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2017.02.15

국제

中 트럼프 압박에 ICBM 카드로 경고

美 본토 전역 타격할 수 있는 DF-41 개발에 박차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7-02-14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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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탄도미사일은 항상 ‘둥펑’(東風·DF)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 동쪽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둥펑’은 마오쩌둥의 연설에서 따온 것이다. 1957년 11월 2일 옛 소련에서 열린 10월 혁명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마오는 모스크바대 강당에서 연설할 때 “오늘날 세계에는 둥펑과 시펑(西風)이라는 두 개 바람이 있다”며 “나는 둥펑이 시펑을 압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둥펑은 소련과 중국의 공산주의체제를, 시펑은 미국 등 서방의 자본주의체제를 말한다. 마오의 연설은 공산주의체제가 자본주의체제에 승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중국은 1960년 소련의 SS-2 미사일 설계를 기초로 사거리 590km인 탄도미사일 DF-1을 개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중국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섰지만 81년이 돼서야 최장 사거리 1만2000km, 탄착 오차 800m인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5를 실전배치했다. 중국은 86년 탄착 오차를 500m로 줄인 개량형 DF-5A를 개발했으며, DF-5의 추진체를 민간용으로 만든 것이 창정(長征) 로켓이다.



    세계 최장 사거리 ICBM

    중국은 1999년 사거리 8000km인 3단식 DF-31을 개발해 2006년 실전배치했다. DF-31은 다핵탄두(Multiple Independently-targeted Reentry Vehicle·MIRV)를 탑재할 수 있다. MIRV는 핵탄두 여러 개를 동시에 탑재해 각각 다른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말한다. 한 번 발사로 미사일 여러 기를 동시에 발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중국은 이어 2007년 사거리 1만1200km인 DF-31A를 실전배치했다. 미국 서부지역과 유럽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DF-31A는 핵탄두 3~5개를 탑재할 수 있는 중국의 주력 전략무기다. 중국은 2015년 10월 1일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대회(전승절) 열병식에서 DF-31A를 처음 공개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미국은 DF-31A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미국은 DF-31A가 자국을 압도할 만큼 위력적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던 중국이 차세대 ICBM인 DF-41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DF-41은 최대 사거리가 1만4000~1만5000km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사거리만으로 볼 때 세계 최장 ICBM이다. DF-41이 더욱 가공스러운 이유는 목표물을 공격하는 핵탄두를 한꺼번에 10개까지 탑재 가능하기 때문이다. 총중량 1200kg까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마하10으로 비행하는 핵탄두들이 20~30분이면 목표물 10곳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의 기존 미사일방어(MD)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래리 워첼 연구원은 “DF-41의 다탄두에는 모조 탄두 장착이 가능해 MD체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F-41은 직경 2m, 길이 15m, 중량 25t이며 3단 고체연료 추진체로 발사된다. 또 차량과 열차에 탑재한 상태로 발사할 수 있다. 중국은 2012년 7월 24일 중부 산시성 우자이 미사일·우주시험센터에서 북서부 고비사막으로 DF-41을 첫 발사한 후 지금까지 실전배치를 위해 시험발사를 계속해왔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비장의 카드’인 DF-41의 실전배치를 공식화하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1월 24일자에 게재한 ‘중국은 DF-41 배치로 더욱 존중받아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압력을 막아내기 위한 전략적 억지 수단으로서 DF-41의 존재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 “DF-41의 보유로 중국 군사력은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또 “중국은 핵 능력을 강화해 어떤 나라도 감히 공격할 수 없도록 해야 하며, 반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과 군사충돌은 중국으로선 가장 마지막 수단이지만 중국 핵무기가 미국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영방송 중국중앙(CC)TV도 1월 25일 DF-41을 집중 방송하면서 MIRV 10개를 탑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그래픽을 함께 소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이 세계 초유의 고속철 이동식 DF-41의 실전배치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속철 이동식 DF-41의 발사 준비시간은 10~15분이다. 1개 고속철에는 미사일 4기를 설치할 수 있다. 중국은 고속철 4개를 동원해 모두 16기의 DF-41을 운용할 수 있는 여단급 부대를 편성할 계획이다. 고속철 이동식 DF-41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정찰위성으로 추적할 수 없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고속철 이동식 DF-41을 실전배치할 경우 엄청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핵탄두 900개 생산 전망

    중국 고속철의 평균 속도는 시속 250~ 350km이다. 중국 대륙을 횡단하는 상하이∼쿤밍 고속철은 최고 시속 330km로 운행된다. 총연장 2252km인 상하이~쿤밍 간 소요시간은 11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은 이런 고속철을 이용할 경우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되지 않은 채 DF-41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철도를 이용해 DF-31A를 여러 차례 시험발사했다. 미국 군사 전문가인 리처드 피셔 국제평가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2020년께 DF-41에 장착할 수 있는 탄두 900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립 카버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DF-41을 32기만 실전배치해도 인구 5만 명 이상인 미국 도시들이 공격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DF-41을 운영하는 3개 여단을 편성해 제1여단을 허난성, 제2여단을 헤이룽장성에 각각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인 1월 20일 사거리 1만2000~1만5000km인 DF-5C를 시험발사했다. DF-5C는 핵탄두 1개만 실을 수 있는 DF-5의 개량형으로, 핵탄두 10개를 탑재해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중국은 지하격납고에 DF-5 20기를 보관 중인데, 이 중 10기에 MIRV를 새로 장착하는 등 현대화를 추진해왔다. DF-5C는 2015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공개한 DF-5B의 개량형 모델이다. DF-5C의 시험발사는 중국이 핵탄두 수를 늘리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260여 개로 추산하지만, 중국은 최근 들어 800∼1000개 수준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핵과 ICBM 분야에서 세계 최강인 미국,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는 각각 1790개와 1556개다. 양국은 2018년까지 핵탄두 수를 1550개로 줄이는 내용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ICBM 개발과 현대화, 핵탄두 확대는 미국 핵전력에 맞서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에 상호확증파괴(MAD·적국이 핵공격을 가할 경우 남아 있는 핵전력으로 상대편을 보복한다는 개념) 전략에 따라 보복할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존 하이텐 미국 전략사령관은 “중국의 핵전력 현대화와 2차 보복능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우려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중국해와 ‘하나의 중국’ 문제 등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맞서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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