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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러브 스토리’ & ‘당통’

법률가의 두 얼굴

  • 이명재 자유기고가

법률가의 두 얼굴

법률가의 두 얼굴
멜로 영화의 고전 ‘러브 스토리’는 신분의 차이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다. 영화의 무대인 미국 사회에 무슨 신분제냐고 하겠지만, 두 주인공 남녀의 집안은 단지 빈부차가 아니라 미국판 귀족과 평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격차였다. 하버드대 법대생 올리버와 이탈리아 이민 가정의 가난한 제니.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자기 집안의 성을 딴 건물까지 있는 올리버와 빵 굽는 노동자의 딸 제니. 여기서 올리버의 집안은 돈이 많은 동시에 사회의 기성층을 대변한다.

제니가 올리버 집에 처음 갔을 때 집안 분위기의 묘사는 기성권력의 철옹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대저택의 압도하는 분위기, 수천 권의 장서가 빼곡히 들어찬 서재, 엄숙한 식탁 분위기. 아버지를 친구처럼 이름으로 부를 만큼 자유로운 제니의 집안과는 대조적인 올리버 집안은 기성권력의 성채, 보수적인 세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그 보수성을 더욱 분명하게 채색해준 것은 올리버의 집안이 유서 깊은 법조인 가문이라는 설정이었다.

법조인 가문이라는 설정처럼, 법률가들은 흔히 사회의 기득권층, 변화에 저항적인 집단으로 통한다. 그래서 영국의 소설가인 아놀드 베넷은 법률가를 “사회 진보를 가로막는 가장 악질적인 적”이라고 말했다.

베넷의 얘기는 우리 사회를 보더라도, 또 역사적으로 진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률가가 원래 그런 것은 아니다. 절대주의 국가에서 근대로 이행할 때 그 주역이 법률가였지 않은가. 프랑스 대혁명 때 제3 신분, 즉 부르주아의 대표는 법률가들이었다.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영화 ‘당통’에서 그려진 것처럼 혁명의 주역 당통과 로베스피에르가 모두 변호사였다.

법률가는 이처럼 이중적이다. 그건 법의 이중성에서 비롯된다. 법은 기존의 제도를 보수하려 한다. 그러나 한편 법치주의의 확립이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듯, 법률가들은 민주주의와 진보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이번 18대 총선에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가 51명이나 된다고 한다. 15대부터 18대까지 법조인 의원 증가 행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치세력 등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국회에서 법치주의 원칙을 확립하고 전문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직업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한계와 함께 규칙(법)을 만들고 심사하는 입법·사법 권력의 독점화가 가져올 폐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루소는 “법은 언제나 있는 사람한테는 유용하고, 없는 사람에게는 해로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독한 악담이다. 법을 적용하던 역할에서 법의 생산자가 된 율사 국회의원들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루소의 이 악담을 농담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주간동아 2008.04.29 633호 (p76~76)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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