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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책,싫어도 읽어라! 13

“세계 책의 수도, 품격 도시로 만들 것”

김종간 김해시장 “집 가까이 도서관 만들어 책 읽는 도시 실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세계 책의 수도, 품격 도시로 만들 것”

“세계 책의 수도, 품격 도시로 만들 것”
경남 김해시는 고대 왕국 가야가 발원한, 유서 깊은 문화도시다. 최근 이곳에서 또 다른 문화의 싹이 움트고 있다. 책 읽기다. 김종간(58·사진) 시장이 2007년 10월 ‘책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한 이후 인구 48만명의 이 도시에 책 읽기 바람이 한창이다. 버스정류장, 공중화장실, 마을회관 등 시민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작은 도서관이 마련되고 있다. 책과 관련한 문화행사도 연중 열린다. 그 사이, 책은 가야와 더불어 김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김해=책’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책읽는 도시’를 김해시의 목표로 삼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개인적인 체험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서 어렵게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죠. 변변한 학벌도 없는 제가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힘든 순간에도 손에서 절대 놓지 않았던 책 덕분입니다.

책 살 돈이 없어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던 그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시장에 취임하면서 최소한 우리 시민들만이라도 읽고 싶은 책을 못 읽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책읽는 도시 김해’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김해시의 이미지가 더 좋아지고 인지도도 높아져 흐뭇합니다.”

‘책읽는 도시 김해’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먼저 도서관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책읽는 도시 김해’ 선포 이후 1년 반 사이에 시내에 38개의 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모든 곳이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거대하고 책이 많은 그런 공간은 아닙니다. ‘화정글샘도서관’처럼 번듯한 시립도서관도 지었지만, 그와 동시에 아파트나 마을회관에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고, 버스정류장에 20여 권씩 책을 비치하는 형태의 ‘참작은 도서관’도 만들었습니다.

‘작은 도서관’은 주민들이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마을 안에 도서관 공간을 마련하면 시에서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지난 2년간 14곳이 문을 열었고, 앞으로 10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그 정도가 되면 거의 모든 시민이 집 근처에서 편하게 책을 빌려 볼 수 있을 겁니다. ‘작은 도서관’이 시의 지원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마을에서도 속속 도서관 건립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어 머지않아 도서관 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세계 책의 수도, 품격 도시로 만들 것”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어도 소장 도서가 적어 원하는 책이 없다면 쓰임새가 적을 텐데요.

“‘작은 도서관’은 보통 5000~6000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지만, 시민들의 책 읽기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시에서는 지난 2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통합도서관리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시내 3개 시립도서관과 14개 ‘작은 도서관’의 자료를 한데 모아, 시민들이 모든 도서관의 책을 검색하고 대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택배 시스템도 운영해 시민들이 멀리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싶을 경우, 집 근처 도서관에 신청하면 24시간 안에 바로 그 도서관에서 책을 받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 읽은 책은 시내의 아무 도서관에나 반납하면 됩니다. 6월부터는 김해시의 인제대, 김해대 등 4곳의 대학 도서관까지 통합도서관리 시스템으로 관리돼 소장 도서가 160만 권에 이르게 됩니다. 김해시민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한 규모의 도서관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책 읽기 인프라 구축 외에 또 어떤 정책을 펴고 있습니까.

“김해시민으로 태어나는 모든 아기에게 ‘북스타트’ 책꾸러미를 선물합니다. 예쁜 가방 안에 그림책 2권, 가이드북, 손수건과 함께 아이들이 평생 책 읽기 습관을 형성하길 바라는 마음까지 담아 선물하는 겁니다. 버스정류장, 공공화장실 등에 ‘참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이유도 시민들 사이에서 책 읽는 문화가 확산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참작은 도서관’에 책을 갖다놓으면 거의 다 없어집니다. 아무런 보안장치가 없고, 책표지에 ‘혹시 가져가신다면 책을 다 읽으신 후 이웃을 위해 되돌려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스티커만 붙어 있을 뿐입니다. 사흘에 한 번꼴로 새 책을 갖다놓는데, 관리자가 갈 때마다 늘 책이 없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기에 ‘책 도둑은 괜찮다. 그냥 지금처럼 운영하자’고 했습니다.

책을 들고 가는 건 읽겠다는 마음의 표시 아닙니까. 그렇게 시민들이 책 욕심을 내기 시작하고, 한 권 한 권 읽다 보면 나중에는 저절로 시민의식이 성숙해질 겁니다. 언젠가는 시민들이 이웃과 함께 읽기 위해 ‘참작은 도서관’에 책을 내놓아 책꽂이가 저절로 꽉 차는 날도 오리라 믿습니다.”

김해시를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 책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유네스코는 2001년부터 해마다 한 곳씩 ‘세계 책의 수도’를 지정합니다. 책 읽는 문화가 형성돼 있고 도서관과 출판, 인쇄 등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는 도시를 선정해 명예를 부여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스페인 마드리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이탈리아 토리노, 콜롬비아 보고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이 ‘세계 책의 수도’로 뽑혔습니다. 세계 여러 도시가 이 상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시민의 문화 수준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해시는 꾸준히 책 읽기 운동을 펼치고 인프라를 구축해 2012년 이후 ‘세계 책의 수도’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책읽는 도시 김해’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김해에는 56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있고, 외국인 노동자도 2만명쯤 됩니다. 이들도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외국어 전문 도서관’을 설립할 생각입니다. 또 어린이 전문 도서관도 세울 겁니다. 제가 김해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내세운 시정 목표가 ‘함께 가꾸는 행복도시 김해’였습니다. 책 읽는 도시 만들기는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주간동아 2009.05.19 686호 (p48~49)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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