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2017.02.15

와인 for you

바이올린·첼로의 맛, 호른·튜바의 향

음악 담은 이탈리아 ‘바바(Bava)’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02-13 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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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과 와인은 닮은 면이 많다. 묵직하고 힘찬 레드 와인이 웅장한 교향곡이라면, 섬세하고 가벼운 화이트 와인은 청아한 가곡 같다.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Piemonte)에 위치한 바바(Bava) 와이너리는 ‘사운즈 오브 와인(Sounds of Wine)’이라는 독특한 철학을 기반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이들은 음악의 감성을 와인에 담아 더욱 맛있는 와인을 만드는 게 목표다.

    바바는 와인셀러에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숙성 중인 와인에 음악을 들려준다. 포도밭과 와이너리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연주회도 연다. 바바가 콘서트를 개최할 때면 음악을 사랑하는 와인 애호가들의 문의가 폭주한다. 이 모든 노력은 와인 속에 음악 DNA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그들은 와인이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맛과 향이 훨씬 더 좋아진다고 믿는다.

    바바는 자신들의 레드 와인 3종을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로 표현한다. 피에몬테의 토착 품종 바르베라(Barbera)로 만든 레드 와인에는 ‘스트라디바리오(Stradivario)’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트라디바리오는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뜻한다. 18개월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이 와인은 부드러운 질감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풍부한 음색과 유사하고, 상큼한 산도는 섬세한 고음을 연상케 한다. 와인을 목으로 넘긴 뒤 입안에 맴도는 긴 여운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연주가 끝나고 마음속에 머무는 진한 감동과도 닮았다. 한 모금 맛을 보면 왜 이름이 스트라디바리오인지 이해가 된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에 비유되는 와인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와 바롤로(Barolo)다. 이 와인들은 모두 네비올로(Nebbiolo)라는 포도로 만든다. 네비올로의 특징은 말린 자두의 농익은 향과 장미, 담배, 찻잎 같은 독특한 향미의 조화다. 강한 타닌이 탄탄한 구조감을 부여하기 때문에 와인에서 강건함도 느껴진다. 음색이 묵직한 현악기가 떠오르는 맛이다. 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는 둘 다 마을 이름이다. 바르바레스코는 강과 가까워 날씨가 온화하지만, 바롤로는 강에서 멀어 대륙성 기후를 띤다. 따라서 같은 포도로 만들어도 바르바레스코는 우아하면서 여성스럽고, 바롤로는 강하면서 남성적이다. 바바가 바르바레스코 레이블에 첼로를, 바롤로 레이블에 콘트라베이스를 그려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바는 현악기로 표현한 레드 와인과 달리 화이트 와인은 관악기로 묘사하고 있다.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 와인은 베이스튜바, 코르테제(Cortese) 품종 포도로 만든 가비(Gavi) 와인 코르 드 샤스(Cor de Chasse)는 프렌치호른이라고도 부른다. 모스카토 다스티의 풍부한 과일향이 튜바의 깊은 울림과 유사하고, 가비의 향긋함은 호른의 부드러운 음색과 닮았다고 본 것.



    봄이 기다려지는 이맘때면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를 듣곤 한다. 현악삼중주가 연주하는 이 음악은 봄처럼 포근하고 발랄하다. 이 곡은 원래 귀족이 식사를 하면서 듣던 ‘식탁음악’이었다고 한다. 디베르티멘토를 들으며 바바 와인을 즐기다 보면 잠시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번 주말엔 음악과 와인으로 일상의 여유를 만끽하며 봄을 재촉하는 성급한 마음을 다독여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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