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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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男子와 神만 안다 사람 잡는 전립선 질환

주간동아 기자 진단 체험 “통증도, 검사도, 가슴앓이도 죽을 맛”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12-02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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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男子와 神만 안다 사람 잡는 전립선 질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10월 초부터였던 것 같다. 소변을 참기 힘들고, 소변을 봐도 덜 본 듯한 잔뇨감이 기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갔다온 지 2시간도 안 돼 다시 소변이 마려워 자리를 떠야 하는 일상의 반복. 나이 마흔이 넘으면서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 으레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이번엔 시기가 일렀고, 그로 인한 고통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심했다. 6~7시간 밤잠을 자는 동안 2~3차례 소변을 보려고 깨는 통에 다음 날 낮엔 졸음, 피로와 싸워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업무 효율이 떨어진 것은 불문가지.

    소변 양도 턱없이 줄고 소변 줄기가 약해져 화장실에 갈 때는 옆에 누가 서 있는지부터 살펴야 했다. 아랫배에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는 바람에 방귀가 먼저 나오기 일쑤였기 때문. 그런가 하면 다 눴다 싶은데 힘을 주면 또 소변이 나왔다. 그래서 아예 좌변기에 앉아 문을 잠근 채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잦아졌다.

    전립선 질환 삼두마차 ‘비대·염증·암’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조금 오래 앉아 있거나 과음을 한 다음 날 찾아오는 회음부(고환과 항문 사이) 통증. 콕콕 찌르는 듯하다 금세 묵직하고 불쾌하게 아랫도리 전체로 퍼져나가는 통증은 안 겪어본 사람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책상에 앉아 있거나 인터뷰를 위해 취재원을 만나도 거기에만 신경이 집중된다. ‘휴… 이제 마흔둘인데 나도 다됐구나’라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곤 했다.

    야간뇨와 회음부 통증이 시작되면서 기자는 이미 자체 진단을 내렸다. 모든 증상으로 미뤄 전립선에 ‘고장’이 난 게 분명했다. 발병 연령대(35세 이상)도 엇비슷하게 맞아 들어갔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의학백과사전과 관련 도서, 논문을 살펴보니 전립선 질환 증상임이 더욱 확실해졌다. 기회가 있으면 비뇨기과 의사를 만나 전립선 질환 치료법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기자에게 생겨난 증상이 지인에게 일어난 것처럼 취재로 ‘위장’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전립선 질환’이라고 하면 곧 ‘아랫도리 부실’ ‘정력 저하’ ‘지저분한 성병’을 먼저 떠올린다. 이는 분명 오해이자 편견이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내가 이런 질환을 가지고 있소”라고 까발리기는 쉽지 않았다. 전립선 질환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기 위해 곧장 비뇨기과를 찾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오해와 편견은 남성에게만 있는 전립선의 해부학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대소변의 배출경로 및 출구가 생식기와 명확히 구분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정액의 경로와 배출구가 소변의 그것과 같다. 소변과 정액 모두 요도를 거쳐 성기 밖으로 배출된다. ‘오줌발이 약하면 정력도 약하다’는 터무니없는 오해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립선은 어디쯤에 있는 어떤 장기일까. 실제 남성 중에는 여성의 비뇨기, 생식기관은 훤하게 꿰면서 정작 자신의 전립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자 또한 소변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통증을 느끼기 전까진 전립선에 대해 서 푼어치의 지식밖에 없었던 게 사실. 하지만 제대로 공부를 시작하자 이 장기가 남성에게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절감했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 붙어 소변과 정액이 지나가는 요도를 감싸는데, 그 모양은 거꾸로 선 밤을 닮았고, 크기(정상 무게 20g)는 호두알과 비슷하다.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전립선학회 등 의학단체에서 전립선 질환 관련 캠페인을 벌일 때 호두알이나 밤을 캠페인 로고로 쓰는 이유도 그것이다. 전립선 위에는 방광이 있고 아래에는 요도 괄약근(성기 요도와 닿은 부분)이 있으며, 뒤쪽 윗부분에는 주머니 모양의 정낭이 있다. 정액은 고환에서 생산된 정자(1%)와 정낭에서 만들어진 정낭액(50~80%), 전립선에서 만들어진 전립선액(15~30%)이 합쳐진 것으로, 전립선 안에 있는 요도를 지나 성기를 통해 배출된다. 전립선을 의미하는 한자와 영어가 ‘前立腺’ ‘prostate’인 것도 고환 ‘앞에 위치한’ 장기로 전립선액을 분비하는 ‘샘’이기 때문.

    따라서 전립선 자체가 커지거나 전립선에 염증 또는 종양이 생기면 먼저 소변보는 데 지장이 오고 정액이 배출되는 데도 장애가 따른다. 어떤 요인에서든 전립선이 커지면 그 안을 통과하는 요도는 압박을 받게 돼 구멍이 좁아지고, 그 안을 통과하는 소변과 정액의 양은 줄어든다. 구멍이 완전히 막히면(요도폐색) 소변과 정액이 방광이나 정낭으로 역류해 올라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때는 배를 절개하는 큰 수술로 막힌 요도를 열어줘야 한다.

