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4

2009.12.08

北, 김정은 고향 원산시 ‘인민청소’

원산 거주 탈북자 “주민 30만명에서 10만명으로 축소 … 후계 세습 일환”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12-03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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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김정은 고향 원산시 ‘인민청소’

    구글어스에서 제공하는 인공위성 사진으로 본 강원도 원산 ‘602 별장’(점선 안) 일대.

    북한이 강원도 원산시를 성역화하기 위한 1단계로 ‘정치범 출소자’ ‘정신불구자’ 등 성분이 불순한 사람들에 대한 선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목표는 현재 30여 만명으로 알려진 원산시 주민 수를 10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것.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에 대한 후계자 세습작업의 일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탈북자 인권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북·중 국경지대를 방문하고 돌아온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하 성통만사) 김영일 대표는 복수의 탈북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성통만사 측에서 제공한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최근 북한 원산에서 살다가 탈출해 국경지역에 은신 중인 여성 탈북자 A씨는 “지난 9월 성분이 불결한 정치범 출소자, 정신불구자 등 원산시에 거주하지 말아야 할 대상자를 인민반장들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들은 강원도 내 다른 지역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원산시의 정확한 인구는 잘 모르겠는데, 10만명으로 축소하는 게 목표”라는 것.

    또한 A씨는 김정은의 고향에 대해 “(김정일) 장군님 별장이 (김정은) 고향집이다. ‘602’라는 별장인데, 원산농업대학 주변 (동해)바다 쪽으로 경치가 무척 좋다. 요즘 이 별장을 새로 꾸미느라 대단하다. 원산시 일대에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여기서 ‘602’는 별장을 경계·관리하는 군부대 이름을 의미하는 듯하다는 것이 성통만사 측의 분석이다.

    그동안 김정은의 고향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지난 6월 대북 라디오방송 ‘열린북한방송’의 온라인 소식지 ‘열린북한통신’이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부인 고영희가 1983년 김정은을 낳은 것으로 알려진 평북 창성군 관저가 ‘김정은의 혁명역사를 칭송하기 위한 사적지’로 비밀리에 조성됐다고 보도한 것이 전부다.



    원산 ‘602 별장’ 대대적 보수공사

    성통만사 측이 접촉한 탈북자 A씨의 증언과 열린북한통신의 보도 내용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현재로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에 대한 후계자 세습작업이 상당한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증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원산시 일대 별장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탈북자 A씨의 증언은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지난 10월 우리 정보당국에서 공식 확인한 김 위원장의 전용별장 33개소, 관저 1개소, 전용열차역 28개소의 실태를 공개하면서 이 가운데 특히 원산시 별장에 주목했다. 윤 의원 측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김정일 전용시설을 개·보수하는 데 무려 3700만 달러(443억3000만원)를 사용했는데, 이 가운데 135억원을 강원도 원산시 별장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 측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자주 이용하는 원산시 별장의 이름을 ‘송도원 별장’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2년 동안 장미정원을 조성하고 연회장과 부속 건물을 세우는 한편, 선박보관 시설과 계류장도 신축했다고 한다. 이 선박보관 시설은 북한이 올해 초 구입하려다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위반(대북금수 사치품 목록에 포함)으로 이탈리아 당국에 의해 적발된 이탈리아산 호화 요트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윤 의원 측은 원산시 별장의 대대적인 개·보수가 김 위원장이 아니라 김정은과 관련 있을 것으로 파악한다. “사정당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은 장미정원을 산책하거나 요트를 즐길 정도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별장을 이렇게까지 수리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그렇다면 결국 김정은을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라는 게 윤 의원 측의 판단이다.

    또한 윤 의원 측은 “전용별장이나 전용열차역 등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소위 ‘1호 지역’을 김정은이 자기 스타일대로 고쳤다면 북한 내부의 권력이 이미 김정은에게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정권을 넘길 때처럼 사실상 공동정권 단계에 진입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원산 선전벽보엔 ‘김정은 찬양가’

    정보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은 1984년생으로 올해 만 25세다. 현재 당 조직 관련 부서에서 ‘부국장급’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력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졸업. 하지만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교수나 군부 인사들을 불러 개별학습을 받은 후 졸업했다는 것.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은 고급장교 양성을 위한 북한 최고의 종합군사학교다.

    일부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을 함께 졸업했다는 보도도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 군 복무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성통만사 김 대표는 “원산은 전기를 하루 24시간 제공할 만큼 전력 사정이 좋을 뿐 아니라 인근에 추가로 수력발전소를 짓고 있다는 얘기를 복수의 탈북자에게 전해 들었다”면서 “김정은의 고향으로 알려진 원산시의 성역화 작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각한 전력난 때문에 하루 5시간 정도만 전기가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대부분의 지역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대만 사진작가 후앙한밍은 지난 9월22일 북한 원산을 방문해 촬영한 한 선전벽보를 공개했다. 이 선전벽보에는 ‘만경대 혈통, 백두의 혈통을 이은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표현과 함께 김정은 선전 찬양가 ‘발걸음’의 가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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