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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조금 벌어도 만족도 최고… 20대 ‘사회적 기업’으로 간다

자신이 원하는 일과 이타적인 일 ‘일석이조 직장생활’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조금 벌어도 만족도 최고… 20대 ‘사회적 기업’으로 간다

조금 벌어도 만족도 최고… 20대 ‘사회적 기업’으로 간다

㈜노리단의 공연 모습.

88만원 세대와 트라우마 세대. 1980년대 초 태어난 20대 중·후반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전자가 월급 88만원을 받는 20대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드러낸다면, 연세대 김호기 교수(사회학)가 처음 명명한 트라우마 세대는 중·고교 시절 외환위기를 거치며 부모의 실직과 부도를 간접 경험하고 지금은 경제위기로 본인이 실업난에 놓인 20대의 ‘상처’를 상징한다.

기성세대들은 20대에 대해 “취업과 자격증을 중시하는 현실적인 성향”이 있는 반면, 거듭된 사회적 좌절을 겪은 탓에 “무력하고 노회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노회한 20대’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88만원 세대’ 담론의 문을 연 경제학자 우석훈 씨(금융경제연구원)는 “위환위기 때 50대 장년층에게 충격이 집중된 것에 비하면 이번 경제위기는 20대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 국면에서 어떻게든 충격을 완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한 세대 전체가 경제적 데뷔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특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어찌 보면 20대의 이러한 불안은 노동시장의 불안과 맥을 같이한다. 김호기 교수는 “현재의 노동 역시 과잉 공급된 상태라고 보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라며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20대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정부가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사실 20만~30만 개가 최대치입니다. 게다가 지금의 산업구조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조도 아니고요.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요즘 20대는 재취업을 준비하는 30대와 함께 그 자리를 나눠 가져야 합니다. 전 사회적으로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이 절실합니다.”(김호기)

조금 벌어도 만족도 최고… 20대 ‘사회적 기업’으로 간다
● 다른 세상을 꿈꾸는 20대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시민단체와 20대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은 요즘 ‘뜨는’ 키워드 중 하나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적 기업이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 수단에서 한발 나아가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20대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회적 기업 ㈜노리단은 공익을 목적으로 공연과 디자인, 교육사업 등을 하는 문화예술 기업이다. 2004년 서울시립청소년지원센터 ‘하자’센터의 청소년 직업체험 활동에서 시작해 2007년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노리단은 전체 직원 60여 명 중 60% 이상이 20대에서 30대 초반일 만큼 젊은 기업이다. 전체 사업의 60% 정도가 취약계층 대상 사업이지만 그렇다고 수익률이 낮은 건 아니다. 2007년 연 매출 6억원에서 2008년 15억원 정도로 성장할 만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 기업과 비교한다면 이곳에서 개인이 벌 수 있는 돈은 적다. 그러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노리단의 류효봉 경영지원팀장은 “최근 기업 만족도를 조사해본 결과 조직구성원들 사이의 원만한 관계, 그리고 문화예술 영역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만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다른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을 사고 밴드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배우면서 대신 돈을 적게 번다는 거죠. 가치판단의 문제로도 볼 수 있는데 노리단 사람들은 후자를 택한 거죠.”

하자센터에서는 노리단의 성공을 토대로 제2의 창업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현재 요식업 분야 사회적 기업 ‘organization YORI’를 비롯해 책 공연, 글로비시, 관광 서비스 등이 준비단계에 있다.

하자센터 측은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 기업은 젊은 층에게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영역”이라면서 “계속해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러한 사회적 기업에 진출하는 젊은 층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예비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가 전국 18곳에 개설된 것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증명해준다. 하자센터와 함께 20대 청년을 위한 예비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체인지 메이커’를 연 청년실업 네트워킹 센터 ‘희망청’의 박광철 대표는 “희망청을 세운 2008년 초기에는 사회에서 유리된 20대의 실정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활동했지만, 이제는 세대를 구분하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시도를 펼 생각”이라면서 “사회적 기업은 변화를 도모하는 한 방안이라 본다”고 말했다.

조금 벌어도 만족도 최고… 20대 ‘사회적 기업’으로 간다

사회적 창업을 한 대학생 홍선영 씨.

● 세상에 없는 ‘착한 회사’ 창업

사회적 기업에 취업하는 데서 나아가 창업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12월6일 서강대에서는 희망제작소 주최로 ‘사회적 기업 창업 아이디어 경연대회’가 열렸다.

사회적 기업처럼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거나 이미 창업한 대학생들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팀은 저소득층에게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프리메드. 버스로 서울의 쪽방촌과 외국인 노동자 거주지역을 찾아다니며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메드의 수입원은 버스 광고다. 버스 바깥에 설치된 전광판에 후원 기업의 광고와 함께 버스가 1km 달릴 때마다 1만원씩 숫자가 올라가고, 전광판에 찍힌 숫자만큼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는다.

프리메드 대표 송호원(연세대 의대 4학년) 씨는 의료봉사를 다니다 “후원만으로는 제대로 된 진료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경영학 전공자인 고등학교 친구와 이러한 사회적 기업을 고안하게 됐다.

“2009년부터 바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고, 학교를 졸업하면 회사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생각이에요. 계속 저희와 같은 청년들이 거치게 되겠죠. 저희는 프리메드를 통해 한국의 의료문화를 바꾸고 싶어요.”(송호원)

이 밖에도 2등상을 받은 홍선영(국민대 국어국문 4) 씨는 지난 7월 4명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제이드(www.wearejade .com)라는 친환경적 디자인 회사를 차린 경우다. 제이드는 북극곰 같은 멸종위기의 동물이 그려진 디자인 제품을 팔아 수익금 일부를 환경운동에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유해하거나 폭력적인 것도 많은 게 불만이었다”는 그는 “영리를 추구하면서 좋은 일도 하는 기업을 찾다 결국엔 직접 사회적 기업을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나 동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저희는 그 사이에서 소비와 기부를 잇는 세계적 환경기업으로 성장하길 꿈꾸고요.”(홍선영)

보람된 일, 의미 있는 삶을 꿈꾸는 20대에게 사회적 기업은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대학생 동아리 넥스터즈의 김정헌(Soci知Factory 프로젝트 디렉터·서강대 경영학과 4) 씨는 “돈 못지않게 자기가 좋아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20대들에게 사회적 기업은 매력적인 콘셉트”라면서 “최근 여러 대학에서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동아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도 사회적 기업을 취약계층 사업을 넘어 청년실업 해소의 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기업과 나영돈 과장은 “사회적 기업이 도입된 지 1년 남짓한 현재(2008년 말) 154개의 사회적 기업과 73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겼다”면서 “사회적 기업 일자리의 60% 정도는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지만 나머지는 ‘제4 섹터’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20, 30대의 진출이 계속해서 기대된다”고 했다.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에 취업하거나 사회적 창업을 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거든요. 최근 10년 동안 유럽, 영미권에서 이러한 사회적 기업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기업으로 진출하는 젊은이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나영돈)

물론 사회적 기업만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치 않다. 더불어 경영능력 개선이나 기업 구성원들의 경쟁력 강화 문제 등은 앞으로 사회적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을 통해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움직임은 분명 작지만 의미 있다.

우석훈 씨는 “사회적 기업이 완벽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사회적 기업이 증가함으로써 20대의 사회 진출과 그 다양화가 동시에 달성되고, 궁극적으로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혹은 지역경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기대했다.



주간동아 2008.12.23 666호 (p34~36)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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