    전립선 질환의 ‘삼두마차’라 불리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전립선암의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전립선이 커지면 전립선비대증, 전립선 일부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 전립선염, 양성 종양이 생기면 전립선암이다. 하지만 전립선 내에서 이들이 생기는 부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립선비대증이 전립선염, 또는 전립선암으로 변하거나 전립선염증이 전립선암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전립선염이 전립선암으로 전이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들 질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전립선비대증의 대표 증상은 빈뇨, 잔뇨, 야간뇨 등 주로 소변과 관련된 것이지만 전립선염은 여기에 회음부와 성기 통증(사정 시 통증 포함)이 더해진다. 전립선에 생긴 염증이 주변 조직과 장기를 자극하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전립선 질환은 사람마다 증상이 다양해 비대증인 경우에도 염증의 대표 증상인 회음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염증에서도 비대증 증상들이 생길 수 있다. 전립선암의 대표 증상은 빈뇨, 사정 시 통증, 혈뇨, 요통(골반통) 등이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말기에 이른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중년 男子와 神만 안다 사람 잡는 전립선 질환
    항문검사 두 번, 얼이 나가다!

    여기까지 공부하고 나니 기자에게 생긴 고질적 증상을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모’를 무릅쓰고라도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인생이 황폐해질 것 같은 예감. 11월24일, 드디어 큰마음 먹고 비뇨기과로 향했다.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의 이윤수 박사는 ‘한국의 킨제이’로 알려진 성의학자이자 전립선 질환 분야의 명의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오래전에 다른 취재 때문에 안면을 튼 사이라 ‘그래도 아는 사람에게 진료받으면 덜 부끄럽겠지’ 하는 계산이 먼저였다. 이 박사는 기자의 증상을 듣더니 문진표를 내밀었다.

    “일단 전립선비대증이 의심됩니다. 국제전립선증상점수(IPSS) 측정표(21쪽 기사 참조)로 문진을 해보니 상황이 심각하군요.”

    이 측정표로 전립선비대증 각 증상에 대해 점수를 매기자 총 23점이 나왔다. 7점 이하는 경증, 8~19점은 중통증, 20점 이상은 심각한 상태인데 기자는 최고등급의 점수가 나왔다. ‘배뇨 후 잔뇨감이 얼마나 자주 있나?’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라고 답했더니 4점, ‘소변 줄기가 약하다고 느낀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나?’에 ‘거의 항상’이라고 표시했더니 5점…, 이런 식으로 7개 문항(문항별 0~5점 부여)에 꼬박꼬박 답을 했더니 35점 만점에 23점이 나온 것.

    “하지만 이 측정표엔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고, 배뇨 이상이 있더라도 민감성 방광이나 급성 방광염일 수도 있으니 요속검사 등 다른 검사를 모두 받아봅시다. 회음부 통증도 있다고 하니 경직장 초음파검사, 직장수지검사를 해야 전립선염 여부를 확진할 수 있어요. 이번 기회에 특이항원검사(PSA)를 통해 전립선암 여부도 알아봅시다.”

    소변의 속도와 양을 확인하는 요류검사를 마치고 나오니 경직장 초음파 검사실로 안내했다. 이번엔 조성완 박사가 들어왔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기구가 평소 배에 대고 하던 것과는 생김새가 딴판이다. 전동칫솔처럼 생긴 막대 끝에 자석 같은 것이 붙어 있다. 그 위에 콘돔을 씌워놓았다. 조 박사는 속옷을 벗으라고 하더니 항문 주위에 젤을 발랐다.

    “안 아프게 살살 넣을게요. 좀 불쾌하겠지만, 이 검사를 해야 전립선이 정상 크기보다 얼마나 커졌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전립선암도 기초 검진이 가능합니다.”

    아프진 않았지만 불쾌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검사 후 엉덩이에 묻은 젤을 닦고 나가니 이윤수 박사가 초음파 결과를 보며 놀랍다는 듯 물었다.

    “예상과 달리 전립선 크기는 정상입니다. 그런데 혹 과거에 전립선염을 앓은 적이 있나요? 초음파 상에 하얀 석회 반점이 보여요. 이는 전립선염을 심하게 앓았다는 흔적으로, 현재 전립선염이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사실 기자는 12년 전인 1997년, 2개월 만에 14kg을 빼는 ‘폭탄 다이어트’ 끝에 비세균성 전립선염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다. 그때 받은 직장수지검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부르르 떨리는데, 이 박사는 전립선염을 판정하려면 또 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박사의 ‘엄명’에 다시 침대 위에 엎드리니 손가락이 항문 속으로 쑥 들어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전립선액이 뚝뚝 떨어졌다.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 이 박사는 그 액을 슬라이드에 받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세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아, 손해본 느낌.

