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1

2009.04.14

우리 땅 기운 듬뿍 담긴 채소를 생식하라!

전문가 제언 2 | 영양과잉 시대의 해법

  • 글·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입력2009-04-10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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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땅 기운 듬뿍 담긴 채소를 생식하라!
    ‘우리 땅에서 나는 신선하고 깨끗한 농산물이 우리 몸에 맞다(토물기완(土物氣完))’는 논리는 우리 역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조선 초 의서인 ‘향약제생집성방서’에 보면 “그 지방에서 산출하는 물건은 완전한 기를 갖추고 있다. 먼 곳의 오래되어 썩고 좀이 나서 약기운이 다 나간 것보다, 병을 고치는 데 힘이 적게 들고 효력이 빠르다”고 적혀 있다. 또한 ‘경험한 바’ ‘단방의 효과’ 같은 표현과 더불어 여러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험이 입증됐음을 피력했다. 세종 때 발간된 ‘향약집성방’은 그 같은 논리를 더욱 확신하고 있다. “민간의 옛 늙은이가 한 가지 약초로 한 병을 치료해 신통한 효력을 보는 것은 그 땅의 성질에 적당한 약과 병이 서로 맞아서 그런 것 아닌가.”

    지구촌이 되어 세계가 맞물려 돌아가지만 나라는 존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를 둘러싼 환경이다. 나의 시작은 정자와 난자라는 작은 씨앗에 불과하다. 인체의 성장은 주변의 공기와 물, 음식물 섭취를 통해 이뤄진다. 집과 차, 문명기기가 인간의 모든 것인 양 착각할 수 있지만 나는 자연의 일부로 만들어져 살아가는 소박한 존재다. 세계 문화와 기술의 정점인 미국이 속지주의에 근거해 자기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신토불이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란 깨끗한 농산물은 토물기완의 원리를 바탕으로 우리 몸을 순화시키고 부족한 기운을 채워 넣는다.

    우리 땅 기운 듬뿍 담긴 채소를 생식하라!
    식물은 가을에 씨앗을 만들어 겨울을 넘긴다. 한겨울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필수적인 영양분을 축적하고 응축시킨다. 씨앗에는 봄, 여름, 가을에 노력해 저축한 에너지 창고가 숨어 있다. 여린 새싹들이 이른 봄에 땅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것은 신비롭기 짝이 없는 현상이다. 새싹의 생명력, 자신보다 수백 배 무거운 흙더미를 뚫고 지상으로 솟아나는 힘은 폭발적인 에너지 그 자체다. 그래서 봄은 영어로 ‘spring’이다. 용수철처럼 압축된 힘으로 튀어오른다는 것이다. 조상들이 이른 봄에 봄나물인 냉이, 쑥, 두릅을 먹는 것은 튀어오르는 에너지를 섭취해 춘곤증을 극복하려는 지혜다. 생식의 원료인 씨눈과 발아 원료들은 바로 조상의 지혜를 현대에 맞게 응용한 기술이다. 순을 먹는 것은 압축된 에너지를 먹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채소 섭취와는 다르다.

    인류는 배고픔에 익숙했다. 인류 역사에 공복에 대한 대처 방법은 많지만, 영양과잉 및 포식 상태에 대한 대처법은 없다. 특히 유럽인과 달리 동양인은 곡식과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해 장이 상대적으로 길다. 그래서 내장을 담고 있는 몸통이 크고 팔다리는 짧은 체형이다. 영양과잉 상태에서 고기와 우유를 섭취하면서 혈액 속에 당분과 지질이 넘친다. 당분은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고 지질은 혈액 속을 떠다니면서 당뇨병과 고혈압,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이 같은 대사장애의 배후에는 혈관 속 대사작용 저하가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당분과 지질은 내부 대사기관의 온도가 높아지면 녹아서 쉽게 배출된다. 마사이족은 채소 없이 육류만 섭취한다. 그러나 하루 종일 걸으면서 대사작용을 활발히 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서구인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씨앗에는 겨울에 얼지 않기 위한 뜨거운 생명이 응축돼 있다. 발아 원료에도 겨울을 뚫고 나오는 강력한 힘이 축적돼 있어 과잉 축적된 당질과 지질을 분해한다. 또한 식물 속 식이섬유는 노폐물 배설작용이 있어 식품에 잔류하는 농약과 화학조미료의 배설을 돕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대부분 부분식이다. 반면 생식은 식물 전체를 먹는다. 부분식은 영양소의 과부족을 불러오고, 체내 대사가 편재되어 나타난다. 생식을 통한 전체식은 생명의 뿌리를 흡수함으로써 전체 대사의 균형을 이루며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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