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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커가는 鄭 태풍 (민주당) … 불붙는 집안 싸움 (한나라당)

4·29 재보궐 선거에 이상기류 … 여야, 이겨도 져도 후유증 클 듯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커가는 鄭 태풍 (민주당) … 불붙는 집안 싸움 (한나라당)

재보궐 선거(이하 재보선)는 야당에 유리하다. 여당은 잘해야 본전이다. 재보선은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주당(열린우리당)은 모든 재보선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에 패했다. 지난해 6월4일 52개 지역에서 치러진 기초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의원 재보선에서는 반대로 한나라당이 완패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처음 치러진 재보선이었다. 당시 전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들끓었다.

하지만 이번 4·29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평가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귀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오히려 야당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재보선 결과의 후유증이 한나라당보다 민주당 쪽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4·29 재보선은 18대 국회 들어 처음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이다. 인천 부평을, 울산 북구, 경북 경주, 전북 전주 덕진·완산갑 등 5개 지역이 재보선 선거구다.

현재 민주당 내 최대 관심사는 전주 덕진에서 정 전 장관이 과연 당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다. 정 전 장관이 공천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할지가 그 다음 관심사다.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도부는 3월18일 정 전 장관이 출마 의사를 밝힌 전주 덕진을 인천 부평을과 함께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했다. 공모 절차 없이 당 지도부가 직권으로 후보자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鄭동영 - 丁세균, 세력 대결로 치닫나



하루 전날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발표한 다섯 가지 공천심사 기준도 정 전 장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샀다. ‘미래 지향적인 인사’ ‘기득권이나 특정 이해관계를 배제한 심사’ ‘당의 화합과 발전에 기여할 인물’ 등의 표현이 정 전 장관 측을 자극한 것. 원론적인 표현 같지만 당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당내에서는 정 대표와 당 지도부가 ‘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를 위한 절차 밟기를 한다’는 시각과 ‘결국에는 공천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정 대표 측근들과 당 지도부 내에서는 그동안 정 전 장관을 아예 공천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가 높았다. 원내대표실의 한 고위 당직자는 “대선 이후 동료와 선후배 의원들이 사정(司正) 정국에 휘둘릴 때 정 전 장관은 아무런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대선과 총선 패배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고민도 없이 당선이 보장된 과거 자신의 지역구로 출마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천 배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관계를 ‘불구대천(不俱戴天)’이라고 표현했다. “호남 맹주의 자리, 당권, 차기 대권 후보 등 세 가지 절대 권력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가 향후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라도 정 전 장관과 함께 가지는 못하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 전 장관이 공천에서 배제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정 대표와 정 전 장관 모두 죽는 길’이라는 위기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북지역 한 의원실 보좌관은 지역 의원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동안 정 전 장관이 과연 출마할 것인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정 전 장관이 출마를 결심하자 당 전체가 혼란에 빠진 상태다. 정 대표가 정 전 장관을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 대표 본인이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아는 만큼, 결국 정 전 장관을 공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정 대표가 설마 무덤을 파겠는가.”

이 보좌관은 또한 “다만 정 대표 측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이번 기회에 정 전 장관을 최대한 흠집 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송영길 최고위원이 정 전 장관을 향해 “제2의 이인제가 될 사람”이라고 악담을 퍼붓는 게 그 일환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그동안 대여협상 과정에서 막판에 흐지부지 타협하고 끝내버린 정 대표의 성격을 지적하면서 “정 전 장관과 막판 대타협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정 전 장관이 공천에서 배제되든, 공천받아 원내에 진출하든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 이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으로서는 인천 부평을에서 패배할 경우 이번 선거 전체에서 진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 정 대표와 당 지도부는 당내 비주류뿐 아니라 정 전 장관 측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5월 말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정 대표 측과 정 전 장관 측으로 세력이 갈려 원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이강래 의원이 정 전 대표 측의 대표주자다. 당내 비주류이던 이종걸 의원은 정 전 대표 측의 도움을 받아 원내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 대표 측 후보로는 김부겸 의원이 거론된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 때 현 원혜영 원내대표와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차기 선거 때 지지를 약속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원내대표 선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당내 일각에서는 한화갑 전 대표와 이해찬 전 총리 등 당 외곽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정치세력들이 재보선 이후 당내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친李 - 친朴, 선거 후 속앓이 끙끙

커가는 鄭 태풍 (민주당) … 불붙는 집안 싸움 (한나라당)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설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가운데)가 박희태 대표(오른쪽)의 말을 듣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북 전주의 2개 지역구는 포기했다. 나머지 3개 가운데 최소 2개 지역구에서만 이기면 성공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3개 지역구 모두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인천 부평을은 민주당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곳이고, 울산 북구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노동계 후보의 세력이 만만치 않은 곳이다. 경북 경주는 친이(親李)와 친박(親朴) 대결구도가 형성돼 있다.

박희태 당 대표가 울산 북구에서 출마하고, 당 지도부와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 경북 경주에서 정면승부를 벌일 경우 선거 이후 후유증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재보선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무게가 실리면서 한나라당과 정부에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친이와 친박 진영의 파열로 자칫 당이 깨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박 대표가 울산 북구 출마를 포기하고, 박 전 대표가 경북 경주의 친박계 정수성 후보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부담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지원사격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입을 굳게 닫았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이번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져야 한다”는 원칙론만 피력한 채 “선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며 일절 언급을 피했다.

친이계 측은 친박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인상이다. 친이계 현경병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 경북 경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수성 후보의 관계가 약한 것으로 안다”면서 “박 전 대표가 정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간 것은 아마도 오랜 인연에 대한 신세를 갚는 정도의 의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나 친박계가 한나라당 후보를 돕지는 못할망정 상대 후보 편에 설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패배한다면 어떤 후유증이 나타날까. 한나라당 내에서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이계와 친박계 간 갈등이 표면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은 드물다. 대신 서로에 대한 심적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회의장실 이재성 정무보좌관은 “이번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비록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친박 측에서 비판할 수 없는 구도”라고 말했다. 현경병 의원은 “선거에서 지든 이기든 친이계나 친박계 양 진영 모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 채 마음속에만 담아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동아 2009.03.31 679호 (p54~55)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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