    “요류검사에선 20mm/sec이 정상 범위인데 15mm/sec이 최고로 나왔네요. 요속이 느리긴 한데, 이는 오줌의 양이 적어서 생긴 결과 같습니다. 크게 걱정할 건 아니고요. 초음파 검사 결과를 보니 소변본 후 방광에 남은 잔뇨량도 거의 없는 데다 혈액검사에서 염증세포인 백혈구 수치도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염증이 없다는 얘기죠. 현재로선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은 아닙니다. 전립선염과 비슷한 전립선통(34쪽 기사 참조)인 듯하네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무 이유 없이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 소변을 자주 누게 되고 회음부에 통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주원인 것 같으니, 일단 일주일간 소변 배출제(전립선염 치료제의 일종)를 먹으면서 푹 쉬세요. 많이 좋아질 겁니다.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합시다.”

    고통의 원인이라도 시원하게 알면 바로 치료에 들어갈 텐데 단지 스트레스 때문이라니…. 실망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도 무거웠지만 엉덩이는 더 뻐근했다. 하긴 항문 속으로 두 번이나 ‘이물질’이 들어와 쑤석거렸으니. 신음이 배어나왔다.

    “아! 전립선이 사람 잡는구나, 잡아.”

    중년 男子와 神만 안다 사람 잡는 전립선 질환

    1 전립선 질환 상담을 하는 이윤수 박사. 2 국제전립선증상점수 측정을 하는 기자. 3 요류검사. 그래프 상으로 보면 기자는 전립선비대증이다. 4 경직장 초음파검사. 5 초음파검사 결과 전립선비대증이 아닌 것으로 판명. 6 직장수지검사를 받고 있는 기자. 무지 아프다.

    전립선염 때문에 살인에 자살까지

    문제는 이런 전립선 질환이 급증 추세에 있으며 그 폐해가 극심하다는 사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비뇨기과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0~08년 전립선 질환자 수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립선비대증은 11배, 전립선암은 7.5배, 전립선염은 5배나 증가했다. 겪어보니 짐작할 만했지만, 전립선 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이만저만하지 않다. 지난 3월에는 전립선염을 치료받던 70대 남성이 병이 빨리 호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 의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남성은 만성 전립선염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전립선 질환과 관련된 인터넷 블로그나 커뮤니티, 각 비뇨기과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전립선 질환 때문에 절망에 빠지거나 분노하는 환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친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겠고 혼자 끙끙 앓는다’ ‘삶에 의욕을 잃었다’ ‘직장을 그만뒀다’ ‘세월이 빨리 가면 좋겠다’ ‘그냥 이대로 죽고 싶다’ ‘쉬고 싶은데 죽을병도 아니라서 쉬지도 못한다’ ‘성병이라 놀릴까봐 말도 못 꺼낸다’ ‘치료 제대로 못하는 의사, 한의사를 처벌해야 한다’ 등등.

    이렇게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의 대부분은 만성적으로 전립선비대증이나 염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립선암에 걸린 환자나 가족이 ‘살 수 있는 치료법을 알려달라’고 아우성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읍소하는데, 생명에 지장 없는 만성 질환자들은 “차라리 죽고 싶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행복의 개념이 ‘아픈 몸을 이끌고 고통스럽게 연명하느니 죽는 게 낫다’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전립선암에 걸린 환자들은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3년 이상 만성적으로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염을 앓은 환자의 60% 이상이 심각한 우울증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전립선비대증에 걸린 50세 이상 남성 380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배뇨통(13.7%), 수면장애(16.1%), 여행 시 불편(20.3%)보다 질환 자체에 대한 걱정과 근심(39.2%), 발기 문제(32.9%), 성적욕구 저하(21.6%)가 일상을 영위하는 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전립선비대증은 발기부전이나 성적욕구 저하, 성기능 저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환자들의 이런 호소는 전립선비대증의 고통 때문에 생긴 2차적 심인성(心因性) 합병증인 셈.

    전립선염이 생기면 남성 불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전립선에서 생산되는 전립선액은 정자에 영양을 보급하고 운동기능을 활성화하며 몸속으로 들어오는 세균에 대한 살균작용을 한다. 따라서 전립선에 염증이 생겨 전립선액이 제 기능을 못하면 정자가 여성의 자궁 안까지 살아서 당도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하지만 전립선염이 그 자체로 남성의 발기나 성기능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전립선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 및 경제적 손실을 수치화하거나 관련 사례를 본격적으로 조사한 연구논문, 조사결과는 아직 국내에 단 한 건도 없는 실정. 당뇨나 고혈압 등 다른 만성 질환과 비교하면 유독 전립선만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주관중 교수는 “비뇨기 관련 각 학회에서 전립선 질환의 사회적 비용 측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현재 그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병에 걸리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되는 전립선. 남성에게만 생기는데도 남성이 더 모르는 전립선 질환. 이젠 제대로 알고 알릴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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