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2

2010.08.30

‘재즈 선율’에 실린 여름 추억

  •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65@dreamwiz.com

    입력2010-08-30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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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선율’에 실린 여름 추억

    6인조 세란재즈오케스트라의 야외 공연.

    서울 성북구 장위 2동 장위초등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야외 특설무대. 처서를 이틀 앞둔 주말 저녁임에도 폭염은 누그러질 기미가 없었고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매사에 의욕을 잃었다. 나눔예술 무대에 재즈 공연이 첫선을 보이는 자리였지만 관객의 호응도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6인조 세란재즈오케스트라가 재즈 명곡 ‘모 베터 블루스(Mo’ Better Blues)’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운동장의 관객은 금세 하나가 됐다.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등 귀에 익은 재즈곡이 잇따라 연주되면서 공연 분위기는 어느새 절정으로 치달았다.

    삼삼오오 친구, 가족과 함께한 관객들은 저마다 편안한 자세로 재즈를 감상했다. 특히 재즈리듬에 맞춰 품 안의 아이를 다독이는 한 주부의 모습이 정겨웠다. 여성 보컬이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재즈풍으로 부르자 객석 여기저기서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책 삼아 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는 70대 할머니는 “재즈음악은 잘 몰라도 분위기는 그런대로 좋았다”며 감상평을 전했다.

    붉은 해가 서산에 걸릴 때쯤 한 시간의 공연은 아쉬움 속에 마무리됐다. 세란재즈오케스트라 보컬 이경림 씨는 “날씨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주민들이 많이 찾아줘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대중적인 선곡이어서 호응이 괜찮았고 재즈를 즐기려는 관객이 적지 않아 첫 무대치고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이씨와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초등학생 아들과 공연을 지켜본 한 주부가 달려와 사인을 요청했다. 나눔예술과 처음 같이 한 재즈 공연이 나름의 성과를 거뒀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TIP

    ‘나눔예술’ 홈페이지 클릭하세요

    www.nanumart.com을 클릭하면 공연 소식뿐 아니라 복지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각급 학교, 공연단 등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는 앞으로 개인과 단체가 소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휴먼 네트워크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문화 나눔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원학연 단장

    “음악이 아니라 행복을 전해드려요”


    ‘재즈 선율’에 실린 여름 추억
    흰색 재킷에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나눔예술 공연마다 흥겨운 희망 바이러스를 전하는 이가 있다. 병원, 학교, 장애인복지관 등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서나 플루트 선율이 행복감을 전해준다.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원학연(53) 단장. 그는 10명 안팎의 세종플루트앙상블을 지휘하며 관객의 마음을 치유하는 치료사와 같은 존재다.

    “우리가 가진 작은 재능이 잠시나마 관객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그것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지요. 찾아가는 나눔예술을 펼치고 있지만 공연무대에서 오히려 더 많이 배워요. 특히 자신들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고 집중하는 장애아들을 볼 때면 더욱 그렇죠.”

    원 단장은 관객을 등지고 연주를 이끄는 지휘자의 틀을 깨고 공연 진행과 해설을 하면서 공연장 분위기를 돋운다. 연주 중간 중간 곡명을 묻는 퀴즈를 내고 노래를 시키고 선물을 주며 관객과 함께한다.

    “어우러진다는 건 작은 기쁨이지요. 연주자들도 즐겁고 말이에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나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적이 있는데 자신들의 연주 실력으로 객석과 또 다른 문화를 나누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공연을 마칠 때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원 단장은 우리 사회가 음악이 주는 기쁨과 함께하길 바란다.

    “예술이 세상을 바꾸진 못할지라도 그 안에서 사회는 좀 더 밝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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