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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광장의 미끄럼틀

  • 사진·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글·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바람난 광장의 미끄럼틀

바람난 광장의 미끄럼틀

‘2009 서울스노우잼’을 위한 스노보드 점프대가 광화문 광장에 설치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계 최초로 대도시 심장부 한복판에 대형 스노보드 점프대가 설치된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이슈”라며 외국인 관광 유치에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대도시 심장부 한복판’의 시민들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며칠 전 총격전과 차량폭파 장면을 찍던 자리에 아파트 13층 높이의 스노보드 점프대가 섰다. ‘광장 민주주의’의 비릿한 땀내는 사라지고, ‘유흥 상업주의’의 화려한 홍보 영상만 남은 걸까. 하얀 슬로프는 꽉 막힌 아스팔트를 저 아래 둔 채 하늘로 비상하지만, 지상에 남긴 무거운 그림자는 올려다보는 이들의 지친 어깨를 짓누르고 쉰 목을 옥죄어온다.

주간동아 716호 (p10~11)

사진·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글·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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