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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외자 사대주의 버려야 한국경제 산다”

미래전략硏 좌담회 “외환거래는 몸통이 투기, 꼬리가 실물 … 대응책 절실”

  • 정리·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외자 사대주의 버려야 한국경제 산다”

“외자 사대주의 버려야 한국경제 산다”

지난 9월 ‘바이코리아(Buy Korea) 2009’ 행사에서 코트라는 “세계 경기회복세가 가시화하고 각국 바이어들의 구매가 살아나 높은 수출성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가 한 고비를 넘긴 느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0년 경제성장률을 5.5%로 예측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국 경제가 5% 안팎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더블딥(double dip·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을 걱정하는 이도 적지 않다. 세계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위기 이후의 한국 경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미래전략연구원과 이를 주제로 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박진 미래전략연구원 원장(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좌담회 진행), 강성진 미래전략연구원 금융재정전략센터장(고려대 교수), 황준욱 미래전략연구원 산업노동전략센터장(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참석했다(11월24일 서울 서소문동 미래전략연구원).

박진 금융위기는 일시적 문제인가, 아니면 구조적 문제인가.

신장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다. 버블이 만들어지고 터지는 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상존하는 현상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대로 구조조정을 했으며, 외환보유고가 상당했는데도 또 당했다. IMF는 개별 국가의 잘못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서 각국에 구조조정을 권고했다. IMF가 잘못된 억지논리를 앞세운 것이다. 11년 전 우리가 IMF에 속은 것이다.

강성진 자본주의 순환과정에서 금융위기가 나타난다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핵심 원인은 섀도뱅킹(투자은행) 시스템에서 찾아야 한다. 또한 세계는 글로벌화했는데, 한국은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하는 속도가 느렸다. 투자은행을 금융발전 동력으로 만드는 게 미래의 과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서툴다. 지난해 투자은행을 육성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세계적으로 투자은행이 문제시될 때였다.

황준욱 1993~2007년 한국 통계를 보면 노동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했는데 인건비 비율,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수요가 확대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자본투입 증가, 정보화에 따른 생산성 증가를 수요가 따라잡지 못한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공급, 수요의 격차를 부동산, 금융을 통한 버블로 메웠다. 투자은행이 깨지면서 위기가 세계로 퍼졌는데, 한국도 조건이 비슷했다. 노동에 대한 과소한 분배는 경제위기의 한 축이다.



금유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

신장섭 세계 외환거래량은 연간 800조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세계 교역량은 외환거래량의 3%가 안 된다. 흔히 ‘꼬리인 투기가 몸통인 실물을 흔든다’고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몸통이 투기, 꼬리가 실물’이다. 이런 상황에선 금융위기가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몸통’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만 금융위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강성진 자본주의의 모순은 ‘시장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제로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변동 폭을 줄이려는 노력은 이뤄져야 한다. 지금 G20 같은 곳에서 논의하는 게 그런 내용이다.

황준욱 자본의 흐름은 특정 정부의 규제, 세계적인 규제로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일 그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투기자본의 먹잇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진 한국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논의할 때가 된 것 같다.

신장섭 국제적으로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다리는 건 요원하다.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개별 국가가 또 당할 것이다. ‘금융자본이 먹잇감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막느냐’고 하지만, 막은 사례가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크게 세 가지 양태로 나타났다. 한국과 러시아처럼 외환위기, 경기침체를 동시에 겪은 나라는 자유변동환율 체제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미국 유럽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경기침체만 겪은 그룹이 있는데 미국과 유럽은 통화 헤게모니를 확보한 곳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관리변동환율 체제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인도와 중국처럼 거대 시장을 갖춘 곳은 경기둔화만 겪었다. 아시아에서 자유변동환율을 채택한 곳은 한국 일본 필리핀밖에 없다. 투기자본이 제멋대로 오가게 해서는 안 된다. 외환시장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외자 사대주의 버려야 한국경제 산다”

왼쪽부터 박진 원장, 강성진 센터장, 황준욱 센터장, 신장섭 교수.

잘사는 국가의 시스템 배워야

강성진 공식적으로는 자유변동환율이지만 정부가 개입하고 있는 징후가 많은 게 현실 아닌가. 그리고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한 유럽 국가들은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다. 한국이 과거에 쓰던 외환정책을 답습하는 저개발국의 현재 정책과 우리의 그것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들은 우리를 배우고자 한다. 한국은 우리보다 잘사는 국가의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 외국 자본(외자)은 투자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준비가 부족하다. 외국인이 설치고 다니는데 관료들은 국내만 들여다본다. 특히 정책 입안자의 정보 획득 능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올렸는데, 이는 한국 금융전문가들이 세계시장의 흐름을 잘못 본 대표적 사례다. 반면 외국 투자은행은 능력 있는 한국인을 싹쓸이하다시피 한다.

황준욱 경제 규모는 커지는데 내수는 그대로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앞서 말했듯 노동에 대한 과소 분배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박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나.

신장섭 ‘외자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안 된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는 기업 투자자금을 공급하기는커녕 오히려 증시에서 돈을 빼내갔다. 국내 투자가 활발해지면 외자는 저절로 들어온다. 규제 때문에 외자가 안 들어온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환율제도를 바스켓 방식으로 바꿔서 정부가 환율 이니셔티브를 쥐고 밴드 안에서만 환투기할 수 있게 하자. 제도로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난해처럼 정부가 어설프게 개입하면 판판이 깨진다.

강성진 외자 사대주의라는 표현엔 동의한다. 자본이 없어서 외자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 그렇더라도 외자가 마음대로 못 나가게 한다는 식의 발상은 문제가 있다. 투자 위험도를 높이면 누가 들어오겠는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면서 피해를 봤을 수 있다. 위기를 겪은 나라는 자유화로 손해본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겪기 이전에 누린 이득도 고려해야 한다.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빵의 크기가 커지지 않았나. 한국은 시급히 소프트웨어를 가다듬어야 한다. 고용구조에서 서비스업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교육은 모르겠으나 의료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췄고, 관광산업도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또한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도 줄여야 한다.

황준욱 노동시장에서는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 없는 성장이 키워드다. ‘비정규직 확대가 한국 사회에 적절한 것인가’ ‘앞으로도 일자리 없는 성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한다. 인식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주간동아 2009.12.22 716호 (p66~67)

정리·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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