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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ITARY

T-50 UAE 수출 ‘동상이몽’

UAE, 훈련기종 선정 내년 말로 연기 충격… 한국항공, 록히드와 이탈리아 회사 극복해야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T-50 UAE 수출 ‘동상이몽’

T-50 UAE 수출 ‘동상이몽’

경쟁사인 이탈리아 회사에 이어 동업자인 미국회사마저 UAE에 조종사 학원 체제를 제안함으로써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한국항공의 T-50.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한국항공)과 미국의 록히드마틴(이하 록히드)은 고등훈련기 T-50을 공동 개발했다. 그리고 이 두 회사는 T-50 수출도 같이 하자며 TFI(T-Fifty International)란 회사를 만들어 아랍에미리트(UAE)에 T-50을 판매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그런데 이러한 2인3각 달리기에 ‘빨간 불’이 켜졌다. TFI에서는 한국항공이 주(主)이고 록히드는 종(從)인데, 록히드가 자신이 주가 되고 한국항공이 종이 되는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T-50 수출이 확정돼도 한국이 손에 쥐는 마진은 상당히 줄거나 적자를 볼 수도 있다.

伊 아에르마치 ‘일괄 구매안’에 솔깃

끈끈한 협력자였던 두 기업이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들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UAE에서 T-50과 경쟁하는 고등훈련기는 이탈리아 아에르마치의 M-346이다. 그러나 M-346은 이제 시제기가 만들어진 개발단계의 항공기다. 반면 T-50은 한국 공군이 사용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초음속 고등훈련기다.

UAE는 재작년 두 기종을 대상으로 실사를 했다. T-50의 경우 직접 타보고 초음속 비행이 되는지 확인했으나, M-346은 개발이 안 된 상태여서 문서로만 조사했다.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인데, M-346은 비행 경험이 없으니 UAE는 안전성을 실증할 수 없었다. 이로써 상황은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듯했다.



전투기 조종사는 기본훈련기와 고등훈련기로 조종술을 익힌 뒤 전투기를 몬다. 지난 30여 년간 UAE는 아에르마치에서 구입한 기본훈련기와 고등훈련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아에르마치는 UAE 사정에 정통하다. 아에르마치는 신형 기본훈련기 M-311은 생산하고 있지만 고등훈련기 M-346은 개발 중이다.

UAE는 기본훈련기와 고등훈련기를 모두 교체하려 하는데, 아에르마치는 기본훈련기 사업에선 스위스 필라투스의 PC-9와 경쟁하고, 고등훈련기 사업에선 한국항공의 T-50과 맞붙게 됐다. PC-9와 T-50은 비싸지만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이다. UAE시장을 놓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에르마치는 상황 역전을 위한 뒤집기에 들어갔다.

UAE에 기본훈련기와 고등훈련기를 한꺼번에 거래하자는 ‘일괄 구매안’을 제시하면서 이런 제안을 덧붙였다고 한다.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은 운전기술을 익히는 자동차는 사지 않는다. 즉 운전기술은 운전학원에 있는 자동차로 익히고, 구입하는 것은 자신이 몰 자동차다. UAE 방어에 필요한 것은 전투기지 훈련기가 아니다. 아에르마치는 기본-고등훈련기로 조종사 양성학원을 만들 테니, UAE는 수강료만 내고 조종사를 양성해 가라.”

훈련기를 사서 직접 조종사를 양성하는 것보다 조종사 학원에 후보생을 보내 조종사를 양성하는 것이 당장은 돈이 덜 들 수도 있다. UAE는 이 제안을 받고 귀가 솔깃해져 지난해 말로 예상되던 훈련기 기종 결정을 내년 말로 미뤘다. 아에로마치로서는 M-346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한국항공의 파트너인 록히드의 랠프 히스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UAE로 날아갔다. 록히드는 UAE에 최신형 F-16을 공급한 바 있다. UAE가 조종사 학원을 택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판단한 히스 부사장은 이러한 요지의 제안을 했다고 한다.

“기본훈련기 분야에서 세계 1등은 스위스 필라투스의 PC-9이고, 고등훈련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는 T-50이다. 록히드는 UAE에 F-16을 공급하고 있으니 F-16 조종사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록히드는 PC-9와 T-50으로 편성된 조종사 학원을 차릴 테니 UAE는 록히드가 세우는 학원을 활용하라.”

록히드마저 이러한 제안을 하자, UAE는 훈련기 직도입을 사실상 포기한 채 조종사 학원 제도를 선택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만일 UAE가 조종사 학원 제도를 선택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PC-9와 T-50 조합을 제시한 록히드를 선택한다면, 한국항공은 UAE가 아닌 록히드가 세운 ‘학원 회사’에 T-50을 공급해야 한다.

미 공군에 무상임대 후 평가도 한 방법

록히드는 T-50을 공동 개발했기 때문에 T-50의 원가 정보에 정통하다. 그리고 아에르마치를 이기기 위해 최종 조립사인 한국항공 측에 T-50의 가격을 낮추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항공은 T-50의 출혈 수출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재반전시킬 수는 없을까. UAE는 7개 도시국가 연합체로,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아부다비’다. 그러나 두바이가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해 도시를 키움으로써 지금은 아부다비를 능가하는 지명도를 갖게 됐으며, 두바이가 운영하는 에미리트항공은 중동을 대표하는 항공사다.

아부다비는 UAE의 정치·군사 중심지다. 두바이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아부다비 측은 고등훈련기 사업을 이용해 ‘무바달라(Mubadala)’라는 항공기 제작회사와 ‘에티하드(Etihad)’라는 민항기 회사를 키우겠다는 야심을 가졌다. UAE에 고등훈련기를 제공하는 회사와 나라는 무바달라에 항공기 제작기술을 제공하고, 에티하드엔 운항노선을 줘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UAE의 고등훈련기 사업 규모는 커지고, 아부다비는 파생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UAE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해 T-50 도입을 결정하면 한국항공은 좀더 좋은 조건으로 T-50을 수출할 수 있다.

‘조종사 학원’ 체제로 가면 아부다비는 돈을 절약할 수 있지만 파생산업은 키우지 못한다. 이 때문에 소식통들은 “한국항공의 정해주 사장은 UAE로 날아가 원안대로 조기에 기종을 결정하는 것이 UAE의 국익에 유리하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제 경쟁은 한국항공의 정 사장과 록히드의 히스 부사장 중 누가 UAE 실세를 잘 설득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 싸움에서 정 사장이 이긴다면 T-50은 어렵지 않게 아에르마치의 M-346을 이기게 되고, UAE는 자국 항공산업과 아부다비의 민항기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한 관계자는 “세계 공군은 미 공군을 따라간다. T-50을 수출하려면 T-50을 미 공군에 무상임대해 사용하도록 한 뒤 평가를 받아 세상에 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우주인 이소연 씨의 활약으로 요즘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T-50의 성공 없이 우주산업을 발전시키긴 어렵다. 정 사장은 히스 부사장을 제칠 수 있을까.



주간동아 2008.04.29 633호 (p26~27)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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