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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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점령, 호주 와인 자존심 ‘하이 트렐리스’

  • 조정용 ㈜비노킴즈 고문·고려대 강사

    입력2009-11-30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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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토 점령, 호주 와인 자존심 ‘하이 트렐리스’
    호주 양조사의 뿌리 중 하나는 유럽 양조장이 해외 직접투자의 일환으로 호주를 선택한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민자들의 땀방울이 이룩한 역사로 평가된다. 사람에게 토지는 꿈이고 희망이다. 중세 장원에 속한 농노나 신분이 낮은 계급은 땅을 소유할 수 없었으나 근대화 이후 상황이 변했다. 누구나 일하면 땅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네 강토에서는 땅에 벼를 심고 과실을 가꾸지만, 바다 건너편에서는 밀을 심고 포도나무를 키운다.

    호주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이란 무슨 의미일까. 그 포도 종자는 어디서 왔을까. 틀림없이 프랑스 보르도에서 왔을 것이다. 누가 호주로 반출했는지, 얼마에 거래됐는지는 몰라도 분명 보르도 품종이 여러 경로를 거쳐 호주 땅속에 박히게 됐다.

    호주는 풍요로운 대지 덕분에 포도즙을 와인으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양조의 전통이나 원산지의 후광이 없었으므로 그저 포도 품종으로만 구분해 와인을 브랜드화하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런 방식은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어 칠레나 미국에서도 널리 유행하는 기법이다. 비록 품종은 유럽에서 들여왔지만 그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역으로 유럽으로 수출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호주가 유럽 본토에 양조 기술을 수출한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와인의 스타일도 전파한다. 호주의 농한기는 유럽의 농번기다. 호주 양조가들이 비행기를 타고 남프랑스로, 스페인으로 출장 가서 양조 기술을 전파하는 것이다. 이들을 가리켜 ‘플라잉 와인 메이커’라고 한다. 이제 와인 양조에는 국경이 없다. 다만 재배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밭을 일구고 정성을 쏟느냐에 따라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1890년대에 다렌버그(d’Arenberg) 양조장에서 무릎보다 조금 높게 포도나무를 재배한 사실에 기초해 이름 붙은 ‘하이 트렐리스’ 카베르네 소비뇽을 추천한다. 검붉은 빛깔에서 특유의 블랙 커런트 향내가 풍긴다. 그 속에서 코알라가 즐기는 유칼립투스 향도 진하게 스며 나온다. 같은 카베르네 소비뇽이어도 보르도엔 이런 향취가 없다. 강렬하게 풍기는 식물성 방향(芳香)이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한다. 10~15년 안에 마시면 좋다고 회사가 추천한다. 그러나 언제 개봉할 것인지는 늘 소비자가 결정한다. 수입 동원와인플러스, 가격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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