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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자발적 국적 포기자만 바보?

‘국적 박탈자 구제’ 이중국적 소급 적용에 포기 각서 쓴 사람들 반발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자발적 국적 포기자만 바보?

자발적 국적 포기자만 바보?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초·중·고등, 대학교를 나온 박규진(28) 씨. 그는 현역으로 군대도 다녀왔지만 ‘군 제대 후 2년 안에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는 국적법에 따라 2008년 12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그리고 2010년 5월, 개정된 국적법에 따라 복수국적 허용 범위가 확대되자 박씨는 한국 국적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에 법무부를 찾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국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저는 대한민국 국적을 자발적으로 포기해서 복수국적을 회복할 수 없고, 기한 내 국적 선택을 안 해서 한국 국적을 박탈당한 사람들만 복수국적을 허용한다더군요. 법을 따른 사람은 내치고, 아니 할 말로 ‘배 째라’ 한 사람들만 구제해주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국적법 개정 전에는 만 20세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 이후 복수국적자가 되면 그로부터 2년 안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했다. 기한 내에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1998년부터 10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17만 명. 같은 기간 내 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선택한 5만 명의 3배가 넘는다.

하지만 올 5월 개정된 국적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에게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서명하고, 남자의 경우 병역을 이행했을 때는 복수국적이 가능하다. 게다가 한국 국적을 선택하려고 외국 국적을 포기했던 사람도 법 시행 5년 이내 외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기한 내에 국적을 선택하지 않아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들에 한해 복수국적을 허용했다. 국적 선택 제도나 기간, 절차 등을 모르고 그 기간을 넘기는 바람에 국적을 잃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다만 박씨처럼 스스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한국 국적을 회복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한국 국적 포기자들은 “국적 선택의 의무를 지킨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말한다. 역시 병역의무를 마치고 2007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이모(27) 씨는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한국 국적 자동소멸’이라는 방법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이다. 자발적 한국 국적 포기자와 사정이 다르지 않은데 왜 그들에게만 특혜를 주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법무부 ‘국민 정서상 불가한 일’

법무부 측은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한다.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의 국적난민과 차규근 과장은 “논의가 있었으나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쓴 사람에게도 국적 회복 기회를 주는 것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과 교수 역시 “한국 국적 유지는 한국인의 도리라 생각하고 외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역차별받지 않도록 법의 형평성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다.

기존 한국 국적 포기자가 다시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우수 외국인으로 한국에 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귀화하려면 국내에 5년 이상(결혼이민자는 2년 이상) 거주해야 하지만,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 외국인재는 국내 거주기간과 관계없이 귀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일반 귀화와 달리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돼 복수국적을 소유하게 된다. 이에 이씨는 “우수 외국인재 귀화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시행된다 해도 우수 외국인 조건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9월 미국으로 떠난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한국 컴퓨터프로그래밍 사업에 뼈를 묻을 생각이었으나 국적법을 둘러싼 국가의 일관성 없는 태도에 실망했다”며 씁쓸히 웃었다. 우수 외국인재를 유치하고 국내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된 복수국적 제도. 17만 기존 국적 포기자에게는 반갑지만 너무 늦어 야속한 소식이다.



주간동아 2010.08.02 748호 (p48~48)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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