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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2억 원 잃었지만 600억 원 회사 가치를 벌었다

매일유업, 커피음료 자발적 리콜 신선한 충격 … 고객 불만 없이 회수 최초 사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2억 원 잃었지만 600억 원 회사 가치를 벌었다

2억 원 잃었지만 600억 원 회사 가치를 벌었다

매일유업이 자발적 리콜을 통해 회수한 ‘바리스타 스모키’ 제품과 신문광고. 7월 29일 회수한 제품을 관계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폐기하고 있다.

‘투명경영’ ‘윤리경영’이 입버릇처럼 강조되는 시대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행위가 처음에는 버겁고 힘들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소비자의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이 당장 잃은 것의 수백 배로 돌아온다는 논리. 하지만 말이 쉽지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잘못을 고백하면 그 기업만 탓하는 ‘한국적 특성’ 아래에선 더욱 그렇다.

10여 년 전 보건복지부는 각 대학병원에 병원 내 감염 현황을 조사, 보고하게 했는데 전국 수십 개의 대학병원 중 단 3곳만이 이를 공개했다. 그러자 공개한 병원의 환자와 보호자 대다수가 “당장 퇴원시켜 달라”며 아우성을 쳤다. 감염 건수를 공개한 이들 병원의 수치는 전국 평균치를 밑돌고, 감염에 대한 관리도 우수한 수준이었지만 의료 소비자들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한 3개 대학병원만 경을 쳤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의 한 잣대가 되는 것이 자발적 리콜제도다. 기업이 제품에 생긴 결함을 미리 관청에 신고하고 직접 수거하는 제도로, 국내에선 주로 자동차업계에서 애용했다. 하지만 말만 ‘자발적 리콜’이지 실제로는 소비자 불만에 못 이긴 회사들이 등 떠밀려 한 게 대부분이었다.

“무조건 쉬쉬” 식품업체 관행에 충격파

7월 15일 각 신문에는 ‘위해식품 등 긴급 회수’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식품위생법 제45조에 따라 아래의 식품 등을 긴급 회수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이 광고는 유업계 매출 1위(자회사 매출 포함)인 매일유업이 최근 출시한 최고급 커피우유 브랜드 ‘바리스타 스모키’ 제품의 자발적 리콜 사실을 알렸다. ‘포장용기의 살균 부족으로 인해 유통기한이 8월 27일, 8월 29일인 제품 전체를 자진 회수한다’는 내용. 매일유업은 전날 자발적 리콜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지만 몇몇 언론만 단신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매일유업의 이번 리콜은 소비자의 불만 표시가 없는 가운데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식품위생법상 자발적 리콜제도가 시작된 1996년 이래, 소비자의 불만신고 없이 이뤄진 식품업계 최초의 자발적 리콜이다. 유업계 사상 전례 없는 일이자, 매일유업 40여 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사실 찬 음료의 매출이 급상승하는 여름철에, 그것도 포장용기의 살균이 부족했다는 점을 알리며 리콜을 실시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매일유업은 자칫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판매가격이 2000원씩 하는 최고급 브랜드 제품에 대해 리콜을 결정했다. 제품의 변질이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일수록 각 식품업체는 문제가 생기면 소리 소문 없이 회수하는 게 관행이었다.

또한 언론을 통해 알려진 식품회사들의 리콜 사례는 소비자의 신고를 받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등 관계 조사기관의 권유나 명령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었다. 말이 ‘자진 회수’지 식약청 공식발표가 있고 언론이 들끓어야 회수에 나섰던 것. 2008년 2월 농심 ‘노래방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가 나왔을 때, 올 5월 삼양밀맥스의 튀김가루에서 쥐의 사체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두 사건 모두 식약청은 해당 제품에 쥐가 들어간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고, 두 업체는 “이물질이 들어간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농심은 ‘생쥐깡’ 사건 이후 공정을 바꾸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수백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매일유업은 소비자의 클레임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원인까지 그대로 공개하며 자진 리콜에 나섰다. 문제가 발견된 지 만 하루 만에 리콜이 이뤄졌지만 그 과정은 긴박했다. 매일유업 경영진이 한 대리점 업주에게서 바리스타 스모키 제품 중 일부에서 윗부분 포장 종이가 약간 부풀어 오른 게 보인다는 보고를 받은 시점은 7월 13일 오후. 경영진은 곧바로 위기대응팀을 가동하고 제조공정 전반의 정밀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2억 원 잃었지만 600억 원 회사 가치를 벌었다

2008년 3월 ‘생쥐깡’ 사건 당시 모습. 농심은 그해 2월 생쥐 머리가 노래방 새우깡에서 발견됐지만 제품 회수를 시작한 것은 한 달 후였다.

