다가도 금세 깐죽거리는 막내 캐릭터로 활약했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금 필리핀발(發) 도박 스캔들에 휘말렸습니다.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한데요. 바로 ‘뎅기열’ 자작극 때문입니다. 팬카페에 현지 입원 증거 사진을 올리며 잠적 이유를 설명했지만, 곧 거짓말이 탄로 난 것이죠. “새 삶을 사는데 의심받아서 억울하다”는 글을 믿었던 팬들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후 행보입니다. 현지로 날아간 몇몇 언론사는 그가 여자친구에게 빌린 3000만 원을 추가로 도박에 탕진했고, 귀국 의사 없이 자포자기한 모습이라고 보도했죠. 소속사도 그와 연락 두절된 상황을 전하며 이런 부분을 인정했습니다.

    그를 보는 국민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공인으로서 무책임하다. 대국민 사기극이다”는 책망이 대세지만, 간간이 “도박중독 환자를 대하는 마음으로 격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입니다. 더불어 방송인의 거액 출연료, 연예인 공인론, 공정사회 등 파생 해석이 쏟아지고 있고요.

    도박 중독의 늪
    일전에 20여 년 도박중독자에서 치료사로 변신한 분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촉망받는 고급 공무원이던 그는 공금횡령으로 고소당한 뒤에야 도박에서 손을 뗐죠. 그러는 사이 직업, 재산, 가족 모두를 잃었고요. 중독자들은 ‘그것’에서만 살아 있음을 느끼기에 대부분 이런 패턴을 보인다고 합니다. 중독이 찾아드는 배경은 공.허.함. 이번 사건을 보며 ‘내면으로 돌아가자’는 진부한 원칙을 떠올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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