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2017.02.15

연예

고소영 10년 만의 외출

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컴백…김희선, 김선아 등도 잇

  • 김민주 자유기고가 mj7765@maver.com

    입력2017-02-10 18: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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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2000년대 연예계를 주도하던 여배우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컴백을 앞두고 있다. 고소영, 김희선, 김선아 등 이름값 톡톡히 하는 여배우들의 귀환에 시청자의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 있다. 하지만 ‘왕년의 스타’라고 현시점의 흥행까지 보장할 수는 없는 법. 스타성이 아닌 연기로 팬들 앞에 서야 하는 이유다.

    먼저 10년 만에 배우로 돌아오는 고소영의 복귀가 반갑다. 2007년 영화 ‘언니가 간다’ 이후 작품 활동을 중단한 고소영은 2010년 배우 장동건과 결혼한 이후에는 육아에 전념하느라 컴백 기회를 쉽게 잡지 못했다. 2012년 예능 토크쇼 ‘힐링캠프’에 나온 것 외에는 방송 출연조차 없었다. 그러는 사이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선택한 드라마는 2월 27일 KBS 2TV에서 첫 방송되는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다.

    드라마에서 고소영은 우유부단한 남편을 둔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심재복 역을 맡았다. 생활력 없는 남편을 대신해 일과 살림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이지만 고달픈 삶 속에서도 밝고 명랑한 인물이다. 장동건과 사이에서 여덟 살배기 아들과 네 살배기 딸을 둔 고소영은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로 ‘워킹맘 스토리’라는 점을 꼽았다.  

    현재 드라마 촬영에 한창인 고소영은 “두 아이를 둔 일하는 엄마로서 주인공이 슬기롭게 위기를 헤쳐 나가는 방식에 많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극중 캐릭터와 실제 성격이 비슷해, 그동안 주부로 살아오면서 느낀 생각들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워킹맘’으로 컴백, 고소영

    하지만 그동안 배우보다 아내와 엄마로서 살아온 그가 과연 10년 만에 연기자로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0여 년의 연기 공백을 단번에 뛰어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적응력, 연기력, 동료 배우들과 호흡 등 여러 면에서 우려감이 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느 때보다 강렬한 ‘무엇’이 필요하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고소영이 더는 스타성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스타를 보려고 드라마를 시청하던 시대는 지났다. 고소영은 과거 ‘통통’ 튀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는 그런 요소보다 연기력, 특히 이번 드라마에서는 누가 봐도 공감되는 ‘워킹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랜만의 컴백이 가장 부담스러운 사람은 고소영 자신이다. 고소영 소속사 관계자는 “촬영장에서 잠시라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와 하나가 되고자 매순간 집중하고 있다. 첫 촬영을 순조롭게 시작한 만큼 앞으로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드라마제작사 제이에스픽쳐스가 사전제작 중인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는 김희선, 김선아가 동시에 출연한다. 2015년 MBC 드라마 ‘앵그리맘’으로 결혼 이후 8년 만에 복귀한 김희선은 당시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인생 드라마’라는 평을 받으며 컴백에 성공했다. ‘품위 있는 그녀’에서 준재벌가 며느리 역을 맡은 그는 실제로도 연예계의 대표 ‘청담동 며느리’다. 김희선은 2007년 박성관 락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주영 씨와 결혼했다. 건축시행사 락산하우징과 연예기획사 락산엔터프라이즈 등 계열사를 거느린 락산그룹은 100억 원대 연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다.   

    드라마에서 그는 시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남편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내려앉는 우아진 역을 맡았다. 그렇기에 이번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돈과 허영을 좇던 부잣집 며느리가 갑자기 뒤바뀐 인생과 마주하며 겪게 되는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앵그리맘’ 이전까지만 해도 인기와 무관하게 연기력 면에서는 늘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김희선은 전작에서 딸을 향한 절절한 모성애 연기로 호평받았듯이, 이번에도 실감나는 캐릭터 연기로 다시 한 번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포부다. 김희선은 “극과 극의 삶을 오간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캐릭터일 수밖에 없다. 우아진 앞에 펼쳐진 사건들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이번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품위 있는 그녀’는 김선아의 컴백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내 이름은 김삼순’ ‘시티홀’ ‘복면검사’ 등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줬던 김선아는 이번 드라마에서는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요양사 박복자 역을 맡았다. 극중에서 그는 수수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끝없는 신분 상승 욕망을 그릴 예정이다. 김선아의 컴백에 결정적 구실을 한 인물은 ‘품위 있는 그녀’의 연출가 김윤철 PD인 것으로 알려졌다. 12년 전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 PD와 처음 인연을 맺은 김선아는 이번 김 PD의 제안에도 흔쾌히 응했다. 극중 박복자는 김선아가 지금까지 연기해본 적 없는 캐릭터다. 김선아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투리와 의상 등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복귀가 영화보다 수월?

    2014년 드라마 ‘신의 선물’에 출연한 뒤 이듬해 첫딸을 출산한 이보영도 3월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로 돌아온다. 이번 드라마는 법조계의 모습을 담을 예정인데, 이보영은 경찰서 형사과 계장 역을 맡았다. 전작 ‘내 딸 서영이’와 ‘신의 선물’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보영은 결혼과 출산 후에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남편 지성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에 출연 중으로, 시청자는 지성-이보영 커플의 활약을 연이어 볼 수 있게 됐다.

    손태영, 구혜선, 엄정화도 3월 4일 첫 방송되는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로 돌아온다. 불꽃같은 인생을 사는 스타 가수(엄정화 분)와 모창 가수(구혜선 분)의 얽히고설킨 인생사를 그린 드라마로 손태영은 양갓집 규수 역을 맡았다.

    그렇다면 왕년 톱 여배우들이 하나같이 ‘드라마’로 컴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여배우의 좁아진 입지를 원인으로 꼽는다. 캐스팅 전쟁이 치열한 영화보다 드라마 컴백이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컴백이 드라마 주 시청자층인 30, 40대 여성에게 향수와 공감대를 선사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윤 교수는 “최근 영화계가 남자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배우들의 설자리가 좁아졌다. 그나마 스타급 여배우는 시청자에게 매우 친숙한 얼굴이라는 이점 덕에 안정적으로 드라마 시청률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한동안 현장을 떠나 있던 경우에는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젊은 여배우들과 경쟁에서 차별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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