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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2990원 떼이는 세상

휴대전화 소액결제 신종사기 기승…의심나는 문자 삭제가 상책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이승섭 인턴기자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눈 뜨고 2990원 떼이는 세상

눈 뜨고 2990원 떼이는 세상
‘미확인 컬러메일(2)건이 있습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부르르. 한 통의 문자에 몸부림치는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확인되지 않은 컬러메일이 있다는 안내문자가 와 있었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문자가 있었나….’

의구심은 들었지만 여자친구가 보냈나 하는 생각에 확인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비키니를 입은 여자 사진이 나타난다. 분명 여자친구는 아닌데.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종료 버튼을 눌러 휴대전화를 닫았다. 10초가 지났을까. 잠시 후 ‘나를 두 번 죽이는’ 문자가 도착했다.

‘2990원이 청구되었습니다.’



친구가 휴대전화로 사진 파일을 보낸 것처럼 속여 소액결제를 유도하는 사기수법이 유행이다. 이들 신종 사기수법은 △ 친구가 보낸 사진으로 착각한 피해자(휴대전화 소유자)가 확인 버튼을 누르게 하며 △ 3000원 이하 소액결제는 별다른 인증절차 없이 바로 결제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인한 피해액이 2009년 한 해 동안 4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에는 같은 수법으로 3억여 원을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최근에는 그 수법이 더욱 교묘해졌다. 접속과 동시에 과금되는 것이 불법으로 처벌받자, 접속과 사진 확인 사이에 깨알 같은 글씨로 해당 콘텐츠를 소개하는 화면이 나오게 만든 것.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읽어보기란 쉽지 않다. 소액결제 사기 피해자인 손모(29) 씨는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글자를 거의 읽을 수 없다. 글자 크기도 작은 데다, 정작 요금이 얼마 부과된다는 설명은 더욱 안 보이는 곳에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관련 통신업체 모두가 ‘나 몰라라’

상황이 이렇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소액결제 대행업체들은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 업체의 경우 결제 대행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처리 절차는 공개하지 않았다. 소액결제 대행업체인 D사는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한 뒤 해당 업체에 과금 취소 요청을 해주겠다. 문자 수신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탓인지, 이런 문자가 어떤 경로로 오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취소 접수만 받는다. 어쩔 수 없다”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통신사들은 사실상 콘텐츠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막을 권한이 없다며 부가서비스 산업 진입장벽을 낮춘 방송통신위원회에 책임을 돌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법적으로 개방된 망을 이용해서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에 대해 통신사가 간섭할 수 없다. 어느 사업자는 되고 어느 사업자는 안 된다고 결정할 수 없어 일방적으로 (서비스) 차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통신사들은 수많은 문자메시지 중 문제가 되는 내용을 걸러내는 것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컬러메일’처럼 특정 단어를 집어넣는 것으로 차단을 하면 개인의 사적인 컬러메일까지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모바일 화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메시지 앞에 업체명을 밝혔기 때문에 식별이 가능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B모바일 화보 서비스업체 대표는 “앞에 상호가 다 들어가지 않느냐?”며 결코 사기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업체에서 보내는 문자와 일반 문자메시지가 상당히 유사해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원래 회원에게만 문자메시지가 가는데 실수로 피해자들에게 발송됐다. 대량으로 보내다 보니 번호가 한두 개 당겨지거나 미뤄져 잘못 발송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소액결제 사기 문제가 계속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휴대전화 소액결제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후속절차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소액도 모이면 큰 액수가 된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우려되는 만큼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주간동아 2010.08.02 748호 (p66~66)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이승섭 인턴기자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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