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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뮤지컬 ‘캣츠’

해 갈수록 진한 명작의 향기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해 갈수록 진한 명작의 향기

해 갈수록 진한 명작의 향기

2007년 전국 순회공연에 이어 샤롯데시어터에서 다시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캣츠’. 해외 제작사에서 직접 배우와 스태프를 구성한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이다.

지난해 국립극장과 지방 공연에서 매진을 기록했던 뮤지컬 ‘캣츠(Cats)’가 돌아왔다. 이번에 ‘고양이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시어터. 지난해에 이어 해외 제작사에서 직접 배우와 스태프를 구성한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은 왜 이 작품이 런던에서 21년(1981~2002), 뉴욕에서 18년(1982~2000)을 공연할 만큼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새삼스럽게 실감할 수 있는 기회다.

‘캣츠’의 출발은 한 시집에서 비롯됐다. 1972년 어느 날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공항에서 우연히 1939년 발간된 T.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의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샀다. 그가 비행 중에 탐독했던 주옥같은 시들은 그로부터 9년 후 런던 웨스트엔드의 뉴런던극장에서 개막한 ‘캣츠’의 가사가 됐다.

작곡가가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도했기 때문일까? 세상에 많은 뮤지컬이 있지만 ‘캣츠’처럼 춤과 연기가 뮤지컬의 기본인 음악과 완벽하게 조화된 작품은 드물다. 사실 ‘캣츠’는 추상적이고도 의인화된 내용의 원작 시에 기반을 두고 여러 고양이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느슨한 스토리 구조다. 독특한 극중극 장면인 극장 고양이 거스(헤이든 티)가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그롤타이거’나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섹시한 골반춤을 보여주는 럼 텀 터거(랜짓 스타)의 춤과 노래, 제자리에서 수십 회를 연속 회전하는 마법사 미스토펠리스(애드리안 릭스)가 보여주는 묘기 장면은 노래와 드라마 간의 연관성을 긴밀하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서 남녀노소가 공히 즐길 수 있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삶의 철학이 담긴 가사 27년째 사랑받는 비결

‘캣츠’ 하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유려한 음악과 라이브 밴드의 연주, 오리지널 연출가 트레버 넌과 안무가 질리안 린이 빚어낸 배우들의 완벽한 고양이 연기와 춤, 거기에 디자이너 존 내피어의 화려한 무대와 의상이 떠오른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삶의 철학이 담긴 가사 역시 이 작품이 27년째 사랑받고 있는 비결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쇠락한 잿빛 고양이 그리자벨라를 맡은 프란체스카 아레나가 열창하는 ‘메모리’는 인생에 대한 덧없음과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는 내용으로 이 작품을 대표하는 히트곡이다. ‘메모리’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지혜로운 고양이의 지침서’가 아닌 ‘프루프록과 그 외의 관찰’(1917)에서 가사를 가져왔다. 이곳에 수록된 ‘전주곡(Preludes)’과 ‘바람 부는 밤의 랩소디(Rhapsody on a Windy Night)’가 후에 트레버 넌에 의해 재가공돼 ‘메모리’ 가사의 토대가 됐던 것이다.



‘캣츠’의 중심은 대사 없이 계속되는 음악에 있지만 린의 빼어난 안무도 빼놓을 수 없다. 엘리엇의 14개 시구는 린의 고양이적인 안무를 통해 고스란히 재탄생했다. 린이 만들어낸 동작들에는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게 걷고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며 인간을 친구로 삼는 고양이에 대한 영국인들의 유별난 애정이 담겨 있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안무가 제롬 로빈스가 발레를 기반으로 앙상블 댄서들의 ‘자세(figure)’에 집중한 안무를 짰고, ‘시카고’의 안무가 밥 포시가 관절을 구부리며 관능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주무기로 했다면, 린의 안무는 에어로빅댄스의 움직임과 심장이 뛰는 주파수를 춤에 그대로 적용시킨 듯 에너지 넘치는 안무를 보여준다.

2막에 한국어 대사 등장 … 관객에게 한발 더 다가가기

샤롯데시어터의 집중도 높은 극장 구조는 관객 친화적인 ‘캣츠’의 시각적인 즐거움을 관객에게 돌려주었다. 지난해 국립극장과 비교해서 훨씬 가까워진 무대와 객석의 거리 덕분에 ‘걸리버 여행기’의 대인국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쓰레기 집하장이자 도둑고양이들의 서식처로 디자인된 무대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 동안에 1층뿐 아니라 2층에서도 살금살금 다가와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앙상블 고양이들의 행동도 귀여운 보너스다. 푸른빛이 주를 이루는 조명은 차분함 속에 열정을 느끼게 한다. 이 밖에도 깜짝 선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2막에 등장하는 한국어 대사다. 극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 관객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제작진의 정성이 느껴진다.

검은 바탕에 노란 고양이의 눈을 형상화한 ‘캣츠’ 로고는 역대 뮤지컬 로고 중 가장 단순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그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춤추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이 로고는 영원히 살아 있는 작품 속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그 역동성이야말로 ‘캣츠’가 초연 이래 27년 이상 사랑받고 있는 명확한 이유일 것이다. ~8월31일, 샤롯데시어터, 문의 02-501-7888



주간동아 2008.07.22 645호 (p80~81)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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