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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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 한국 미술 대표하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 www.sayho.org

    입력2009-01-07 1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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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들, 한국 미술 대표하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양혜규의 ‘사동 30번지’, 설치 전경, 2006, 인천 (위) 박보나 신작 ‘X2’, 설치 전경, 2008 (중간) 한순자, ‘동그라미들의 리듬, 균형’, 2008, 캔버스에 아크릴, 101×81cm (맨하단)

    싸늘하게 식어버린 2008년 미술계. 그러나 새해에는 세계를 안방 삼아 활동하는 ‘여걸’들이 따끈하게 데워줄 모양입니다. 지난 12월23일, 2009년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작가로 양혜규 씨가 선정됐다고 전해졌습니다. 작가는 누가 선정하냐고요? 그건 이미 두 달 전에 뽑힌 커미셔너의 ‘맘’이죠.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니에는 각국의 국가관들이 독립적으로 들어서는데요. 어떤 국가관은 한국관과 정반대로 정부 문화예술 부처에서 작가를 선정하고 작가가 커미셔너를 고르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죠.

    여기서 잠깐, 미술기자 구보 씨가 먼저 여러분께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드리는 것이 좋겠군요.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른바 ‘미술 올림픽’이라고 불리는데요. 세계 비엔날레 중에서 가장 오래됐기도 하고(1895년 창설), 다른 비엔날레와 달리 유일하게 국가관 형식을 고수하며, 심사해서 수상하기 때문에 경쟁적인 성격이 더욱 강한 듯합니다. 그래서 베니스 비엔날레에 나가는 작가는 ‘국가대표 선수’처럼 주목받게 마련이죠.

    그런데 한국의 정(情) 때문일까요? 한 명만 데려가기는 야박해 보였는지, 한국관 운영 초기에는 ‘어르신 작가’ 여러분이 나눠 드시다가 2007년에 이르러서야 대개의 국가관처럼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대의 작가 1명으로 집중될 수 있었지요.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는 여성 커미셔너에 여성 작가가 콤비를 이뤘다 하여 주요 일간지에서 많은 관심을 갖더라고요.

    양혜규 작가와 커미셔너 주은지 씨 한국관 맡아

    커미셔너 주은지 씨는 사실 재미교포로 한국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최초로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이 뽑혔으니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요. 주은지 씨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큐레이터로, 레드캣 갤러리와 카네기 인터내셔널 등을 거쳐 지금은 뉴욕의 비영리 미술기관인 뉴뮤지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양혜규 작가 또한 한국에 거의 거주하지 않습니다.



    서울대 조소과 졸업 후 독일 유학길에 올라 유럽 미술계에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주소지는 서울과 베를린에 두고 있지만 레지던스 프로그램 따라, 전시 따라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옮겨 다니는 작가죠. 게다가 그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인 다니엘 번바움이 디렉터로 있던 프랑크푸르트 포르티쿠스에서 전시를 했다는데요, 이쯤에서 베니스 비엔날레의 황금사자상을 기대해보는 건 너무 앞서간 건가요?

    현재 런던에서 유학 중인 신진 작가 박보나(1월2~30일) 씨도 오랜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토탈미술관의 프로젝트 스페이스 the room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박보나 작가는 신작 ‘X2’를 선보입니다. 작가가 직접 쓴 상황 소설을 전시공간에 재연했다는데요.

    전시장 전면 커다란 유리창에 레터링된 소설과 옆에 놓인 망원경은 그의 소설 바깥에서 소설을 훔쳐보게 하는 도구라고 합니다. 또한 25년 넘게 파리에 거주하며 ‘동그라미’를 그려온 한순자(2월14일까지, 조현화랑) 작가도 한국에서 최근작을 소개하는 전시를 엽니다. 부산과 서울에서 연이어 열리니 좀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겠네요. 언니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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