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받으면 10년 생존율이 80%에 이를 만큼 ‘순한 암’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된 초기일 때의 얘기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질환을 검사받다가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아니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1999년부터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한 ‘국가 암 조기 검진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간암(2003년)과 대장암(2004년)이 추가됐고,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주관으로 이들 5대 암에 대한 무료검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은 어떨까요? 2004년 대한암학회에서 “50세 이상 남성의 경우 매년 전립선 특이항원검사 및 직장수지검사를 해야 한다”는 ‘전립선암 검진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암 조기 검진사업 지원평가단’은 “국가적 차원에서 집단 검진을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합니다. 여성은 5대 암 모두가 검진 대상입니다. 반면 남성은 위암, 대장암, 간암 3개만이 검진 대상이죠. 전립선암이 남성 암 가운데 발생 빈도 5위이며, 가장 높은 발생 증가율을 보인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소홀한 대접입니다. 전립선암은 비단 남성만의 고통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 내 남편, 내 동생 등 가족 모두의 고통으로 닥쳐올 수 있습니다. ‘국가 암 조기 검진사업’에 전립선암을 포함시키는 일을 더는 늦춰선 안 될 듯합니다.
주간동아 714호 (p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