우유제품의 경우 멸균처리를 해도 공기가 섞여 들어가면 부패되면서 용기가 부풀어 오르는데, 대부분은 운반과정에서 포장지에 미세한 구멍(핀홀)이 난 게 원인이다. 하지만 문제의 제품에는 미세한 구멍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자체 조사팀은 용기 살균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 결과, 살균액이 뿌려지는 라인 위를 지나던 용기가 쓰러지면서 용기 일부분이 소독액과 접촉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발견됐다. 영업팀은 해당 라인, 해당 시간에 생산된 8만460개 제품의 회수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를 관계기관에 보고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대내외에 공표하느냐 마느냐였다. 임원진 간에도 반대와 찬성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리콜을 반대한 사람들은 “건강에 치명적인 것도 아니고 일부 제품이 소독 안 된 정도인데, 그것도 추정일 뿐인데 굳이 리콜을 해야 하나. 더욱이 조용히 회수하면 되지, 최근 출시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최고가 프리미엄 커피음료의 회수를 온 동네에 소문내서 생채기를 낼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찬성 측은 “당장 코앞을 보지 말고 먼 미래를 봐야 한다. 단 한 번, 한 치의 실수, 아니 그 가능성만 인지돼도 즉각 소비자에게 알리고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 14일 오후 최종결단을 내린 이는 매일유업 최동욱 사장이었다. 그는 반대 측의 임원을 설득하고 눈앞의 이익 대신 소비자의 신뢰를 선택했다. 매일유업은 7월 28일 현재 목표량을 훨씬 웃도는 제품을 회수했고, 이로 인해 2억 원 이상의 손실(유통비용 포함)을 봤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판매 중단된 바코드를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힘이 많이 들었다. 바리스타의 판매매출이 정상화됐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리콜 발표 이후 매일유업의 주가가 3% 이상 뛰었다는 사실이다. 심하게 말하면 2억 원을 잃은 대신 회사 가치는 600억 원 가까이 상승했다. 최동욱 사장은 “제품 품질과 관련된 소비자 클레임이 한 건도 접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콜 사실을 공개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객을 위해 어떤 손해도 감수하겠다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고객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매일유업이 사랑받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객들에 무한 신뢰 가장 큰 선물

CJ제일제당도 2년 전 비슷한 리콜을 한 적이 있다. 2008년 6월 초 인삼음료 ‘한뿌리’를 20억 원어치나 자진 리콜을 했다. 소비자상담실로 ‘맛이 평소와 달리 이상하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은 회사 측이 4일간 원인조사 작업 끝에 제조공정 일부에서 인체에 무해한 미생물인 바실루스 아밀로리퀴페시언스가 들어간 것을 발견하고 리콜 조치를 취했다.

당시 CJ제일제당 내부에서도 “인체에 무해한데 자발적 리콜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이 있었지만 역시 최고경영자의 결단으로 리콜이 진행됐다.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소비자들의 칭찬부터 관계기관, 시민단체들의 격려가 잇따랐다. CJ제일제당 홍보팀 관계자는 “20억 원을 잃었지만 대신 수백억 원에 가까운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 효과를 얻은 것으로 자평한다”고 말했다. 당시 자발적 리콜 결정에 참가했던 CJ제일제당의 한 간부는 “모든 식품업계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실제로 하기까지가 힘들지 해보면 스스로 잘못을 밝히는 게 얼마나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지 알 겁니다. 권고나 명령에 따른 강제 리콜과 달리 자진 리콜은 업체 스스로 자율적인 품질관리를 거쳐 신속하게 문제의 제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소비자에게 떳떳한 기업이 결국 시장의 승자가 됩니다. 이제 쉬쉬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주간동아 2010.08.02 748호 (p42~43)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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