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8

2010.08.02

팽팽한 긴장 동북아는 어디로 가나

천안함 사건 이후 ‘신냉전’ 구도 심화…北 체제 변환이 최상의 해법

  • 김태현 중앙대 교수·국가대전략연구소 소장 thkim@cau.ac.kr

    입력2010-08-02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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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전개되는 동북아 국제정치가 가관이다. 정부는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일련의 일방적·외교적 조치를 취했다. 남북경협 단절과 북한 선박의 영해 통과 금지, 대북심리전 재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회부 등이 그 일환이다. 최근 동해에서 실시한, 6·25전쟁 이래 최대 규모라는 한미연합군사훈련도 그 연장선에 있다.

    미국도 적극 동참했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양국의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회의)를 열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했다. 북한에 대한 추가적 제재조치도 발표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다. 천안함 사건은 날조된 것이라고 강변하고 군사훈련에 대해 ‘보복성전’을 선언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예상치 못한 것은 중국의 반응이다. 사건 초기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강조해온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노골적으로 북한을 감싸고 나왔다. 중국은 북한을 공격의 주체로 명시한, 의장성명이 아닌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던 우리의 계획을 무산시켰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는 누차 반대 의사를 표명하다가 자체 무력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의 전개에 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과거 소련 시대와 같은 ‘냉전’이 전개되는 게 아닌지, 남북한의 갈등은 결국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 韓-美 훈련에 노골적 불쾌감



    한미 양국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일종의 ‘핵증후군’이라고 본다. 설사 낙후하고 고립된 북한이 생존의 유일한 수단으로 핵무장을 추진했다 하더라도, 일단 핵무장에 들어간 이상 대외정책에서 더 위협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발발을 두려워하는 한미 양국이 자신들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지 못하리라고 북한이 오판하고 있다는 것. 그 결과 북한이 이전에는 감히 못하던 수위의 도발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한미 양국의 판단이다.

    따라서 북한이 ‘오판’하고 있음을 인식시켜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 한미 양국의 1차 목표다. 그러려면 응징적 제재를 통해 도발의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도발을 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취하는 일련의 경제적 제재가 그 일환이다.

    아울러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서는 군사적으로 단호하게 맞설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과시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은 아직 무력한 수준이고, 북한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 확실한 전면전쟁을 한미 양국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의 2차 목표는 좀 더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한데, 북한 체제 또는 적어도 외교정책 결정구조를 변환시킴으로써 북한의 행태를 근저에서 바꾸는 것이다. 선군정치의 구호가 암시하듯 북한의 군부는 흔들리는 체제의 유일한 수호세력이다. 군부란 원래 전쟁을 위해 존재하고 훈련하기 때문에 절충과 타협을 위주로 하는 외교에 익숙지 않다.

    그런데 그 군부가 이제는 초보적이나마 핵무장을 하고, 이로써 더욱 고무돼 외교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군부가 주도하는 외교가 위험하다는 것을 북한 최고지휘부에 인식시켜 그 구조를 바꾸거나 적어도 군부의 기를 꺾도록 하는 것이 한미군사훈련의 목표다. 그래야만 북핵 등 향후의 문제에서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외교 국면에서 중국이 노골적으로 북한을 감싸고 나온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표면적인 이유이기도 한데, 지난해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결의 1874호와 화폐개혁의 혼란으로 크게 흔들린 북한 체제가 더 이상 흔들리면 중국의 이익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은 현 상태에서 북한 체제가 흔들리면 중국 동북지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상징적,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함께 전쟁을 치른 혈맹이라는 점 외에도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다. 그 체제가 실패하면 중국의 체제에 상징적, 정치적 위협이 된다. 순망치한의 안보논리도 작용한다.

    둘째, 국제정치적 효과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은 에너지,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 영향권(sphere of influence)을 확대해왔다. 미국이 사실상 세계를 평정한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약한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는 물론이고 심지어 미국의 텃밭인 중남미에까지 외교적 영향권을 펼쳤다. 그것을 유지하고 확대하려면 그 지역 국가들이 외교적으로 고립될 경우 후견인, 말하자면 ‘대형(大兄)’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된 수단과 이란 등을 감싸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그 역할에 실패하면 현재적, 잠재적 영향권 내 국가들이 자국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을 중국은 우려한다.

    외교적 힘이 곧 국가의 이익

    셋째, 이상 두 가지를 종합한 국제정치의 논리 때문이다. 중국은 한미 양국의 대응이 한반도, 특히 북한에 대해 가진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무시했다고 서운해한다. 북한 체제의 안정을 뒤흔들어 중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미의 외교적 단견에 기인했다고 생각한다면 외교적 항의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목표가 북한 체제의 전복이고, 따라서 중국의 이익에 대한 노골적 침해라고 믿으면 그 항의는 외교적 항의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의 반응을 보면 중국의 인식은 후자로 판단된다. 군사적 조치까지 불사하는 것은 자국의 이익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함이다.

    각국의 이해갈등을 권위적으로 조정하고, 나아가 약소국의 생존을 보호해줄 세계정부가 없는 구조적 조건에서 펼쳐지는 국제정치는 곧 ‘힘의 정치(power politics)’다. 자국의 이익은 힘으로만 지킬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항상 힘을 예비해야 한다. 힘이 바로 국가 이익이다. 외교적으로 힘, 곧 국가 이익은 영향권으로 정의된다. 자국의 영향권을 지키고, 늘리고, 과시하는 것이 국제정치학의 태두 한스 모겐소가 정의한 힘의 정치다. 그것이 국제정치의 핵심이다. ‘관할지역’을 둘러싼 조폭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전개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그 같은 힘의 정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냉전도 그랬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제정치는 크게 달라진 환경, 즉 고도의 경제적 상호의존과 제도적 틀 속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신냉전’이라 보기에는 섣부르다. 향후 정국은 한미 양국의 목표가 북한 체제의 전복이 아니라 변환이며, 그것이 결국 지역정세를 안정시켜 중국의 이익, 나아가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어떻게 납득시키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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