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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제 모든 권력과 돈은 뉴스 생산 미디어로 통한다”

아이폰 전도사 드림위즈 이찬진 대표 “전자 세계 자치구, 콘텐츠가 최고의 무기”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이제 모든 권력과 돈은 뉴스 생산 미디어로 통한다”

“이제 모든 권력과 돈은 뉴스 생산 미디어로 통한다”
지난해 연말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가장 바빴던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드림위즈 이찬진(46) 대표다. 그는 ‘아이폰 전도사’라 불리며 트위터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이폰이 가져올 변화와 대응전략을 설파했다. 지난 2월 말 스마트폰과 관련해 처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아이폰 얘기는 정말 많이 했다”며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그때 얘기하자”는 말로 고사했다. 4월 3일 마침내 미국에서 차세대 태블릿PC인 아이패드가 출시됐다. 출시 하루 만에 70만 대가 판매될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4월 12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이 대표와 마주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아이폰을 꺼내면서 “얼마나 오래 사용했는지 손목에 쥐가 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패드는 이보다 무거울 텐데 걱정이 된다며 ‘푸념’도 털어놨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는 아이패드와 미디어 구조의 변화, 격변기의 대응전략 등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아이패드 판매보다 파장이 더 중요

일단 아이폰, 아이패드 출시에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 열풍이 가져올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자며 얘기를 시작했다.

“아이패드가 과연 얼마나 팔려야 우린 (아이패드가) 성공했다고 평가를 내릴까요?”



아이폰을 ‘손안의 PC’라고 일컫지만 기본적으로 휴대전화에 속한다. 연간 10억 대가 팔리는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1%만 팔려도 1000만 대다. 시장의 모수가 크기 때문에 아이폰 역시 1%만 팔아도 엄청난 수익을 거둔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이와 성격이 다르다. 넷북, 전자책, 스마트폰의 장점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지만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다. 부팅이 빠르고 간단한 터치로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넷북 시장을 빼앗아올 수 있고, 컬러·동영상이 가능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전자책 시장까지 위협한다. 그는 “아이패드는 블루오션을 연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기 때문에 단순히 몇 대가 팔렸다는 가시적인 부분보다 아이패드가 불러올 파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로 가는 성향이 있어요. 아이폰이 도입되기 전엔 모두 아이폰이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했으나 저는 아이폰의 성공을 점쳤죠.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아이패드가 성공할 거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웃음)”

아이폰의 성공요인으로 △타 업체가 따라잡을 수 없는 터치감 △빼어난 디자인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꼽힌다. 아이패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묘한 차이점이 나타난다. 4월 8일 앱스토어 전문사이트인 ‘디스티모’에 따르면 아이패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앱 2385개 중 게임은 35%(833개), 엔터테인먼트는 11%(260개)에 그친다. 아이폰 앱보다 각각 21%포인트, 3%포인트 낮은 수치다. 반면 교육용 콘텐츠는 전체 9%에 달해, 교육형 콘텐츠가 거의 없는 아이폰과 대비된다. 뉴스 비중도 2% 정도로 아이폰의 2배다.

이 대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컴투스, 게임빌 같은 게임회사가 아니라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패드는 아이폰보다 크고 해상도가 높아 동영상, 책, 뉴스 등에 최적화돼 있다. 얘기 도중 그는 갑자기 ‘주간동아’를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그동안 미디어들은 대형 포털 때문에 고사 직전이었다. 아이패드는 언론사, 그중에서도 잡지와 단행본을 만드는 출판사들에게 대형 포털 중심의 미디어 시장 구도를 깨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 사이트로 흩어지는 시대

지난 10년간 ‘모든 길은 포털로, 아니 네이버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방적인 네이버 독주시대였다. 좋은 정보가 들어 있는 전문 사이트라도 네이버 카테고리에 자주 노출돼 검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기존 미디어들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네이버에 돈(그는 이를 세금이라고 표현했다)을 내고 노출 빈도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권력과 돈은 네이버 등 대형 포털로 몰렸다.

“이제 굳이 포털에서 노출 빈도를 늘릴 필요가 없습니다. 예컨대 전국의 부동산 회사가 모여 직접 ‘부동산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립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서 이를 다운받으면 되기 때문에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부동산’ 검색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히 막대한 돈을 포털에 줄 필요도 없는 것이죠. 일종의 자치구가 생긴 셈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존 미디어들은 정치·경제·사회 등 뉴스와 다양한 기획, 풍부한 콘텐츠로 무장돼 있어 어떤 기업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종이, 인쇄, 유통비용 등을 줄이면 반값 이하로 가격책정이 가능하다. 콘텐츠가 마음에 들어도 비싼 가격에 망설이던 이들도 소비계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단지 대형 미디어들에게만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니다. 비용과 지면의 제약으로 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개인에게도 절호의 기회다.

앞으로 노트북을 펼쳐놓고 검색해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촌스러워질지 모른다. 검색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되면서, 대형 포털에서 콘텐츠를 보유한 개별 사업자로 또 한 차례 권력이동이 예상된다. 그는 “과거 흩어졌던 정보를 모아주는 포털이 득세했다면 다시 전문 사이트로 흩어지는 시대가 됐다”고 내다봤다.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까지, IT강국을 자부한 한국에게는 ‘애플 쇼크’라고 할 만큼 충격적인 변화의 연속이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왜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을까?

“한국이 애플처럼 플랫폼을 만들지 못했다고 하는데 미국을 빼고 세계 어느 나라가 플랫폼을 만듭니까? 소프트웨어 시장이 작다고 하지만 우리보다 큰 시장이 어디 있습니까? 한국에 왜 할리우드가 없느냐고 묻는 것과 똑같습니다.”

우리가 대비를 못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상황이 매우 당연하다는 것. 그는 “한국의 발전사를 돌이켜보면 한국이 선도적으로 내세워 세계 1위가 된 게 뭐가 있는가? 후발주자로서 부단히 따라잡은 것이다. 예전처럼 따라잡으면 된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검색이 위축되고, 대형 포털이 권력을 내놓으며,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의 글로벌 IT제조사가 위기에 봉착할지는 누구도 내다보지 못했다.

“처음부터 애플이 이 모든 변화를 알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스티브 잡스조차 몰랐을 겁니다. 다만 변화의 추세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니 재빠르게 이를 포착해 변화의 어젠다를 주도한 거죠.”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IT산업. 아이폰이 변화의 한 걸음을 내디뎠다면, 이제 아이패드가 나머지 한 걸음을 내딛는다.

“다음 한 발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내딛게 될지,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주간동아 2010.04.27 733호 (p74~75)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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