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4

2009.12.08

‘국가 암 조기 검진사업’ 전립선암 포함시켜야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12-02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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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에 발견했다면 완치될 수도 있었는데….”A씨는 1년 전부터 허리 통증을 느껴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심해지자 큰 병원을 찾았습니다. 전립선암 3기. 이미 방광까지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수술도 쉽지 않다는 의사의 말에 호르몬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받으면 10년 생존율이 80%에 이를 만큼 ‘순한 암’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된 초기일 때의 얘기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질환을 검사받다가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아니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1999년부터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한 ‘국가 암 조기 검진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간암(2003년)과 대장암(2004년)이 추가됐고,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주관으로 이들 5대 암에 대한 무료검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은 어떨까요? 2004년 대한암학회에서 “50세 이상 남성의 경우 매년 전립선 특이항원검사 및 직장수지검사를 해야 한다”는 ‘전립선암 검진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암 조기 검진사업 지원평가단’은 “국가적 차원에서 집단 검진을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국가 암 조기 검진사업’ 전립선암 포함시켜야
    전립선암 진단율이 낮다 보니 생존율은 감소하고 사망률은 증가하는 실정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주요 암 5년 생존율 국제비교’를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위암, 자궁경부암, 간암의 5년 생존율이 높습니다. 유방암, 대장암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에 비해 전립선암(76.9%)의 5년 생존율은 미국(98.9%)보다 훨씬 낮습니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합니다. 여성은 5대 암 모두가 검진 대상입니다. 반면 남성은 위암, 대장암, 간암 3개만이 검진 대상이죠. 전립선암이 남성 암 가운데 발생 빈도 5위이며, 가장 높은 발생 증가율을 보인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소홀한 대접입니다. 전립선암은 비단 남성만의 고통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 내 남편, 내 동생 등 가족 모두의 고통으로 닥쳐올 수 있습니다. ‘국가 암 조기 검진사업’에 전립선암을 포함시키는 일을 더는 늦춰선 안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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