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6

2008.12.23

클래식 앞에 다시 선 줌마 윈드 앙상블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12-17 1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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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앞에 다시 선 줌마 윈드 앙상블

    줌마 윈드 앙상블 지휘자 김연근(맨 앞) 씨와 단원들.

    얼마 전 종영한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첼로 아줌마’는 주연 못지않게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첼리스트의 꿈을 포기하고 아내, 엄마로 살아온 그는 지휘자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지만 결국 오케스트라 솔리스트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비로소 ‘정희연’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

    주부 이수정(34) 씨는 “드라마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말한다. 초·중·고교, 대학을 거쳐 결혼 전까지 윈드(관악) 오케스트라에서 트롬본 연주자로 활동하던 그는 6년 전 결혼하고 오케스트라를 떠났고 트롬본과도 멀어졌다. 그랬던 그가 요즘 다시 트롬본을 잡았다. 줌마 윈드 앙상블의 단원이 된 것이다.

    ‘줌마 윈드 앙상블’은 국내 최초의 아줌마 클래식 관악단이다. 11월 한국 사회인밴드 회장을 맞고 있는 김연근 씨가 연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주부, 예비주부 등 ‘아까운 실력자’ 50여 명을 알음알음 모아서 만들었다.

    “관악기는 현악기에 비해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지다 보니 관악기 연주자들이 갈 곳이 부족해요. 게다가 여성은 실력이 있어도 결혼하면 갈 곳이 마땅찮죠.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피치 못하게 자리를 비우게 될 때가 많은데, 오케스트라에서 관악기 수가 적다 보니 그 공백이 커 여성 연주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요.”

    줌마 윈드 앙상블의 단원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 주를 이룬다. 4년을 쉬었다가 줌마 윈드 앙상블로 재기를 꿈꾸는 트럼펫 연주자 신성숙(29) 씨 역시 “마치 은퇴한 연예인처럼 무대를 그리워했다”고 말한다.



    “저도 무대에 서봐서 다른 콘서트에 가면 왠지 씁쓸하고 그랬어요. 이제는 제자리에 돌아온 것 같아요.”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 연습을 한다. 각자의 시간을 맞추기도, 연습 공간을 확보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초의 아줌마 클래식 관악단으로 수준 높은 연주 실력을 선보이겠다는 욕심은 누구 못지않다.

    “관악기는 사람의 숨을 불어넣는 악기인 만큼 사람 소리에 가장 가까워요. 저희는 이러한 관악기의 매력을 알리는 데 앞장서는 대표 밴드가 되고 싶어요.”(김연근)

    줌마 윈드 앙상블은 올 겨우내 맹연습한 뒤 내년 봄 첫 연주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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