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2009.01.13

바리스타와 소믈리에의 듀엣 송

뮤지컬 ‘카페인’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yongshiny@hotmail.com

    입력2009-01-07 1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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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리스타와 소믈리에의 듀엣 송

    바리스타 역의 구원영(왼쪽)과 소믈리에 역의 김태한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성이 지배하는 낮 시간대의 커피 전문가 바리스타와 감성이 지배하는 저녁 시간대의 와인 전문가 소믈리에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단 두 명의 배우만이 출연하는 로맨틱 뮤지컬 코미디 ‘카페인’에서 커피 같은 여자 이세진과 와인 같은 남자 강지민은 같은 가게에서 일하지만 근무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없는 사이다. 두 사람이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은 매장 앞 칠판에 쓰인 ‘사랑은 ○○이다’라는 문장에 각기 다른 의견으로 빈칸을 채우는 것뿐. 신분을 숨기고 가게를 찾은 지민에게 바리스타 세진은 호감을 갖게 되고, 이러한 사실을 안 지민은 어수룩하게 변장한 채 자기가 소믈리에라며 안심시킨 뒤 세진의 연애 코치를 자처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종국에는 이 모든 해프닝이 정리되며 사랑에 대한 정의가 전혀 달랐던 두 사람의 사랑은 결실을 거둔다.

    그러니 초반부터 해피엔딩이 예상되는 진부한 스토리, 셰익스피어 극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변장을 통한 극적 갈등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자기와 헤어진 남자친구가 곧바로 결혼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끝에서 두 번째 여자’가 되는 걸 피할 수 없었던 여자는 변장한 연애 코치의 조언을 통해 ‘마지막 여자’가 된다는 이야기 자체가 진부함의 틀에서 헤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두 명의 배우만이 출연하는 로맨틱 뮤지컬에서라면 이러한 전형성이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처럼 극적인 상황과 함께 적재적소에서 절묘하게 음악이 터져준다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심리 묘사가 뒷받침돼 준다면, 거기에다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노래와 연기, 춤을 선사하는 재능 있는 배우들까지 전면에 나서준다면 말이다.

    ‘뮤직 인 마이 하트’ ‘싱글즈’ ‘폴라로이드’ 등의 전작에서 20, 30대 젊은이들의 일상과 사랑에만 집중해온 성재준 작가 겸 연출가가 새롭게 내놓은 이번 작품은 창작뮤지컬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오던 드라마의 뮤지컬적인 어법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성과를 이뤄냈다. 커피와 와인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소재 확장과 구어체 대사로 편안하게 진행되는 ‘일상 밀착형’ 대사도 김혜영이 작곡한 음악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14곡에 이르는 음악을 통해 단계별로 진화하는 구성력은 뮤지컬의 주인은 역시 음악이라는 진리를 다시 일깨워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끌고 가는 것은 역시 강단 있는 배우들의 힘이다. 여자 역은 구원영과 난아가, 남자 역은 임철형과 김태한이 나눠 맡는다. 6인조 라이브밴드가 연주한다(2월28일까지, 대학로 라이브극장, 02-742-7251).



    추천작

    형제는 용감했다


    2월8일까지,종로 5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안동 이씨 종가를 배경으로 한 포복절도할 창작뮤지컬로, 2008년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베스트 소극장뮤지컬상을 받았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김종욱 찾기’ 등의 흥행작을 쓴 장유정 작가의 작품이다. 2008년 한 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주연을 맡았다.


    결혼


    2월28일까지,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1974년 연극으로 초연돼 오페라로도 만들어진 이강백의 단막 희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으로, 결혼소개소를 통해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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