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2009.01.13

찰스 다윈, forever!

탄생 200년…‘자연선택’이 현대사회도 설명 최근엔 ‘이보디보’ 새 학문까지 등장

  •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입력2009-01-07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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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다윈, forever!

    오는 5월10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다윈전’.

    돈과 명예를 함께 쥘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바로 떠오른다. 의사.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그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 의사 아닌 자연과학자의 길로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둘 다 의사였다. 대대로 의사를 지낸 집안에서 아들 역시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게 무리는 아닐 터.

    하지만 그는 ‘돌연변이’ 같았다. 의과대학의 강의가 말할 수 없이 지루하게 느껴졌단다. 특히 수술할 때 환자가 아파하는 모습이나 피가 여기저기 튀는 모습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의대에 다니면서 그는 ‘플리니학회’라는 학생모임에 가입했다. 그때가 1820년대 중반이다. 플리니학회는 의학이 아니라 자연을 공부하는 모임이었다. 의술을 익히기보다 동식물을 연구하는 게 더 적성에 맞았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의사가 되기를 포기했다. 그가 의사가 됐다면 병으로 고통 받던 많은 사람을 살려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명의 의사를 잃은 대신 우리는 한 명의 자연과학자를 얻었다. 좁게는 집 안과 주변 산책로, 넓게는 남아메리카와 태평양 지역의 동식물을 관찰하며 내놓은 이론은 그가 돌보았을 환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지금도 꾸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착한 마음이 생존에 유리?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다. 사람 마음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얘기다.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최대로 만들고자 이기적으로 행동하다가도 때론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이나 심리학에서는 이타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한 예외적인 현상이라고들 생각해왔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한 예로 2007년 충남 태안군의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 때를 돌이켜보자. 많은 사람이 몸이 고단할 걸 알면서, 자비를 들여가면서, 업무를 잠시 미뤄가면서 기름 제거 자원봉사에 나섰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왜 이처럼 우리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됐는지를 그의 이론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타적인 마음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된 우리의 본성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할 때는 물론 자신의 이익도 따지지만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그 영향이 다시 자신에게 어떻게 돌아올지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 과정에서 이타적인 행동이 결과적으로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아챘을 성싶다. 그가 내놓은 이론의 핵심은 바로 ‘자연선택’이다.

    ● 19세기에 나온 이론이 현대사회 곳곳에

    1838년 그는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읽으며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처음 생각해냈다고 한다. 자연에서 많은 개체가 태어나 경쟁하는 동안 잘 적응하지 못한 개체는 도태하는 반면, 잘 적응한 개체는 살아남아 자손을 남긴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존경쟁에 유리한 몸 구조나 행동은 자손에게 유전된다.

    사람의 몸 역시 자연선택의 결과라고 말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자연선택으로 최적의 구조를 갖게 됐지만 애석하게도 부작용이 생겼단다. 직립보행으로 높은 곳의 식량도 확보할 수 있게 됐으나 한편으론 척추질환이 생긴 게 좋은 예다. 강한 산성을 띠는 위액 때문에 음식물 속 세균이 위에서 제거되지만 한편으론 궤양에 시달린다.

    심지어 여성의 외도마저 자연선택의 결과물이라는 주장도 있다. 질병이나 전쟁 때문에 남편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한 ‘보험’으로 선택돼온 행동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보디보(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까지 등장했다. ‘진화생물학’과 ‘발생생물학’의 영문 알파벳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생물의 발생과정이 유전적으로 어떻게 변하고, 이런 변화가 어떤 자연선택 과정을 거쳐 다양한 생물을 만들어냈는지를 첨단 생물학 기법으로 연구하는 분야다.

    ●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과학자들은 그 변화의 이유와 원리, 메커니즘 등을 명쾌히 설명하고 싶어한다.

    그가 제안한 이론이 과학자들의 이 같은 학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매력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이론이 모든 세상사를 이해하게 해줄 만큼 항상 들어맞는 건 아닐 테지만 말이다.

    올해로 그가 태어난 지 꼭 200년이 됐다. 그가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게 아직 실감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150년 전 출판된 그의 대표적인 책을 한번 읽어보라. 원제는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기원에 관하여’다. 그렇다. 그는 바로 찰스 다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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