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5

2008.07.22

한평생 과학기술교육 헌신 유노동 무임금 백의종군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8-07-14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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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평생 과학기술교육 헌신 유노동 무임금 백의종군
    기자는 박찬모(73·사진) 대통령 과학기술 특별보좌관과 몇 차례 전화통화를 했는데, 두어 번인가 그는 “지금 지하철 안이니 30분 후에 다시 통화하자”고 했다. 7월7일 대통령 과학기술 특별보좌관에 임명된 뒤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에는 “운전 중”이라고 했다. 평소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이날은 아내가 타고 나간 자동차가 길에서 멈춰버려 급하게 차를 고치러 나왔다고 했다. 그의 차는 91년식 기아 콩코드다.

    박 특보는 소탈한 성품의 소유자다. 본가(本家)와 1남2녀의 자녀 모두 미국에 있으며, 지금 그는 아내와 함께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지낸다. 서울에 나올 때는 주로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한다. 이제부터는 대통령 특보로 청와대에 자주 나가야 하는 만큼 3호선 경복궁역에서 버스로 갈아탈지, 아니면 낡은 차를 끌고 다닐지 고민이라고 했다.

    대통령 특보는 청와대 직제에는 없는 자리로,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임명할 수 있다. 비상근 직책으로 장관급 예우를 받지만 급여도 차량도 직원도 제공되지 않는다. 실비 수당만 받게 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종신회원인 박 특보는 과학기술교육계에 평생을 몸담아온 과학기술인이자 교육인이다. 2003~2007년 포항공과대(이하 포스텍) 제4대 총장을 지냈으며, 9월 개교하는 평양과학기술대 공동설립위원장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는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시절에는 정책자문위원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친형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더 깊다. 포스텍 총장을 지내면서 지역 의원인 이 의원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던 것. 두 사람은 포항에서 매주 목요일 새벽에 열린 평신도 성경모임에서도 자주 만났다고 한다.

    대통령 과학기술 특별보좌관은 대통령에게 과학기술에 대해 자문하는 자리다. 이런 임무는 박 특보에게 낯설지 않다. 선거캠프에서, 그리고 인수위에서 그가 했던 일이 바로 과학기술 자문이었기 때문이다. 박 특보는 “이번엔 특보라는 이름만 붙었지, 지금까지 했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특보 임명을 받은 뒤 과학기술계 분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특보의 국적은 미국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 대학 조교수로 일하던 1971년, 미국 국방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한국 국적이어야 하지만, 특보는 정식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도 발탁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9월 개교하는 평양과학기술대는 내년 4월부터 북한인 학생들을 맞는다. 박 특보의 ‘꿈’은 평양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것. 그는 포스텍 총장 시절 가장 아쉬웠던 일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지 못한 점을 꼽는다. 박 특보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 가까워져 육로로 평양까지 갈 수 있게 된다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2시간 반밖에 안 걸릴 것”이라며 “그럼 청와대와 평양과학기술대를 충분히 오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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