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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특수通’ 부활 그러나 찻잔 속 태풍

검찰 인사 ‘순환배치’ 역진(逆進) 시도 … 알고 보면 가슴앓이 속 빈 이동

  • 유재영 동아일보 출판국 문화기획팀 기자 elegant@donga.com

‘특수通’ 부활 그러나 찻잔 속 태풍

‘특수通’ 부활 그러나 찻잔 속 태풍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검찰 인사가 7월 26일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인사는 MBC ‘PD수첩’ 스폰서 파문의 여파로 대규모 이동이 점쳐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찻잔 속 태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검사장급 인사 등이 면직 처분을 받고 공석이 생겼지만 예상됐던 연쇄이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로선 여러모로 단순하지 않은 인사였음이 분명하다. 검찰은 이번 인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건 등 연이은 수사 실패로 흐트러진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고, 동시에 주요 보직의 수사 기능도 강화해야 했다. 수사와 조직 관리의 필요성이 절실히 대두되던 시점에서 검사장 진급이 예정된 특정 기수 검사들의 효율적 배치도 문제였다. 이번 인사를 두고 온갖 소문이 무성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7월 초 있었던 고검장급 인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검찰 인사의 난맥상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처음에는 일부 승진설이 고개를 들다 이후 기존 인사들의 순환 전보설이 힘을 받았지만, 결국 9명 모두가 유임됐다. 사법연수원 14기로 ‘여러 사건’의 처리를 놓고 마음고생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의 이동설, 박용석 법무연수원장(13기)과 한상대 서울고검장(13기) 간의 ‘맞트레이드’설 등이 제기됐으나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검찰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중수·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도 유임됐다. 당초에는 ‘빅4’의 소폭 인선 가능성이 유력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이동설이 흘러나오면서 실제 다양한 ‘조합’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15기),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14기)은 유력한 이적 대상자로 분류됐으나 결과적으로 ‘설’에 그쳤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이번 인사가 지난해 고검장 승진에 낙마한 연수원 13기 지검장 3명의 진퇴가 뒤늦게 결정된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론적으로 기다리다 때를 놓쳤다는 얘기.

사시 13기 진퇴 여부 혼선 … 구도 틀어져



이렇듯 주요 검사장이 제자리를 지키면서 중간간부 인선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당장 검사장 승진 코앞에 섰다 제자리로 돌아온 연수원 18기가 고민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지검 2·3차장 등의 주요 보직을 다시 18기에게 맡기는 ‘수평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18기 자리로 올라서야 할 19기를 위해 새로운 자리를 만드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검사장 승진에서는 밀렸지만 우수 인력으로 평가받는 18기 인사들을 위해 검찰 내에 대검 선임연구관 자리를 신설한 것. 이 자리엔 강찬우 수원지검 1차장과 문무일 인천지검 1차장, 오세인 서울지검 2차장이 발령났다. 이는 18기의 승진 실패로 자리 찾기에 난항을 겪을 19기를 배려한 인사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일단 인사 적체의 숨통을 어느 정도 틔운 전략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수수사통으로 불리는 18기가 배치된 선임연구관 자리가 사실상 검찰총장의 ‘친위부대’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엔 검사장 승진을 위한 대기 자리 같지만 대검이 그들의 다양한 수사 경험을 썩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이들과 대검의 다른 수사 파트와 업무가 중복되거나, 그로 인해 업무를 조정해야 하는 등 혼선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는 “자리의 성격, 개인 자질 등으로 비춰볼 때 18기 연구관들과 한 기수 아래인 수사기획관의 ‘매치업’이 상당히 어색해 보인다. 검사장 승진 평가에서 1~3등에 드는 연구관들과 대검 수사기획관의 사이에서 대검 중수부장 등 검사장급 부장들이 어떤 행보를 취할까가 검찰 내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관심이 검찰 내에서 일고 있는 것 자체가 조직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수通’ 부활 그러나 찻잔 속 태풍

7월 인사를 계기로 ‘각 분야 전문 수사 검사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으나,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자’는 김준규 검찰 총장의 취임 당시 의도와는 정반대의 인사가 됐다. 6월11일 검찰총장이 ‘전국 검사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작은사진) 김준규 검찰총장.

‘~통’ 주특기 관행 없애겠다더니…

18기 일부가 신설 보직으로 수평 이동하면서 그 아래 기수 인사는 수월하게 전개되는 듯했다. 하지만 19기의 인사 역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서울지검 특수부를 총지휘하는 3차장 자리는 19기 간에 각축전이 벌어졌지만 하마평에 오르지 않은 뜻밖의 인물이 낙점됐다. 당초 이 자리는 우병우 대검 범죄정보기획관(현 수사기획관), 조은석 대검 대변인(서울북부지검 차장), 김강욱 법무부 대변인(서울동부지검 차장)의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창재 대검 수사기획관(서울남부지검 차장)과 봉욱 대검 공안기획관(서울서부지검 차장)이 추가로 거론됐다. 저마다 장관과 총장의 신임이 각별해 예측 불허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지검 3차장 자리에 오른 이는 윤갑근 수원지검 2차장이었다. 검찰은 경쟁자들의 사기를 고려해 이들 모두를 인천, 수원 등 수도권으로 발령을 내지 않고 서울지역 차장으로 임명했다. 그래도 유력 경쟁자들로선 김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검찰 한 관계자는 “자의든 타이든 경쟁자들이 한껏 기대하고 있던 차에 예상 밖 인사가 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검찰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통’들의 귀환이다. 특수와 함께 공안, 금융 수사나 기획 등의 전문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른바 전문 수사 검사들이 본인의 주특기를 되찾은 것. 실제 공안통인 공상훈 서울고검 검사가 서울지검 2차장으로 이동하는 등 ‘~통’의 이적이 적잖았다.

그러나 ‘~통’의 부활은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해 취임 당시 “검찰 수사의 관행에 변화를 주겠다”며 법무부와 대검의 기획 분야에서 주로 근무한 ‘기획통’ 검사들을 사정수사 라인에 전면 배치한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검찰 수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보자”는 ‘김준규식 인사’의 취지가 1년 만에 무색해진 셈이다.

이에 대해 일선 검사는 “외부에는 총장 스스로 강조해온 ‘인사 원칙’을 깬 것으로 비치지 않겠느냐”며 “여러모로 이득 계산이 잘 안 되는 하나 마나 한 인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특수통 원위치’ ‘동기간 순환배치’ ‘선배가 후배 기수 자리에 가는 역진(逆進)인사’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언론을 중심으로 새나오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의명분을 쌓는 데 실패한 속 빈 인사라는 게 검찰 안팎의 지적이다.



주간동아 2010.08.02 748호 (p22~23)

유재영 동아일보 출판국 문화기획팀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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