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7

2010.07.26

아무 데나 멈춰서면 거기가 한려수도 전망대…

남해 통영 욕지도

  • 글 ·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입력2010-07-27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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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데나 멈춰서면 거기가 한려수도 전망대…

    1. 욕지도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서산리 삼여.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는 ‘약인욕료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體唯心造)’의 네 문장으로 이뤄진 ‘사구게(四句偈)’라는 게송(偈頌·부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이 있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만약 사람이 삼세(三世)의 모든 부처의 깨달음을 알고자 한다면, 법계(法界)의 성품은 오로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마땅히 직관(直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쉬운 듯하면서도 심오한 이 게송의 첫 문장에서 욕지도(欲知島)라는 지명이 비롯됐다. 어떤 연유로 그런 지명이 붙었는지는 몰라도, 욕지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무념무상(無念無想)의 평정심(平靜心)을 되찾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욕지도는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흩어진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면소재지 섬이다.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7km, 뱃길로는 32km쯤 떨어진 망망대해에 연화도, 상·하노대도, 두미도, 초도 등과 함께 연화열도를 이루고 있다. 면적 28.69km2, 해안선 길이 31km의 욕지도는 연화열도에서 가장 큰 섬인데도 외지인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이렇다 할 만한 관광지가 없는 데다 소매물도, 한산도, 비진도 등 통영에 속한 다른 섬들의 유명세에 눌려 있기 때문이다.

    욕지도행 뱃길은 비교적 편리하다. 출항지가 다양하고 운항편수가 많을 뿐 아니라 뱃길의 풍광 또한 매우 서정적이다. 그래서 80리의 짧지 않은 뱃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은 한려수도의 수려하고 서정 넘치는 풍광에 매료되고 만다. 욕지도의 마을은 대부분 일주도로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총길이가 15km쯤 되는 일주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쪽빛으로 넘실거리는 바다를 굽어보며 달린다. 한적한 그 길을 따라가다 아무 데나 차를 세우면 그곳이 바로 전망대다. 어디서나 한려수도의 깨끗한 바다와 올망졸망 떠 있는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렁이는 바다 위로 솟아오른 3개의 여(礖)

    아무 데나 멈춰서면 거기가 한려수도 전망대…

    2. 서산리의 한 방파제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욕지도에는 외부에 널리 알려진 명소는 없지만, 일주도로를 타고 찬찬히 둘러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풍광을 여럿 만나게 된다. 청사마을과 큰솔구지마을 앞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큰솔구지마을의 장엄하고도 화려한 해돋이, 내촌마을과 외촌마을의 천지를 불사를 듯한 낙조, 해금강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서산삼여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삼여마을 아래 바닷가에 불쑥 솟은 서산삼여는 욕지도를 대표하는 절승이다. 까마득한 해안절벽과 시퍼렇게 일렁이는 바다, 수면 위로 뾰족이 솟아오른 3개의 여(礖·물에 잠긴 바위)가 한데 어우러져서 장관을 이룬다.



    바위로만 뒤덮인 욕지도에는 모래해변이 거의 없다. 유동·덕동·흰작살 등의 해수욕장에도 어김없이 주먹만 한 몽돌이 깔려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곳은 300m가량의 아담한 몽돌해변으로 이뤄진 덕동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앞바다에 떠 있는 섬이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재워주기 때문에 물결이 잔잔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더욱이 파도와 몽돌이 서로 덮치고 쓸리면서 쏟아내는 해조음에 귀 기울이노라면 괜한 객창감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워낙 외지고 한적한 이곳에서 해조음은 유난히 크고 청아하게 들린다.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밤이라면 금방이라도 우수수 쏟아져내릴 듯한 별빛과 은하수가 밤바다의 정취를 더욱 깊고 그윽하게 돋운다.

    아무 데나 멈춰서면 거기가 한려수도 전망대…

    3. 큰솔구지마을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해돋이. 거제도 위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이다.

    ‘화엄경’에서는 부처의 음성도 해조음이라고 한다. 바다의 파도소리처럼 크고 우렁차서 누구에게나 고르게 들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처의 음성과 해조음은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위무(慰撫)해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욕지도라는 지명을 ‘화엄경’에서 따온 것도 이 해조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여/행/정/보

    ●숙박

    근래 욕지도에는 펜션 같은 고급 숙박시설이 대거 들어섰다. 여름 피서철에는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욕지항 주변에 현재펜션(055-641-0104), 김선장펜션(055-642-0793), 부산여관(055-642-5209) 등 숙박업소가 많다. 청사마을의 욕지피서원펜션(010-3003-6590), 유동마을의 욕지도노을펜션(010-4561-5056)과 느티나무펜션(011-413-2910), 동항리 야포마을의 등대리조트(055-641-6285), 덕동해수욕장 부근의 돌고래민박(055-641-0393)과 욕지도펜션리조트(010-9383-6977), 도동마을의 욕지도드람펜션(055-642-1175), 목과마을의 흰작살민박(011-9523-7000) 등이 비교적 시설이 좋다.

    ●맛집

    욕지항 선착장 근처의 한양식당(055-642-5146)은 싱싱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가 맛이 좋으면서도 값은 저렴한 해물짬뽕 하나로 유명세를 누리는 곳이다. 이 해물짬뽕 맛을 보기 위해 욕지도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밖에 욕지항에는 뱃머리횟집(055-643-5850), 늘푸른횟집(055-642-6777)을 비롯한 횟집이 많다. 어느 집을 찾아가나 메뉴, 맛, 가격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도 식사를 차려준다. 욕지항에는 농협 하나로마트, 식육점, 슈퍼 등의 상점이 많아서 부식이나 반찬거리를 구입하기가 쉽다.

    교/통/정/보

    ●통영↔욕지도/ 통영여객선터미널↔욕지도 간에는 욕지해운(통영/055-641-6181, 욕지/055-641-6183)의 욕지고속카페리호, 삼덕항(통영 미륵도)↔욕지도 항로에는 욕지영동고속(삼덕/055-643-8973, 욕지/055-641-3734)의 카페리호가 수시로 운항한다.

    ●섬 내 교통

    욕지도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1대뿐인 시내버스는 주로 여객선의 도착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택시는 없다. 되도록 차를 싣고 들어가는 게 좋다.

    아무 데나 멈춰서면 거기가 한려수도 전망대…

    4, 5. 아담한 몽돌해변으로 이뤄진 덕동해수욕장. 6. 욕지도 큰솔구지마을 부근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두미도와 연화열도의 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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